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 내일 부산에서 있을
푸른복지출판사 현장사회사업가 글쓰기 운동 및 홍보사회사업 특강 때 나눌 생각을 정리합니다.
'사회사업가로서, 기록을 왜 하는가? 무슨 유익이 있는가?'
제가 안남에서 일할 때 어떤 이유로 기록을 중요하게 여겼고,
기록을 하니 스스로 어떤 점이 좋았는지 되물었습니다.
기록의 이유 혹은 당위성이고, 보태자면 유익일 수도 있습니다.
첫째,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사람살이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이는 기록을 하는 이유, 당위성이자
어떤 기록을 남기느냐와도 밀접합니다.
저는 안남에서 일하는 동안 그때그때 쓴 기록을
사회복지정보원 카페와 제 개인 블로그에 공유했습니다.
기록 가운데 안남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 동네 지명이 자연스럽게 담겼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마을의 자랑할 만한, 따뜻한 사람살이를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부끄럽거나 흉이 되는 이야기 말고 누가 보아도 가슴 따뜻해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이자 이웃으로
관계, 소통하는 자연스럽고 감동적인 일상을 담았습니다.
누가 봐도 좋을 긍정, 감사, 감동이 담겨 있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당당할 수 있는 글이니 비밀로 해야 할 까닭도 적었습니다.
또한 일하면서 아이들의 학교를 찾아가
학교 선생님을 뵙고 나눈 이야기도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들이 어떤 효과를 불러왔을까요?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음,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많이 합니다.
가령, '안남'과 관련 있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제 기록에 동네 지명, 사람 이름, 고유 대명사(예를 들어, 학교 이름)가 있어
검색 결과에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렇듯 누구나 자연스레 기록을 접하기 쉬워졌습니다.
즉, 우리가 어떻게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사람살이를 기록하느냐가
보통의 대중 혹은 그 지역에 관심이 있거나
직간접적으로 연고가 있는 이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는 비록 짧은 기간 일하며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에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제 글을 읽었습니다.
'내 고향이 안남인데...',
'어릴 적 옛 모습이 생각난다. 그립다'
향수가 물씬 담긴 방명록이 남곤 했습니다.
아이들과 지역사회의 사람살이가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에 오랜 파문을 남게 한 겁니다.
안남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께서도 제 글을 읽으셨습니다.
안남에서 지낼 동안 살 집을 구할 때
학교 교장 선생님 덕분에 도움 받은 이야기,
학교 교장 선생님 찾아뵙고 들은 말씀 중 와 닿은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을 기록에서 세워드렸고,
본인을 세운 글을 읽은 교장 선생님께서 저를 나쁘게 보실리가 없습니다.
나중에 찾아 뵜을 때 학교 교장 선생님께선 제 글을 읽었노라며
사회사업가로서 일하는 태도를 높이 사주셨고,
실제 도서관이 겨울방학 때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과 아이들의 일상을 잘 도울 수 있도록
학교 방학 계획서를 기꺼이 내주시고, 격려해주셨습니다.
또 한 아이가 만들었던 나무젓가락 총 글은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 아이가 만들었던 나무젓가락 총이 유명해지자
그걸 구실로 아이와 부모님, 지역사회에 감사하고 자랑할 일이 또 생겼습니다.
이처럼 읽는 이부터 지역사회와 당사자까지 좋은 영향을 받게 되고
일하는 저 또한 지역사회에 신뢰를 얻고, 감사할 구실이 생겼으니 유익이 참 컸습니다.
보태어, 어떤 기록이면 좋을까요?
한덕연 선생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회사업가의 고뇌와 성찰이 묻어나고 행동의 의도가 설명되어 있는 기록,
그 결과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 보여 주는 기록,
사회사업 가치와 당 사업의 의의가 드러나는 기록, 그런 일지, 사진, 동영상…
특히 당사자와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위주로 하되,
사람다움이 묻어나고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는 이야기,
‘그래 이래야 사람이지, 이런 게 사람 사는 거지!’ 하고
감동할 수 있는 기록을 담아야 합니다.
철암도서관 김동찬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철암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모습과
철암 마을 사람들의 이웃과 인정이 있는 사람살이를 꾸준히 기록하자
처음에 철암을 안쓰럽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어
철암에 사람 사는 모습이 보고 싶어 찾는 이들도 늘고,
찾아온 이들이 물어보는 질문도 전혀 달라졌다고요.
홍보사회사업 전문가 김종원 선생님과
춘의종합사회복지관 신현환 선생님이 만드신 기관 소식지에 담긴 기록에
당사자나 지역사회가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나오니
실제 소식지에 나오신 분께서 주위 사람 나눠주게 여러 부 달라는 얘기도 하셨다고요.
학부시절, 책이나 교수님으로부터 이런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사회사업의 효과성에 대한 비판에 반박할 때,
사회사업은 정량평가나 계량화, 수치화해서 따질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요?
저는 그 도구 중 하나가 우리의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하는 일로 하여금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돋보이고 빛나게 하는 기록!
읽는 이로 하여금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관계, 소통하며 일어나는
사람답고, 사람 사는 맛이 나는 사람살이에 감동하고 가슴 뭉클해지는 기록!
기록을 하는 첫 번째 이유이자, 당위성이며
어떤 기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둘째, 자기성찰과 발전을 위한 도구입니다.
기계적으로 출퇴근만 반복하며 월급날짜만 기다리는 샐러리맨이 되어 버린 모습...
혹시라도 그럴지 모르는 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기록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과 상황 가운데 왜 그렇게 생각하거나 실천했는지
사회사업가로서의 고뇌, 성찰과
행동의 의도가 드러나는 기록,
사회사업가로서 고뇌, 성찰하고 행동하여 의도한 결과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기록,
사회사업 가치와 당 사업의 의의가 드러나는 기록이
제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오늘 이런 원칙을 세워 실천해봤다. 이번 사업만큼은 자기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켜 해봐야겠다'
'오늘 이렇게 의도해보았으나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일은 어떻게 해볼까?'
스스로 묻고 답하며 부족한 만큼 더 찾아서 공부하게 되고,
더 깊이 궁리할 좋은 계기와 자극이 되었습니다.
셋째, 피드백과 슈퍼비전의 도구 입니다.
우리 하는 일을, 앞뒤 없이 이렇게 했다는 '사실'만 적는 게 아니기에
그 기록에 제 고뇌와 성찰, 행동의 의도가 담겨있으며
그로 인한 결과가 드러나고,
그 후 다시 정리된 제 생각이 담겨 있으니 피드백과 슈퍼비전을 받기 좋은 도구가 됩니다.
저는 기록을 남긴 다음 날 아침이면
사회복지정보원 카페에 달린
격려, 지지, 조언, 제안 가득한 피드백, 슈퍼비전을 보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힘이 나고, 아이디어가 생기고 아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좋은 피드백과 슈퍼비전은 사회사업가의 성장, 발전에 귀한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피드백이나 슈퍼비전을 하려면, 무엇인가 적절한 자료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피드백이나 슈퍼비전을 통해 나 자신을 성장시킬,
'기록'이라는 도구를 사용해보시지 않겠습니까?
넷째, 사회사업가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감사, 긍정의 강화, 확산의 도구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가고 난 저녁에, 주로 기록을 했습니다.
그 날 아이들과 지역사회를 만나며 감사한 일, 감동한 일을 찬찬히 떠올렸습니다.
매일 머리 속 상황이 같지 않아 모두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어
그 때 그 때 고마운 일, 감동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핸드폰이나 메모장에 핵심이 될만한 말을 메모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들을 보며
그 날 고맙고, 감동했던 일들의 실타래를 찬찬히 풀 듯 적었습니다.
고마운 일, 감동했던 일 위주로 생각하고
그 일들의 의미를 곱씹으며 적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비록 속상한 일이 있었다 한들,
고마운 일이 더 많았구나 싶어 힘이 나곤 했습니다.
열 가지가 잘 안 된 날이 있을지라도
단 한 가지 잘 된 것이 있어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기록이 사회사업가의 소진예방을 위한 도구요, 방법이었습니다.
마음 안에 탁해진 기운을 애써 들어내기보다
맑고 깨끗한 좋은 기운을 자꾸 생각하고 곱씹어
이스트를 넣은 빵처럼 부풀리고 확장시키는 훈련이었습니다.
다섯째, 기록은 자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도구입니다.
기록을 꾸준히 하고 공유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가령, 교수님들께서 자신이 전공한 세부분야에 깊이 파고들수록
그 분야의 권위를 인정받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국민연금 재정쪽은 어느 교수님께 자문을 구해봐'라는 식으로 말이죠.
사회사업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자신의 업무를 개선, 발전시키며 기록하고 공유하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철학, 경륜이 녹아듭니다.
자기 포지셔닝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본인 스스로 전문가라 칭할 필요 없이,
남들이 인정하는 전문가가 되는 셈입니다.
김세진 선생님께서 재가복지 일을 하시며
꾸준히 적용, 개선, 발전시킨 사례를 공유하시니
재가복지 업무를 하시는 분들은 만나보진 못 했더라도
'김세진 선생님'하면 잘 아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끝으로 한덕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지식공유의 제1,2 법칙을 말씀드리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지식 공유의 제1법칙은 "지식을 나누어 주는 자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정보와 지식을 자꾸만 남에게 퍼주고 공유,확산시키는 사람과 그 조직은
해당분야에서 인정받게 됩니다.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좋은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고 또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어도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지 않고 알리지 않으면 누가 그를 알아주고 인정하겠습니까 ?
만약 여러분이 다니고 있는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혹은 재직중인 기관에서,
실천하고 경험하고 연구하여 얻은 지식을 잘 정리하여
그것을 사회복지계에 배포하고 공유한다면,
워크샵이나 세미나를 개최하여 알리고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고
여러 가지 매체와 경로를 통해 사회복지계에 자꾸만 나눠준다면,
그 학교나 기관의 위상, 가치가 어떻게 될까요 ?
조직내에서도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어주는 사람,
그 사람의 몸값, 가치가 높아지지 않습니까 ?
남에게 알려주고 나눠주면 손해를 본다거나 자신의 지식이 닳아 없어지나요 ?
지식은 퍼줄수록 풍성해지는 것입니다.
지식공유의 제2법칙은 "지식을 나누어 주는 자가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지식을 공유시켜 주려는 사람은,
보고 듣고 읽는 것에서 옥석을 가릴 줄 알고
가치있는 정보, 가치있는 지식을 간파하는 능력이 생겨납니다.
또한 지식을 공유시켜줄 때 그 지식은 체화(體化)되어 오래도록 기억되고 활용되어집니다.
지식을 혼자서 간직하고 있으면 썩어 없어지거나 효용이 소멸되어 가는데,
남을 가르치고 지식을 공유시켜주면 그 자신에게 큰 유익이 됩니다.
그리고, 지식은 나누어주어야만 남으로부터 보완,수정,격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피드백이야말로 자신의 지식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식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인정받고 유명해지고 부가가치가 높아지며,
지식은 나누어줄 때 그 효용이 나뉘거나 닳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효용이 상승하며, 그 깊이와 넓이와 높이가 더해가는 이상한 재화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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