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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6.01.08 21:00
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왼쪽 두번째)가
새로운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식품의약국(FDA) 국장 마티 마카리,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 국장 메흐메트 오즈, 농무부 장관 브룩 롤린스. photo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진짜 음식을 먹으라”며 미국인의 식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 식단 지침을 내놨다.
첨가당이 든 초가공 식품과 정제 탄수화물은 강하게 배제하고,
그동안 ‘건강의 적’으로 지목돼 온 붉은 고기와 전지방 유제품 섭취를 오히려 권장하는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5년마다 개정하는 식이 지침이 정반대 방향으로 뒤집히면서, 미 식문화 전반에 큰 논쟁이 일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과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은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을 공식 발표했다.
이 지침은 학교 급식, 군 식단, 저소득층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 등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영양 정책의 기준이 된다.
케네디 장관이 주도해온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 구상이
구호를 넘어 정책으로 구현된 첫 사례다.
이번 지침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케네디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메시지는 분명하다.
진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라며 “미국인은 가공식품 때문에 병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침은 고단백·고지방 식단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체중 1㎏당 1.2~1.6g으로 상향됐다.
기존 기준(0.8g)의 최대 두 배 수준이다. 매 끼니마다 단백질 섭취를 강조하며,
계란·가금류·해산물은 물론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도 주요 공급원으로 명시했다.
지방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저지방·무지방 유제품을 권했던 과거 지침과 달리,
이번에는 전지방(full-fat) 우유와 치즈 섭취를 허용·권장했다. 포화지방과의 ‘전쟁’을 끝내겠다는 선언도 담겼다.
대신 식물성 기름뿐 아니라 버터나 소기름 같은 동물성 지방도 조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포화지방이 하루 총 열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단서는 달았다.
새로운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에서 제시한 새로운 '음식 피라미드'.
미국인들이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품을 꾸준히 섭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된 간단한 안내표다.
photo 미 보건복지부
반대로 초가공 식품에는 사실상 ‘퇴출’ 경고가 내려졌다. 포장 베이커리, 과자, 스낵류, 설탕이 첨가된 음료와
정제 탄수화물은 미국인이 섭취 열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섭취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한 끼에 허용되는 첨가당은 최대 10g으로 제한됐다.
식단 그래픽 역시 곡물이 하단에 위치하고, 단백질·유제품·지방·채소·과일이 상단에 놓인 ‘뒤집힌 피라미드’ 형태로 제시됐다.
음주 지침도 바뀌었다.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남성 하루 2잔, 여성 1잔’이라는 구체적 기준은 사라지고,
“건강을 위해 술을 덜 마시라”는 포괄적 권고로 대체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센터(CMS)의 메흐메트 오즈 청장은
“가능하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명확한 수치 기준을 뒷받침할 충분한 과학적 데이터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침에는 발효식품도 등장한다. 장내 미생물 건강을 위해 김치, 사우어크라우트, 케피어, 미소 등을
채소·고섬유질 식품과 함께 섭취하라고 권장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식생활 지침에 김치가 명시된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 반응은 엇갈린다. 설탕과 초가공 식품을 줄이자는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붉은 고기와 전지방 유제품을 식단의 중심에 둔 데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됐다.
뉴욕대 영양학 명예교수 마리언 네슬은 AFP에 “전체적으로 혼란스럽고 모순적이며 이념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면서도 “가공식품 섭취를 자제하라는 권고만큼은 매우 강력하고 옳다”고 평가했다.
스탠퍼드대 영양학자 크리스토퍼 가드너는 NPR에 “붉은 고기와 포화지방을 최우선으로 배치한 것은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미국심장학회(AHA) 역시 신선식품 중심 권고는 환영하면서도, 나트륨과 포화지방 과잉 섭취로 이어질 가능성에 경고를 보냈다.
미 언론은 이번 지침을 두고 “미국 식문화의 대전환”이라고 평가한다.
가공식품 중심의 표준 미국 식단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고기와 지방의 ‘명예 회복’을 선언한 만큼
실제 식생활과 건강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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