@ 대선생께서 "형렬아, 평소에 너의 지극한 소원이 하늘에 올라가 천상의 조정를 구경하는 것이었나니, 오늘 너에게 이를 허락하리니 내 뒤를 따라 오거라." 말씀을 마치시니, 갑자기 하늘문이 넓게 열려 순식간에 날개가 달린 신선이 된 것처럼 가볍게 날라 뒤를 따라가게 되었더라. 천상에 다다르니 수 많은 문무 관리가 질서정연하게 도열하여 명을 들을 새, 정제되고 밝으며 성대한 복장으로 앞 뒤와 주변으로 도니 그 모습이 빛나고 질서정연하고, 선명한 옷차림은 오색이 서로 잘 어울려 세상에서는 보지 못한 것이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그치는 것이 우아하고 화기로우며 기쁨에 넘쳐, 그윽하고 밝아 마치 어린아이와 같고, 여러 구부러진 난간마다 상서로운 봉황이 간간이 울음을 울어대고, 푸르고 누른 집 지붕에는 상서로운 용이 때때로 휘감아 돌고, 정원 앞에 있는 빛나고 향기로운 꽃과 나무는 좋은 냄새를 뿜어내나니, 아름다운 꽃과 보석같은 풀은 세상에서는 보기가 어려운 것이오, 진귀한 날짐승과 기이한 길짐승이 날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혹 노래도 부르고 혹 휘파람도 불며, 신선의 음악이 가지런하고 밝아 맑고 청명하고, 선녀가 신묘한 춤을 추어 가히 신의 경지에 오른듯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층층의 누대마다 그림이 그려진 전각에는 나는 듯이 용마루가 하늘로 솟아 구름속을 꿰뚫은 듯하야, 단청이 너무나 놀라웁고 티끌같은 먼지도 날지 않아 깨끗하고 청결하며 투명하여, 영롱하게 빛나는 빛깔이 완연 유리세계이더라. 한 큰 전각이 있어 현판을 살펴보니 황금으로 된 큰 글씨로 요운전이라고 쓰여있더라. 전각 안으로 들어가보니 용상이 있는데, 황금과 백옥으로 조각하여 놓은 용 봉황 거북 기린과 온갖 진귀한 길짐승과 날짐승이 참으로 아름답더라. 휘황찬란하여 가히 똑바로 바라볼 수 없더라.
대선생께서 용상에 앉으시니 만관이 다 절을 드리더라. 아 그런데 한 선관이 와서 별도로 마련된 의자에 앉으니, 백금조각들로 만들어진 상서로운 관모와 옷이 햇볕에 반사되어, 그 눈부심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하고, 섬섬옥수는 하얗게 분칠한 것보다 더 순결하고, 곱고 단아한 얼굴은 눈보다도 더 맑더라. 글씨를 쓰는 모습이 참으로 놀라웁고, 안뜰 마당에는 한 큰 죄수가 있어 하늘에 생명을 구하며 그 고통을 호소하니, 신장이 여러 죄를 문책하니 심히 엄하더라.
조회가 파함에 대선생께서 형렬을 돌아보시며 "네가 여기에 왔는 데, 너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만나보기를 원하느냐." 형렬이 말씀드리기를 "자손의 도리에 지극한 소원이 조상을 정성스레 만나는 것이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층 아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문이 스스로 열리더니,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청수를 모시고 향을 피우며 주문을 읽는 공부를 하고 정성을 드리는 데, 그 얼굴이 화기롭고 기뻐하는 모습일 뿐이요, 다른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더라.
형렬이 인간세상에 내려와서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대선생께 여쭙기를 "용상아래 별도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 흰옷을 입고 글을 쓰고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대선생께서 이르시기를 "석가불이니라." 형렬이 여쭙기를 "석가불이 하늘의 조정에서 어떤 직위를 맡고 있나이까." 대선생께서 이르시기를 "대제군의 존경받는 자리요 서방칠성이니, 항상 내 옆에서 나를 모시면서 만상을 섭리하고 있느니라." 형렬이 여쭙기를 "동방칠성은 어찌 자리에 없나이까."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동방칠성은 신계의 주벽이니, 내 명을 받고 이미 세상에 태어났느니라." 형렬이 여쭙기를 "동방칠성이 인간세상에 태어났다고 하면, 가히 만나볼 수 있나이까." 대선생께서 이르시기를 "이제 초립동의 나이이니, 인연이 있으면 만날 것이니라. 장차 일을 같이하는 사람이 될 것이니라."
형렬이 여쭙기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한 말씀도 하지 않으시니 무슨 연고이나이까." 대선생께서 이르시기를 "내가 지척지간에 있으니, 삼가하고 근신하는 모습이 그러하니라. 만약 말에 망령됨이 있어 천기를 누설하면 죄가 되느니라." 형렬이 여쭙기를 "죄수는 무슨 죄를 지었길래 그리 엄하게 다스리나이까." 대선생께서 이르시기를 "안록산이니라." 형렬이 아뢰기를 "안록산의 배은망덕은 이미 천 년이 지난 옛날의 일이거늘, 어찌 지금까지 미결수로 남아있나이까." 대선생께서 이르시기를 "나라를 잘못되게 큰 죄를 지은 자는 혹 백 년에 한 번씩 신문을 하나니, 이는 묵은 하늘이 나에게 폐해를 남긴 것이니라." (이중성의 천지개벽경 pp1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