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몬테 스타일 '이탈리아 와인의 전형' 토양·음식과의 궁합 중시… 한 해 28종류 100만병 내외 생산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지역 와인은 프랑스로 치자면 보르도 보다는 부르고뉴 와인에 더 가깝습니다. 블렌딩을 중시하는 보르도 와인과 달리 하나의 품종으로 한 종류의 와인만을 만들고만 있으니까요. 바르베라 품종으로는 바르베라, 네비올로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이런 식이죠.”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 터를 잡고 있는 유명 와이너리 ‘미켈레 끼아를로(Michele Chiarlo)’. 미켈레 끼아를로는 창립자의 이름을 딴 것으로 가야, 안티노리, 비온디 상티와 같은 가족 소유의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 단체인 그란디 마르키 소속이다. 지금은 오너의 장남인 알베르토 끼아를로가 마케팅과 세일즈, 차남은 빈야드와 와인 메이커 역할을 각각 맡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이어지는 가을 수확철, 포도밭에서 일하다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온 알베르토는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치며 이 지역 와인을 소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전형적인 이탈리아 와인은 피에몬테 스타일로부터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포도 재배와 와인 메이킹에서부터 토양을 중시하고 음식과의 궁합을 중시하는 것 모두 피에몬테 사람들의 와인 마시는 습관입니다.”
피에몬테는 이탈리아 북부의 패션도시 밀라노와 토리노 중간쯤에 자리한 지역. 프랑스 국경에 인접해 있으며 알프스와 아펜니노 산맥(Apennines)에도 둘러싸인 이 곳은 토스카나와 함께 이탈리아 최상급의 와인 생산지 중 하나로도 꼽힌다. 피에몬테 또한 ‘산의 발’이라는 뜻. 지역 전체가 언덕 사면들을 따라 포도 나무들이 식재되어 있는 모습은 이 곳이 천혜의 와인 산지임을 말해 주기에도 충분하다.
“우리는 고급 와인인 바르베라나 칸누비 경우 포도 작황이 좋지 않을 때는 와인을 생산하지 않습니다. 벌써 지난 15년 간 4번이나 와인을 만들지 않았거든요. 1991년과 92, 94년, 그리고 최근에는 2002년입니다. 빈티지가 나쁠 때는 세컨드 와인으로만 만들거나 커다란 와이너리 도매상(코페라티브)에 대량으로 팔아 버릴 정도로 품질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미켈레 끼아를로 또한 다른 와이너리의 와인을 사거나 다른 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구매하지도 않는다. 이는 블렌딩을 하지 않기 때문. 65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고 60헥타르는 밭을 빌려 추가로 경작중이다. 한 해 생산량은 100만 병 내외. 알베르토는 “모두 28가지 종류의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이 중 16가지는 하나의 밭에서 나온 포도만으로 담근 와인들”이라고 강조한다. 모두 한정판 와인인 셈.
“피에몬테 와인은 ‘푸드 와인’이라 부릅니다. 음식과 함께 먹는, 음식을 위한 와인이란 의미에서죠. 무엇 보다 음식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칩니다.” 알베르토는 “전세계적으로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성공에 힘입어 이탈리아 와인도 함께 붐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맛에 있어서 피에몬테 와인은 후레시하면서도 적당히 산도(신맛)와 탄닌이 있고 구조감이 뛰어나다는 것이 그의 추가 설명.
피에몬테 지역에서 재배되는 주요 포도 품종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네비올로와 바르베라, 그리고 모스까또와 코르테제 등. 이 중 네비올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명성 높은 두 개의 와인인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로 유명한 품종으로 과즙이 풍부하고 달면서도 시큼한 맛을 자랑한다.
또 바르베라는 피에몬테 지역에서 가장 널리 식재되고 있는 레드 와인 포도 품종. 코르테제는 피에몬테 지역의 대표적인 드라이 화이트 와인인 가비를 만들어 내는 품종이고 모스까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트 와인 ‘모스까또 다스띠’를 만들어 낸다.
“20여년 전부터 수출에 주력한 모스카토는 큰 성공을 거둔 편입니다. 하지만 바롤로나 바르베라 등은 아직 한국인들이 널리 익숙해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꽤나 자리를 잡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아직은 시장이 성장중이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알베르토는 머잖아 한국인들도 네비올로 등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포도 품종 맛을 즐겨 찾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향이 복잡한 듯 풍부하면서도 적당히 자극적이기도 한 바롤로나 바르바르스코의 참 맛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 와인인 ‘가비’의 경우 이미 일본에서 스시와 함께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벌써 자리매김 돼 있다.
“바르바레스코는 보통 오크 배럴과 병에서 각각 1년, 바롤로는 오크통에서 2년, 병에서 1년여의 숙성을 거치지만 우리가 만드는 바롤로는 병에서도 2년 숙성시킵니다. 더 우아한 향이 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바롤로나 바르바르스코 와인은 초기에는 맛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깊은 맛을 낸다”고 소개한다.
전통적인 피에몬테식 방식인 대형 오크배럴에서 와인을 발효시키는 것도 집안이 고수하는 방식. 오크통은 와인에 구조감을, 병입된 후에는 우아함과 부드러움을 준다는 것이 그의 분석. 병입 과정에서는 병 안에 산소가 들어가지 않도록 특별한 유리 밀실에서 작업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과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피에몬테 와인이 자리잡은 것은 벌써 10여년 전입니다. 한국도 곧 그리 되겠지요.” “1년에 150일, 절반 가까이 해외 출장을 다닌다”는 그는 한국에서 한국 음식에 맞는 피에몬테 와인을 보여주겠다”고 결의(?)를 표시했다.
첫댓글 바롤러,바르바레스코... 모두 좋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