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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새 '악동' X2가 한국 땅을 밟았다. 또렷한 성격과 탄탄한 기본기로 무장했다
'가성비'는 떨어지지만 보다 특별한 것을 찾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시승차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우아” 하고 감탄했다.
눈이 아릴 정도로 쨍한 파란색이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보통 색보다 훨씬 진한 이 파란색은 X2와 함께 소개된
‘미사노 블루 메탈릭(Misano blue metallic)’이라는 새로운 색상이다.
거기에 인테리어까지 화사한 베이지 톤이니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BMW는 X2를 통해 또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X2는 시대의 흐름과 브랜드의 지향점,
시장의 현주소를 관통하는 매우 독특한 모델이다.
SUV가 대세인 21세기, 고급스러우면서도 다이내믹함이 생명인 BMW 브랜드,
그리고 SUV 중에서도 최근 가장 핫한 시장인 콤팩트 세그먼트의 모델이다.
게다가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의 틈새까지 공략하려는 변종 SUV이기도 하다.
즉, 성공의 최대공약수를 모은 뒤 마지막 남은 한 자락의 시장까지 점령하겠다는 뜻이다.
BMW가 모델명 첫자리에 짝수를 쓸 경우, ‘한 끗 다름’, ‘개성이 강조됨’을 뜻한다.
개성이 강하다는 것은 보다 럭셔리한 시장과 고객층을 겨냥한다는 뜻이다.
X5에서 X6, X3에서 X4가 나왔듯이 X2는 X1의 파생형이다.
그리고 좀 더 스포티하고 럭셔리한 성격과 높은 스펙으로 보다 높은 가격대에 자리한다.
즉, 한 세그먼트를 두 모델로 채우는 것이다.
홀수 모델은 보다 보편적인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을,
짝수 모델은 보다 높은 포지션에서 이미지와 함께 더욱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겨냥한다.
그런데 X2는 BMW의 다른 짝수 모델들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외관 디자인이다. 승용 모델이건, SUV건 BMW의 짝수 모델 대부분은 쿠페 혹은 컨버터블이다.
하지만 X2는 쿠페가 아니다. 지붕이 뒤로 가면서 낮아지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쿠페 혹은 패스트백처럼 충분히 낮아지진 않는다.
만약 쿠페처럼 루프 라인을 낮췄더라면 뒷좌석 헤드룸이 비좁은,
해치백의 변형 모델인 ‘해치백 쿠페’의 콤팩트 SUV 버전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X2는 지금까지의 ‘짝수 모델들’과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아주 다이내믹해지기로 작정한 것이다. 물론 다른 짝수 모델들도 스포티하기는 하다.
그러나 쿠페의 루프 라인은 우아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도 낸다.
X2는 이런 분위기를 포기하고 역동성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X2는 두 가지 차별 포인트를 강조했다.
첫 번째는 타이트한 그린 하우스다. X2는 윈드실드부터 X1보다 낮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이를 더 낮췄다. 차체 뒤쪽으로 갈수록 유리창의 높이가 낮아지며
쐐기 형태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옆모습이 공격적인 느낌을 낸다는 건, 이미 오래전에 증명된 수법이다.
만약 여기서 끝났다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비슷한 접근이라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X2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두툼함과 예리함이 공존하는, 박력 있는 앞뒤 모습이다.
X2 얼굴은 X1보다 확연히 두텁다.
그런데 키드니 그릴은 오히려 낮게 깔려 있다.
마치 눈구멍이 옆으로 뚫린 투구가 연상된다.
뒷모습은 번호판을 범퍼로 옮기고 턱을 위로 올려 테일게이트를 평평하지만
동시에 타이트하게 디자인해 방패처럼 야무진 느낌을 갖도록 했다.
이런 수법들은 X2가 X1에 비해 공격적인 디자인과 실루엣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검정색 클래딩과 몰딩 등 디테일에도 적잖이 신경을 썼다.
게다가 시승차는 M 패키지와 20인치 휠까지 달았다. 박력에 박력을 더한 셈이다.
화려한 듯 보이지만 막상 중요한 편의·안전 장비는 빠졌다. 가격을 고려하면 앞좌석 통풍이나 뒷좌석 열선, 준자율주행 장비 정도는 들어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