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와 히가시나루세의 비결
아키타 현(秋田県)은 일본 혼슈 북부의 동해 연안에 위치하고 있는 현입니다.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지만 계절의 구분이 뚜렷하여 사계절의 변화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세계유산인 시라카미(白神) 산지를 비롯하여, 일본 삼대 미림으로 꼽히는 아키타 삼나무 등을 비롯하여 천연의 아름다운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금년에는 30여년만의 대폭설로 마을과 산과 들이 구분이 안 될 만큼 엄청난 눈으로 뒤덮여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雪國)을 완벽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현(県)의 서부에 있는 다자와 호수(田沢湖)는 일본 제일의 심도를 자랑하는 칼데라호로 주변에 수많은 온천 휴양지가 산재해 있습니다.
특히 아키타의 가쿠노다테는 매력적인 옛 마을로 작은 교토로 알려져 있으며 옛 사무라이의 집들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기도 합니다.
아키타(秋田)는 양질의 쌀과 물로 만든 지자케(地酒; 지방에서 만드는 전통 술) 생산이 매우 왕성하며, 질 좋은 쌀의 고장이자 맑고 깨끗한 물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아키타현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가 일본 내에서는 매우 열악한 편으로 그동안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키타와 아오모리를 연결하는 스키와 온천 관광 루트가 개발되어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농업, 임업, 어업 등의 전통 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키타 현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점은 젊은이들이 대거 도시로 이주하고 있어 인구 감소가 일본 내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별로 주목 받지 못하고 있던 아키타현이 근래 우리나라 방송에 소개되면서부터 관심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키타현 학생들의 학력이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 학생들을 재치고 전일본 학력평가에서 지난 몇 년간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문화적으로 뒤떨어진 산골마을 아키타현, 특히 그 중심에 있는 히가시나루세 소학교의 학력 향상 비결은 그동안 방송에서도 분석되었고, 그곳의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실험 적용했던 남해 삼동초등학교의 사례에서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지난 2월에 아키타현 교육위원회와 히가시나루세 소학교를 방문하여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일본 교육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리고 학력 향상의 비결을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키타현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학력 향상의 비결을 몇 가지로 설명해 주었습니다.
첫째, 학급당 학생 수를 소인수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는 점을 들었습니다.
소학교 1,2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학급당 학생수는 30여명 정도로 하고, 소학교 3-6학년과 중학교 2-3학년의 경우 기본교과(소학교는 국어, 산수, 이과, 중학교는 수학, 이과, 영어) 수업시간은 20여명 정도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둘째, 2002년부터 학생들의 학습 상황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년에 4월과 12월로 2회에 걸쳐 소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학생들이 해당 학년의 학습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테스트를 그 하나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셋째,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수업연수를 실시하고 있는 점을 들었습니다.
특히 교사들의 수업공개 연 1회 실시를 당연시하고 있으며, 현의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이것이 학생 학력 향상의 가장 큰 요인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넷째, 특정 교과시간에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가 들어가 팀티칭을 실시하고, 보조교사는 뒤진 학생들에 대해 개별지도를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밖에 방송에서 소개되었듯이 학생들의 가정학습 과제 이행률이 전일본 평균치보다 무려 30%이상 높은 75% 정도를 보이고 있는 점, 그리고 히가시나루세 소학교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두뇌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아침밥 먹기를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는 점 등을 학력 향상의 요인으로 들고 있었습니다.
히가시나루세 소학교의 교실 환경과 교사의 수업 현장 등을 돌아보았습니다.
우리의 교육 현장보다 나은 것, 특히 그 학력 향상의 비결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기 위해 선생님들의 수업 모습도 살펴보고 학생들의 활동 모습, 그리고 교실과 시설 환경 및 교육프로그램 등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우리와 다른 점은 방과후학교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이 정규수업이 끝나면 참여하고 싶은 스포츠와 음악 부서에서 활동하도록 하고 있었고, 우리의 방과후학교처럼 교과 유사활동(기초학력반, 논술, 컴퓨터, 한자 등)은 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각종 연수활동이나 교육시설 등에 있어서 우리가 뒤지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아키타와 히가시나루세의 무엇이 전일본 학력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도록 하였을까요. 그것은 교사의 책무성에서밖에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히가시나루세 소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그날 배운 학습내용을 가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복습할 수 있도록 반드시 과제를 제시하고 있었고 다음날, 과제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하고 있었으며, 뒤떨어진 학생에 대해서는 기본학습내용에 대한 지도를 충실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학력 향상에 대한 아키타와 히가시나루세 소학교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직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과제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살펴보고 성실하게 지도하는 책임감 강한 선생님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한사람도 낙오되지 않고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학교와 교육청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결국은 자신들의 지역을 위해 봉사할 것이므로 장기적인 투자 차원에서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열성적으로 하고 있는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있었을 뿐입니다.
교사의 학생 교육에 대한 깊은 책무성과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학교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아키타와 히가시나루세의 학력 향상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을 찾아 모여들 것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의 각별한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 인생에 특별한 전기를 맞게 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아이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이야말로 아이들의 인생길에 방향타 역할을 하는 실로 막중한 위치에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 책임이 너무나 크고 막중하여 차마 말 한마디 하기 조차 조심스러울 지경입니다.
아이들의 인생은 선생님으로 인해 꽃 피고 열매 맺고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생님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너무나도 신성하고 너무나도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푼 기대와 새로운 희망이 넘치는 3월의 교단이 이제 열리고 있습니다.
아키타 그리고 히가시나루세와 같은 작은 기적들이 우리들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보람찬 교단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