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의 노천탕.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퍼뜩 머리 속에는 온천왕국 일본이 떠오르지만 환율을 생각하면 언감생심. 그렇다고 국내의 물 좋고 풍광 좋고 놀기 좋은 스파를 가려 해도 머리가 띵해옵니다. 기름값에 차 막히고 사람에 치이고…. 앓느니 죽지.
그런데 까맣게 잊고 있는 게 있습니다. 부산 역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온천도시란 사실. 천년 역사를 품은 동래·해운대온천을 비롯해 부산에만 온천지구가 26곳(미개발지구 7곳 포함), 온천장만 50개가 넘습니다. 7대 대도시 가운데 온천이 가장 많습니다.
무엇보다 지척에 있어 삼시세끼 챙기듯 자주 갈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온천욕 약발을 받으려면 적어도 3~4주는 꾸준히 몸을 담가야 하기 때문이죠. 몇몇 호텔을 제외하면 대부분 5000원 안팎으로 부담없이 '온천욕 한 첩'을 맛 볼 수 있습니다. 마실 가듯 하는 동네온천이라고 얕잡아볼 게 아닙니다. 근래 온천업소들이 동네목욕탕 수준에서 벗어나, 시설 규모 조망 수질면에서 휴양지의 온천테마파크도 부럽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자연의 축복인 온천, 이제 멀리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의 옥외온천. 김성효 기자 shkim@kookje.co.kr | |
건물 디자인부터 눈길을 끄는 광안리 해변의 아쿠아펠리스호텔은 국내 최초의 빌딩형 워터파크다. 4층부터 9층까지 5개층이 모두 물놀이 시설로 채워져 있다. '워터파크 백화점'답게 좁은 건물 안에 각종 시설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온천은 5~6층. 계단을 타고 오르내리는 온천탕은 모두 바다를 향해 있다. 워터맥스로 이름붙여진 워터파크에는 파도풀 유수풀 수영장 슬라이드 등 20가지가 넘는 물놀이 기구에 전망 좋은 찜질방도 갖추었다.
시설이 조금 낡긴 했어도 태종대온천 역시 워터파크를 흉내낸 도심온천이다. 수치료 개념이 적용된 바데풀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기. 천장이 유리로 덮혀 채광도 좋다. 우주의 기운이 전해진다는 피라미드탕은 아이디어는 좋으나 신뢰하기가 어렵다. '동양 최대 목욕탕'이란 권좌를 꿰찬 동래의 허심청도 부산 시민이라면 한번쯤 찾아봤을 도심온천. 외국 여행책자에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부산의 단골 여행코스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뉴콘티넨탈호텔온천. 여느 온천 발견이 그렇듯 지하수를 뚫다가 '횡재'를 잡았다. 지하여서 조망은 전혀 없지만 시설·규모 면에서 부산의 온천업소 중 가장 화려하다.
도심 속 온천호텔을 표방하듯 지하 1층 탈의실과 지하 2층 대욕장은 온통 원목과 대리석, 천연 옥으로 뒤덮여 있다. 탕 안에 대형 벽걸이 TV 4대가 걸려 있어 무료함을 덜어준다. 유흥가 한복판에 자리잡은 게 이 온천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 이용객이 아직 많지 않은 데다 대부분이 성인이여서 호젓한 온천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대신 나이트클럽이 같은 건물에 있어 밤늦게 출입할 때는 주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정식 온천허가를 받지 못해 하루 채수량의 절반인 160t의 온천수만 빼 쓸 수 있다. 입욕료 5000원
◆ 3. 전망이 끝내주는 온천
단연 해운대 달맞이언덕의 베스타온천이 압권이다. 바다 조망이 좋기로 국내는 물론 멀리 해외에까지 입소문이 퍼졌을 정도다. 통유리를 통해 해운대 앞바다와 오륙도, 광안대교까지 보인다. 일출과 일몰 시간에 특히 분위기가 좋다. 해운대 일원의 특급호텔 사우나는 하나같이 전망은 환상적이지만 입장료가 부담스럽다.
아쿠아펠리스호텔온천은 광안대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 대교에 야간조명이 드리울 때 특히 인상적이다. 구포 시가지와 낙동강의 구포대교가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사상구의 스파캐슬도 전망 좋은 온천으로 손꼽힌다.
◆ 4. 노천욕하기 좋은 온천
파라다이스호텔의 4층 옥외온천은 풍광 곱기로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소문난 노천온천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조경수 사이로 탁 트인 해운대가 한눈에 담긴다. 해외 언론들이 부산 취재 때 꼭 들르는 단골 촬영지라고 한다.
아쿠아펠리스호텔 노천탕에서 본 광안대교 야경. | |
◆ 5. 최고 수질의 온천
온천마다 함유 성분을 부풀려 홍보하는 데다 광물이 인체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도 명확하게 검증된 바가 없어 수질의 우위를 가릴 근거가 없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 역사가 깊은 동래온천과 해운대온천의 수질이 제일 뛰어나다고 보는 게 무방하다. 일단 두 온천지구 모두 수온이 타 온천에 비해 확연히 높다. 동래온천은 64도, 해운대온천은 48도에서 57도 사이다. 타 온천들이 물을 데우는 반면 두 온천은 되레 식혀서 공급한다. 해운대온천은 신라의 진성여왕이 온천욕으로 피부병이 나았고, 동래온천은 신라의 신문왕이 온천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두 곳 모두 무색투명한 알칼리성 단순식염천으로 위장병 신경통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 온천지구 내의 업소 대부분 양탕장에서 온천원수를 같이 공급받기 때문에 수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
동래온천의 금정탕. | |
현재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업소는 동래온천의 금정탕. 정식 영업은 1954년부터지만 문을 연 지 80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게 주인의 설명이다. 연륜에 비해 내부는 좁고 허름한 시골 목욕탕 수준이다. 이용객이 많지 않아도 수십 년 단골들이 꾸준히 찾는다. 동래온천에서도 물 좋기로 정평이 난 녹천탕은 개인 온천사업자로는 처음 장사를 시작한 곳이다. 자가 온천공 7개를 보유하고 있다. 온천공 한 개의 땅값(3.3m)이 1억 원을 웃돈다고 한다.
해운대구청 맞은편 온천빌딩인 해운대온천센터는 해운대 일대에서 맨 먼저 대중온천목욕탕을 시작한 할매탕을 허물고 새로 지은 온천. 옛 할매탕 흔적은 말끔히 지워졌지만 원탕을 이어 받았다. 현재 해운대온천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은 청풍장과 송도탕. 둘 다 50년이 넘었다. 개인 온천공을 갖고 있어 건물과 시설은 낡고 허름해도 수질이 좋아 입욕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산동 뉴콘티넨탈호텔온천. | |
일본의 온천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노천 족탕이 동래온천에도 있다. 138㎡(약 42평) 크기로 한꺼번에 50명까지 이용 가능하다. 양탕장에서 남은 온천수 20t을 매일 공급한다. 무료이며 하루 300명 정도가 족욕을 즐긴다.족탕 바로 옆의 자판기에 1000원을 넣으면 마른 수건이 나온다. 노천 족탕은 겨울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이외 시간에는 온천수 공급이 중단된다. 족탕 바로 옆에는 1766년 동래온천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것을 기념해 세운 온정개건비가 있다.
# 부산 온천수의 특징…위장병 신경통 효험있는 단순·식염천
단순천이란 함유된 광물질이 ℓ당 1g 이하의 묽은 온천으로 국내에서 가장 흔한 온천수다. 그렇다고 해서 치유능력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다. 무색 투명하며 수질이 부드러워 피부병 신경통 위장병 혈액순환 등에 두루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식염천은 1ℓ에 염분이 0.5~1g 이상이 함유된, 말 그대로 짠맛이 나는 온천수를 말한다. 비누가 잘 풀리지 않는 특징이 있으며 보온효과가 있어 입욕 후에도 훈훈한 기운이 오래 남는다. 바다가 인접한 부산 온천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음용에는 부적합하다.
그리고 온천수는 수온에 따라 섭씨 25℃ 이하는 냉천, 25∼34℃는 미온천, 34∼42℃는 온천, 42℃가 넘으면 고온천으로 분류된다. 우리 온천법에는 '25℃ 이상의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지하수'를 온천수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