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결정을 내려놓고 나니 갑자기 바빠지고
새로운 길 여행을 떠나는 아이처럼 흥분되는 기분이다.
예약한 차표를 바꾸는 과정에서
그래도 자주 열차를 이용하고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역무원 송00씨가 편법을동원해서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 5%할인까지 해준다.
출발이 산뜻하다.
목포 - 대전 통근열차(무궁화 1502호)
17:40 장성역 출발하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과연 대전까지 몇개의 역이 있을까?
17:46 안평역 (安平)
출발하자마자 다음역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이 지하철 탄 기분이다.
창가로 내다보니 타는사람없이 두사람만 내린다.
17:52 신흥리역 (新興里)
과거에는 꽤 사람이 있었던역(?)이 아닐까
홍길동의 고향 안내문구와 캐릭터가 역사벽면을 채우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나
플랫폼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17:58 백양사역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듯 여린 비가 내리다.
준비한 몇개의 삶은감자로 저녁을 대신하다.
18:04 노령역
통근열차답게 몇몇이 타고 내림
18:07 천원역 (川原)
이 역까지는 단돈 천원이면 될까?
역 주변으로 개울이 흐르나보다.
18:14 정읍역 (井邑)
내장산 단풍구경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친구의 둘째 딸을 잃어버려 한참이나 마음을 졸이고 찾았었는데
벌써 그 딸아이가 고등학생이다.
통근열차 시간에 맞춰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다.
출발하면서 열차가 속력을 내는 듯하다. 역간거리가 긴 모양이다.
18:21 초강역 (礎江)
삼국지에 나오는 초나라 지역인가?
인적이 드물고 잡초가 무성하다. 짧은 터널을 지나다.
18:28 신태인역 (新泰仁)
전에 같이 근무하던 김00과장의 고향이다.
주변의 너른평야같이 마음이 푸근함이 있었다.
전라도 특유의 묘지문화(밭자락에 묘지를 많이 씀)를 기차길 옆에서도 확인 할 수가 있다.
타 지역에 비해 산이 적음에서 오는 편리함일까!!
18:34 감곡역 (甘谷)
작은 나라에서도 같은 지명이 많다.
지금까지 아홉개의 역을 지나다. 4-5분에 한개역을 통과한다.
하행선 KTX 열차가 지나가다.
18:40 김제역 (金堤)
현재까지는 열차가 생각보다 빠르다.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지대답게 철길 바로 옆까지 논이다.
역사 맞은편 철길건너 오래된듯한 사택이 인상적이다.
( 논 옆으로 달랑 한채만 있어 아주 외로워 보이는)
18:46 와룡역 (臥龍)
와룡선생의 고향인가보다.
18:50 부용역 (芙蓉)
연꽃 마을
18:58 익산역 (益山)
구 이리역이다. 보석의 도시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다.
통근열차라는 느낌에 차안이 시끌벅적하고 시골장터같은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학생들은 볼 수도 없고 주로 나이 지긋한 직장인들이라
오히려 새마을호보다 조용하고 한적하다.
19:00 출발하면서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을보니 역무원들의 교체가 있었나보다.
원불교재단이 운영하는 원광효도마을을 지나다.
19:05 황등역 (黃登)
제법 큰역이다.
소고기 비빔밥과 선지국밥이 유명한 집이 있어 꼭 한번 들려야 할 곳이다.
19:10 다산역 (多山)
多山 ? 주변에 산은 멀리만 보이는데~~~
19:15 함열역 (咸悅)
KTX 열차 추월관계로 15분간정차. 본래 타기로 했던 새마을호까지 추월하다.
지난 성탄전야를 보낸 곳이다.
(수원에서 내려오다 잠이들어 서대전에서 내리지 못하고 이곳에 새벽2시에
내려 난생처음 비디오방에가서 3시간을보내고 올라갔다)
19:36 용동역 (龍東)
역사옆의 자그만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19:42 강경역 (江景)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구 강경.
새로단장한 역사는 퇴색된 옛날의 잔영마저 없애버렸다.
황복식당의 추억은 어디 있을까?
창밖으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다.
19:50 논산역 (論山)
젊은시절 말이 필요 없던 곳
" 아들 낳으면 엎어 놓는다 " 고 농담하던 진한 추억이 서린 곳이다.
첫댓글 늘 풍류를즐기는 영서를 볼때마다 부럽다니까. 올여름휴가때는 우리나라 최남단이라는 거문도 백도엘 다녀올까하는데 계획대로 될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