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서 > 간송집 > 간송집 제1권 > 시(詩)○五言古詩 > 조임도
속된 선비를 한탄하다〔世儒歎〕
속된 선비들이 말하는 배움이란 / 世儒所謂學
글을 배워서 외고 읽을 수 있는 것 / 學書能誦讀
속된 선비들이 말하는 일이란 / 世儒所謂業
글짓기를 일삼고 벼슬과 녹봉을 훔치는 것 / 業文賭爵祿
마음과 입이 서로 응하지 않고 / 心口不相應
말과 행동이 서로 맞지 않으니 / 言行不相顧
만 권의 책을 읽었다 해도 / 雖破萬卷書
덕에 결국 무슨 보탬이 될까 / 於德竟何補
임금 섬길 때 신하의 절개를 다하고 / 事君盡臣節
어버이 봉양할 때 자식의 직분을 다하면 / 奉親供子職
남들은 비록 배우지 못했다 해도 / 人雖曰未學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 사람이라 일컫겠네 / 吾必謂之學
그대 보게나 ①안자의 사물과 / 君看顏四勿
②증자의 삼성을 / 與夫曾三省
어찌 말을 교묘히 꾸민 적이 있으며 / 何嘗言語工
또 어찌 문자가 빛났겠는가만 / 亦豈文字炳
끝내 대도를 듣고 / 終能聞大道
③전체를 갖추어 성인의 도를 이어받을 수 있었지 / 具體承前聖
어찌하여 말세의 폐단이 / 柰何末流弊
지엽만 부질없이 숭상하고 장려하는가 / 枝葉徒崇奬
경박한 풍속이 순수했던 덕을 흐려놓으니 / 澆風散淳源
소박한 도는 나날이 없어지고 말았네 / 大樸日淪喪
앵무새같이 말만하는 소인배들 / 鸚鵡謾好音
그들의 관복이 하인배들 보기에 부끄럽네 / 簪裾愧廝養
④명리의 관문을 뚫고 나가야 / 透得名利關
비로소 조금 쉴 수 있는 곳이라 / 方是少歇處
상채 선생의 엄한 가르침이 있으니 / 上蔡有嚴訓
가슴에 품고 이 말씀을 행하리라 / 服膺事斯語
① 안자(顔子)의 사물(四勿) : 《논어》 〈안연〉에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도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안자의 말이 아니고, 안자의 질문에 공자가 답한 말이다.
② 증자(曾子)의 삼성(三省) : 《논어》 〈학이〉에 “나는 매일 세 가지로 내 몸을 살핀다.〔吾日三省吾身.〕”라는 구절이 있다. 이 말은 증자의 말이다.
③ 전체를 …… 있었지 :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자하ㆍ자유ㆍ자장은 모두 성인의 한 지체를 가졌고 염우ㆍ민자건ㆍ안연은 그 전체를 소유하였으되 광대하지 못하였다.〔子夏子游子張, 皆有聖人之一體, 冉牛閔子顔淵, 則具體而微.〕”라는 구절이 있다.
④ 명리의 …… 곳이라 : 《심경부주(心經附註)》 권4에 “상채 사씨 사양좌(謝良佐)가 말하기를 ‘명리의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조금 쉴 수 있는 곳이니, 지금의 사대부야 족히 말할 것이 있겠는가. 말만 잘하는 것이 앵무새와 같다.’ 하였다.〔上蔡謝氏曰:‘透得名利關, 方是小歇處, 今之士大夫何足道. 能言眞如鸚鵡也.’〕”라고 하였다.
ⓒ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남명학연구소 ┃ 김익재 양기석 구경아 정현섭 (공역) ┃ 2015
조임도(趙任道)
본관은 함안(咸安). 자는 덕용(德勇), 호는 간송당(澗松堂). 조식(趙埴)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문화유씨(文化柳氏)로, 병절교위(秉節校尉) 유상린(柳祥麟)의 딸이다. 김중청(金中淸)·고응척(高應陟)·장현광(張顯光) 등을 사사하였다.
1604년(선조 37) 향시에 합격하였고, 그 이듬해인 21세 때 『관규쇄록(管窺鎖錄)』을 저술하였다. 1608년(광해군 즉위년)「거상대절(居喪大節)」 10조(條)를 써서 자손들이 교훈으로 삼도록 하였으며, 또 아버지의 언행록인 『추모록(追慕錄)』을 지었다.
1614년에는 동당시(東堂試)에, 그 이듬해 향해(鄕解)에 합격하였고, 1627년(인조 5) 정묘호란 때 향인(鄕人)이 조임도를 의병장으로 추대하였으나 신병으로 참여하지 못하였다. 1634년 공릉참봉(恭陵參奉)에 제수되었으나 병으로 부임하지 못하였고, 1638년『취정록(就正錄)』을 쓰고 그 이듬해『김라전신록(金羅傳信錄)』을 편찬하였다.
1644년『대소헌유사(大笑軒遺事)』를 찬하였으며, 1647년 대군사부(大君師傅)에 임명되어 창녕까지 가다가 병으로 부임하지 못하였다. 그 뒤 공조좌랑으로 임명되었으나, 노병으로 사직하고 부임하지 아니하였다. 사헌부지평에 증직되고, 함안의 송정서원(松亭書院)에 제향되었다. 저서로는 『간송집(澗松集)』 7권 4책이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