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엄마
나는 작년 한 해 동안
경기도 포천에 있는 고령자 친화기업인
캠핑용 장작 생산 업체에서 일을 했다
자동차로 삼사십분, 조금 멀기도 하고
월급은 쥐 꼬리이지만
고령자 예우 차원에서인지
부장님 직함을 달아주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포장 작업 하시는 아주머니들, 자질구레한 뒷일을 도와드리는 일이었다
성과급제 작업장은 언제나 웃음이 넘쳐나고 즐거웠다
바쁘던 손놀림도 정오가 되면
뽀얗고 예쁜 여자의 손으로 돌아간다
모두 퇴근한 썰렁한 작업장,
지난달에 입사하신 할머니 한 분은
점심도 안 드시고
혼자남아 늦게까지 일을 하신다
혼자 하는 일, 지루 할 것 같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탕을 몇 개씩 갔다 드리고
말을 건네어보아도
잔잔한 미소와 목례로 대답 하신다
말수가 없으신 분이구나 하면서도
괜스레 관심이 가는 할머니
오늘도 사탕을 건네드리고 돌아서는데
나를 부른다
저 부장님 저에게 주신 이 사탕
어디서 사신 거예요
처음 듣는 목소리다 왜냐고
自初至終 (자초지종) 을 물어보니
긴 한숨을 따라 나오는 기구한 사연들
끝내는 눈물이 말을 끊었다
저는 버려진 아기로 고아원에서 자라
血肉 (혈육) 이 없습니다
삼십 년 만에 남편을 만나 둘이 되었고
일 년 후에 아들도 태어났습니다
세 식구의 행복도 잠시
아들이 네 살 되던 해 남편은 몹쓸 병 그놈에게 저세상으로 끌려갔습니다
둘이 남은 세상
삼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짝을 찾은 아들
다시 세 식 구로 살다가
며느리 불임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아들은
그 자리에 죽음을 당하고
며느리는 전신에 중상을 입어
이 년째 죽은 목숨, 살아있는 몇 개의
손가락 으로 글을 써서 대화를 합니다
자원봉사자님들 도움으로 살아가는
며느리는 온종일 저를 기다리고
사탕을 鶴首苦待 (학수고대) 하고 있어요
제가 일을 언제 그만둘지 몰라
사탕 사는 곳을 알아 두어야 할 것 같아서 여쭈어 보았습니다
봄이 떠나가는 오뉴월부터
결근일수가 많았던 할머니
뜨거운 여름 햇살에
꽃들이 웃음을 잃어갈 때
할머니의 며느리는
세상을 잃었다는 소식을 받는다
나는 직장 동료 대표 자격으로
조문을 갔다
아들, 며느리 이름을 부르며
嗚咽 (오열) 하는 할머니
타고난 운명에 대한 저주같은
거친 울음 속에서
응어리가 터진 한 여인을 보았다
술잔이 오고 가는 한쪽 테이블
잘된 죽음이라는 듯
며느리 가족들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슬픈 만남을 끝으로 볼 수 없었던 할머니
나는 일 년 계약직 만료로
백수가 되어 허송월을 보내고 있다
산과 들 이 붉게 익어가는 시월의 막바지 뜻밖에 할머니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선다
야윈 얼굴을 감추지 못한 할머니
반가운 웃음 속에 수심이 가득하다
제 며느리는 글 쓰기를 좋아하고
詩人 (시인) 의 길을 가고싶어 했습니다
마지막 남긴 글에서 그렇게 좋아하던
사탕 예기가 쓰여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를 도와주신 감사 인사도
드릴 겸, 며느리가 쓴 글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뵙자고 했습니다
부장님 시인이시라는 걸 저는 알고 있어요
귀퉁이가 찢겨나간 노트 한 장에
짧은 시 한 편, 제자리도 못찾은
詩語 (시어) 들이 꾹꾹 눌려 적혀있었다
어머니와 엄마 / 정지선
이 아픔 훌훌 털고
벌떡 일어나고 싶어요, 어머니
안간 힘을 쓰는 만큼
더 깊이 빠져드는 구렁텅이
차가운 별 하나 내려옵니다
아기도 낳고,
어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저도 어머니 닮은
엄마가 되어 보고 싶었습니다
가슴으로 챙겨 주시던
달콤한 사탕
다 먹을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께 드리려고
머리맡에 남겨 놓았습니다
첫댓글 세상사 호사다마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할머니의
사연이군요.. 고아로 살아온것도 모자라
남편도, 아들도, 며느리 까지 죽음으로..
사탕으로 인한 인연, 며느리의 싯구절..
가슴져미는 애절한 사연 잘보고갑니다.
아이구 일찍 오셨네요 회장님
너무 불쌍한 할머니를 만들었나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이리 가슴이 막혀 오나요.
절절한 할머니 며느리 어딘가 이런 아품의 삶이 또 있겠지요.
관희선생님 이글쓰시면서 더성숙한 삶이 돼셨으리라 . 생각 됩니다.
안녕하세요
다향 선생님
저렇듯 기구한 운명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할머니도 며느리도 가상으로 쓴글이니 너무 안타까워 마십시오
내일 부터 춥다고 하네요 옷 따숩게 입으시고
고뿔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