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무기로 타미플루 등 개발
핵심 역량 외에는 대부분 외주
최고 인재 영입 효율성 높여
글로벌 벤처기업의 성공신화 페이스북과 나스닥 시가총액(116조원)이 비슷한 바이오벤처, 2009년 전 세계인을 1987년 공포에 몰아넣은 신종플루의 치료 알약 '타미플루' 개발사.
미국의 바이오벤처 '길리어드 사이언스(이하 길리어드)'에 붙는 수식어다. 글로벌 1위 보건기업인 존슨앤드존스(1886년)보다 101년 늦은 1987년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했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처럼 길리어드 역시 '혁신'을 부기로 타미플루, 한 알짜리 에이즈(HIV)치료제 등을 내놓으며 제약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앞날이 불투명한 한국의 제약기업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길리어드의 혁신 비결에 대해 이승우(56)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사장을 만나 들어본다. 이 사장은 길리어드가 2011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법인을 세우며 영입했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 4곳의 한국지사장을 거친 이 사장의 '벤처행'은 제약업계의 화제가 됐다. 그는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판매조직 없이도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못할 혁신 신약으로 시장의 판을 바꾸는 길리어드 방식에 끌렸다는 얘기다.
길리어드 한국지사의 직원은 30명, 전 세계 26개 법인을 통틀어도 직원은 6200명이 안 된다., 그러면서도 1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제약 회사들을 긴장시킨다. 이 사장은 "프로 스포츠 구단처럼 분야별 최고 인재를 영입해 효율성을 높인 조직의 힘"이라고 말했다. 길리어드는 연구개발 같은 핵심 역량 외에는 대부분 외주로 넘긴다. 미국FDA가 허가하는 신약이 매년 20개에 불과한데도 길리어드는 최근 12년간 10개의 신약 허가를 받아냈다. 이 사장은 "우리는 약이 아니라 '과학을 판다'로 말할 정도로, 과학을 통한 혁신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혁신 신약의 힘은 셌다. 자체 영업조직도 없이 2000년대 내내 연평균 34% 속도로 매출이 성장했다. 영업망이 탄탄한 제약사들(국내에선 유한양행)과 제휴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길리어드를 롤모델로 꼽은 데 대해 이 사장은 "제약산업은 시간이 걸려서 꽃을 피우는 산업"이라며 "신약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제도와 지속적인 투자가 길리어드 같은 바이오벤처를 키운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거대 제약사로 성장한 길리어드도 첫 수익은 2002년부터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