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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는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던 사람이 지방의 다른 대형병원에서 서울대병원 진료 기록을 토대로 추가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최근 연임이 결정된 성상철 서울대병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2002년)과 서울대병원(2004년)을 디지털화한 경험을 토대로 전국 대형 병원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범정부 기구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이-헬스(e-health)' 분야를 맡고 있는 성 원장은 "전국 대형병원이 네트워크화되면 같은 병원을 찾기 위해 멀리서 찾아올 필요도 없고 중복 검사와 진료를 하지 않아도 돼 의료비용 절감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경우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기존 병원에서 받은 진료ㆍ검사를 다시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성 원장은 또 2009년 초 오픈하는 외래 위주 암센터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암센터가 개설되면 그동안 문제가 돼 왔던 이른바 '공개진료' 문제도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환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찰을 받게 되는 공개진료는 개인 의료정보가 노출된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신설 암센터는 외래만 실시하는 3000여 평 규모로 기존 것과 합치면 외래 진료 공간이 두 배로 늘어나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암센터에는 외과 내과 등 암관련 진료과가 모두 입주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한 달 가량 걸리던 타과별 협진도 한번 진료 방문으로 해결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은 또 앞으로 수익사업을 위해 사람과 의료기기의 임상시험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성 원장은 "현재 의료보험체계로는 병원이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전제하면서 "인천 청라지구에 세워지는 병원과 연구소를 기존 혜화동에 있는 임상의학연구소와 함께 임상시험의 메카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시험에서 발생한 수익을 의료서비스 증진에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서울대병원은 현재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인천 청라지구에 서울대ㆍKAIST와 공동으로 바이오 메디클러스터를 구축해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012년 오픈할 예정인 청라지구 서울대병원과 연구소는 200~300병상 규모 중형이지만 암과 뇌질환, 심장질환 등 난치 질환에 특화하는 동시에 임상시험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청라지구에 들어서는 메디클러스터는 또 외국인 환자 유치에 주력해 동아시아 의료 허브로 성장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성 원장은 "이미 정부에서 그동안 외국인 환자 유치에 걸림돌이 돼 왔던 비자 문제를 해결해주기로 했다"면서 "암 등 일부 치료분야에서 세계 5위 안에 드는 세계적인 임상 수준을 갖고 있는 서울대의료진의 능력이 발휘되면 세계적인 의료 센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불법체류가 늘어날 것을 염려해 일부 국가 국민들의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했으나 앞으로는 병원이 환자의 치료를 보증하는 등의 조건으로 손쉽게 비자를 발급하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 원장은 "의료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려면 민간보험 허용, 영리법인 인정, 보험수가 개선 등 병원간 선의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경식 기자 / 사진 = 김성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