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농장에서 일을 할 때 더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저녁이 되면 내려놓고 집으로 와야 합니다. 좋은 여행지에서 좀 더 머물고 싶은데 그곳을 떠나야 합니다. 가까운 벗들과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지만 헤어져야 합니다. 아직도 할 일도 많고 더 일하고 싶지만 직장을 내려놓고 떠나야 합니다. 일을 완성하고 내려놓기도 하지만 미완성인 상태에서 내려놓기도 합니다. 내려놓음의 섭섭함은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여름 내내 열심히 포도를 익혔던 포도나무 잎들이 기온이 내려가니까 모두 떨어졌습니다. 앙상한 포도나무 가지는 지난 봄철부터 가을까지 열매를 맺기 위해 애썼던 모든 노력을 내려놓고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려놓음은 자신의 뜻일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뜻일 수도 있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인 경우도 많습니다. 가까운 지인 한 분이 교회에 출석했습니다. 세상일에 열심히 살았습니다. 가까운 가족들이 교회출석을 권면했지만 성실한 농부로 세상을 살아왔던 그 분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살면서 자신의 삶을 고집했습니다. 그런데 힘든 투병생활을 하는 따님을 보면서 새 마음이 되어 교회에 출석을 했습니다. 세상일을 내려놓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내려놓는 것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입니다.
원로영화인 신영균씨의 기부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천국에 갈 때 성경한권만 있으면 된다는 이 분의 이야기가 감화가 됩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한 후에 인도와 파키스탄의 화해를 위해 노력했지만 열렬한 힌두교인의 총탄에 맞아 세상을 떠나면서 결국 마지막 목적은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가 남겨놓은 유산이 지팡이 하나, 돋보기 하나, 신약성경책이었습니다.
내려놓음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외면에서 내면으로의 여행입니다. 직장의 변화나 직업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어떤 분의 경우에는 지성에서 영성으로의 여행이었습니다. 생산적인 일에서 문화적인 일로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주도권을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는 일입니다. 내려놓음은 참 아름답습니다.
김 영 근 목사<예수사랑, 가족사랑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