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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6월 29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629화] 역풍이 거셀 쇠고기시장 개방 논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손질하기 위한 실무협의가 이르면 내달 시작될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쇠고기시장 추가 개방이다. 미국은 한국의 무역장벽이 자동차 교역 불균형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들이 한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을 보면 억지 주장임이 분명하다. 미국산 자동차의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선호도가 낮은 것인 만큼, 양국의 이익을 고루 반영하는 수준의 '조정'이라면 국내 시장에 미치는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쇠고기시장의 완전 개방이다. 한미 양국은 촛불 시위를 겪은 뒤 30개월 미만 연령대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했고, 30개월 이상에 대해선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된 시점'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봉합한 상태다. 우리 정부는 "쇠고기는 FTA 협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 의회는 지난달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시장 완전 개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 FTA 비준과 연계할 움직임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협의 과정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경우 관세와 특별소비세 외에도 기술표준, 환경ㆍ노동기준 규제 등 비(非)관세 무역장벽이 다양하다. 적정한 선에서의 조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쇠고기시장 개방은 차원이 다르다. 30개월 이상 연령 대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양자택일 외에는 방법이 없다. 더욱이 촛불 시위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쇠고기시장 개방은 정치ㆍ사회적으로도 폭발력이 큰 예민한 사안이다.
미국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추가 개방을 밀어붙일 경우 정치적 역풍만 부를 게 뻔하다. 그럴 경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총체적 불신 가중될 개연성이 크다. 30개월 이상 연령 대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실무협의가 말 그대로 '조정'수준에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629화] 전작권 환수 연기 결정, 전면적 검증이 필요하다
쉬쉬하면서 몰래 추진하다가 어느날 저질러버리면 그만인가? 그럴 순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전시작전통제권은 국가주권의 핵심을 구성하는 군사주권인 까닭이다. 국회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공론의 장을 시급히 열어 저질러진 일의 문제점을 전면적으로 검증하고 중론을 모아야 한다.
정부와 보수신문 등은 전작권이 군사주권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는 거짓이다. 이들은 전작권이 한-미 안보협의회(SCM)와 군사위원회(MC)의 틀 속에서 한·미 두 나라 대통령이 합의한 지시에 따라 행사된다는 점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것은 형식일 뿐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는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사시에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좇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은 미군 태평양사령부가 입안하고 결정한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그들 나름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안보대응을 주도하리라는 점도 분명하다. 군사주권 유보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다.
우선 전작권 환수를 늦추겠다는 진짜 이유부터 규명돼야 한다. 국방부는 그제 “한국군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편으로 정보획득 등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안보 불안 심리를 언급하고 있다. 결국 일부 퇴역 군인들이 펼쳤던 전작권 환수 반대운동 등을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뜻이다. 안보 판단에 객관적·군사적 근거를 우선하지 않고, 정치 논리를 앞세웠음을 인정한 것으로 결코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특히 이면거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협상 과정과 논의 내용 모두를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월 초부터 김태효 청와대 비서관이 미국과 전작권 연기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한국 쪽이 먼저 조정을 요구한 만큼 미국 쪽이 반대급부를 거론할 법한데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심지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선 협의 경과도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결정은 최소 3년7개월간 군사주권을 제약한 조처다. 국회와 시민사회 차원의 엄정한 검증과 토론이 당연히 필요하다. 어제 야당은 국회 국정조사와 비준 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치권이 구체적인 공론화 방법을 시급히 마련하기 바란다. 여당도 떳떳하다면 논의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와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629화] "고문은 실적 강요 탓"이라고 청장 치받은 강북서장
채수창 서울강북경찰서장이 "양천서 고문(拷問) 사건은 범인 검거 실적으로 보직 인사, 승진 인사를 해서 (일선 경찰이) 실적 경쟁에 매달리도록 한 서울경찰청 지휘부 책임도 크다"면서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에게 자신과의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채 서장은 "실적이 안 나오면 (서울경찰청) 감사관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사생활까지 뒤졌다. 실적 나쁘다고 지적받은 뒤 순찰차를 전부 세워두고 도둑 잡았는지 보고하라고 독촉했던 나도 부끄럽다"고 했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성과주의를 완화시키려 노력했는데 승진하려는 중간관리자들이 직원들을 압박한 경우가 있다. (고문은) 양천서 1개 팀의 문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서는 서울경찰청 평가에서 4개월 연속 최하위에 머물러 최근 감사를 받았다. 채 서장은 그에 대한 반발로 실상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어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하지만 양천서 고문을 실적주의(實績主義)와 연관 지을 만한 간접증언들은 있다. 양천서는 "마약사범이나 강력범죄자 체포 과정에서 반항할 때 물리력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CCTV엔 작년 12월 거리에서 주운 다른 사람 카드를 32회에 걸쳐 사용한 혐의로 붙잡힌 김모씨가 고문당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마약사범도 살인강도도 아닌 사람을 입에 휴지를 넣은 뒤 테이프로 재갈을 물리고는 수갑을 뒤로 채워 팔을 위로 꺾어올리는 날개 꺾기를 한 것이다. 마약·특수절도 혐의로 수감 상태에서 지난 3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던 임모씨는 "경찰이 나더러 여죄 50가지가 있는데 27건을 네가 안고 검찰로 넘어가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양천서 강력5팀은 강력계 6개 팀 가운데 작년 9월~올 3월의 내부 평가에서 1위 3차례, 2위 2차례로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고문이 실적주의 평가와 관련됐을 수도 있는 개연성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경찰 수사는 국민의 인권(人權)을 지키는 데 기본 목적이 있다. 고문은 고문당하는 사람의 인간성을 문드러지게 만들어버리는, 인권 침해 가운데서도 가장 나쁜 인권 침해다. 이번 일의 진상(眞相)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러려면 경찰 내 감사 조직보다는 감사원 같은 경찰 밖 정부조직에서 나서서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신문 사설-20100629화] 아동 성범죄 예방 형량 상향만으론 부족하다
13세 미만 아동 대상의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상향될 전망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가 오늘 아동 성범죄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확정짓는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기본형을 종전의 징역 6∼9년에서 9∼13년으로, 감경형은 징역 5∼7년에서 7∼10년으로, 가중형도 7∼11년에서 11∼15년이나 무기징역까지 올린다는 것이다. 양형기준을 50%까지 대폭 늘리고 아동 성범죄 특별보호구역에 유치원, 보육시설까지 포함시켰으니 처벌강화를 작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동 성범죄는 희생자의 피해 말고도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다. 범죄 특수성만큼 처벌도 더 엄중해야 하는 게 맞다. 양형위의 양형기준 상향은 그런 점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문제는 처벌강화가 아동성범죄의 근본처방이 아니란 점이다. 성범죄는 정신적 차원의 성격이 짙고 재범률이 일반범죄보다 월등히 높다. 예방과 재범 방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특히 경각심이 약하고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아동을 노리는 야수들의 격리 차원이라면 예방과 재발 방지에 더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조두순 사건 이후 당국과 검찰, 경찰이 잇따라 대응책을 쏟아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그제만 해도 대낮에 초등학생을 납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에서 초등학생을 납치,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터진 지 채 20일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사건이 터질 때만 반짝하는 허술한 대증요법으론 심각한 아동 성범죄를 근절하기 어렵다. 일터에 나간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거듭 희생되고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아동들이 희생당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법과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널린 상황에서 사회 전체가 동참하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시급히 짜야 한다. 성 야수들이 보란 듯이 활개치는 불안한 사회라면 선진국 운운할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629화] 세종시 문제, 국회 본회의 표결로 빨리 끝내라
세종시 수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어제 한나라당이 친이명박계 의원 65명이 국회법 87조에 근거해 상임위에서 부결됐던 세종시 수정안 관련 4개 법안을 다시 본회의 표결에 부치기 위한 부의요구서를 제출한 것이다.민주당 등 야권이 본회의 상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표결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벙이 허용한 최종적인 처리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누차 강조했듯이,세종안 수정안이 설령 폐기되는 것으로 결론나더라도 국회의원 모두의 의사를 확인하는 본희의 절차를 거쳐,그것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에 반드시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본다.세종시는 그야말로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중대한 국책사업이고,그런 점을 감안할 때 소관 상임위에서 제대로된 논의 과정도 없이 서둘러 끝내 일은 결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부의된 수정안 표결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매듭지어지지 못할 경우 또다시 국론분열과 정치권,지역간 갈등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소모적인 국력낭비만 불러올게 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어제 정운찬 국무총리가 “국회가 이번 회기 중에 세종시 문제를 국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매듭지어 주기를 당부한다”며 세종시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충청도민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국회는 세종시 수정안 처리와 관련해 그동안 제대로 된 논의절차 조차 거치지 않아 왔다.싱임위에서 수정안을 부결시켰던 지난 22일 찬반토론은 불과 2시간 반동안 진행됐을 뿐이다.사실상 수도를 분할하는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과연 국회의원 개개인이 얼마나 고심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는 본회의 표결을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다.구차하게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본회의 처리를 반대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역사적 책임에 대한 회피다.더 이상 갈등과 분란의 불씨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당하게 표결에 임하고 찬성과 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표시하면 될 일이다.그것이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국회의원 개개인이 가져야항 올바른 자세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629화] 국민소득 2만달러 벽 넘어서려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2만달러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명목기준 GNI가 지난해보다 3,400달러 정도 늘어나 2만600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만달러 회복은 3년 만의 일로 경제성장률 증가와 환율하락(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0%에서 최근 5.8%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0.2%였다. 지난해 달러당 1,200원대 후반이던 환율은 올해 1,200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국민소득 증가는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생활 등 우리 사회의 전반적 수준이 높아졌음을 의미하며 3년 만의 2만달러 회복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했다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2만달러 회복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바로 2만달러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1994년 1만달러를 넘어선 후 16년째 2만달러의 벽에 갇혀 있다. 2007년 2만1,659달러로 2만달러 시대를 여는가 했으나 이듬해 다시 주저앉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하락 추세를 보였다. 이같이 2만달러 언저리에서 오락가락하는 데는 환율 등락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의 2만달러 회복도 환율요인이 크다.
중요한 것은 이제 2만달러 시대를 굳히고 더 나아가 조속히 3만달러에 도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건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부적으로도 저출산과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등으로 머지않아 전반적인 경제활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가 고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는 것이다. 그런 만큼 3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경제구조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대내외 경제불안 요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통해 안정기반을 튼튼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울러 산업구조 고도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녹색산업 등을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노사관계 선진화 등 제도적인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내일/권순택(논설위원)-20100629화] 전쟁과 평화
올해 6월은 전쟁과 평화를 함께 생각하기에 제격이었다. 남북관계에서 가장 대조적인 사건인 6·25전쟁 60주년과 6·15남북정상회담 10주년 기념일이 들어 있는 달이었다. 게다가 천안함 폭침사건의 여진(餘震)까지 계속됐다. 지난 10년 동안 6·25는 6·15의 위세에 눌려 ‘덮고 넘어가야 할 과거사’가 될 뻔했다. 6·25전쟁 50주년이었던 2000년에는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를 살리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며 기념행사들을 줄줄이 축소 또는 취소했을 정도다.
반세기 넘게 휴전 상태가 지속되면서 많은 국민이 전쟁을 잊고 산 것이 사실이다. 휴전 중인 나라에 산다는 걸 일깨워준 것은 역설적으로 천안함 폭침 같은 북의 도발과 핵개발 및 이산가족 상봉 같은 뉴스들이었다. 그런 가운데 터진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의 각 세대가 전쟁에 대해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와 냉전시대 안보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와 탈냉전 시대 특히 6·15 이후 성장한 젊은 세대의 생각이 다른 건 당연할 것이다.
젊은 세대의 생각은 단순하게 말하면 ‘전쟁은 싫다’는 것이다. 6·2지방선거 때 여당이 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인 ‘천안함 역풍’이 바로 그것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조치가 발표되면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자 부모에게 전화해서 울먹인 현역 사병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북한에 계속 퍼주면 되지 왜 전쟁을 하느냐”는 말도 들렸다.
그런 생각의 일단은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청계천에서 열린 설치미술 전시회장에서도 보였다. 행사 참가자들이 소감을 적어 붙여놓은 벽에는 ‘전쟁 싫어, 통일 좋아’ ‘전쟁은 NO’ ‘전쟁은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전쟁은 싫어요, 우리 가족 행복하게’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10대 청소년들이 쓴 글로 보였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10대 청소년들이 골목길에서 불량배에게 얻어맞지 않기 위해 요구하는 돈을 내줄 수는 있다. 경찰에 신고해 일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보복을 당하느니 조직폭력배에게 자릿세를 내고 장사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들을 비겁하다고 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지키고 국체를 보전해야 할 국가가 책무를 다하자면 전쟁이 두려워 무릎을 꿇을 수는 없지 않은가.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경기도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의 각오로 임하지 않았던가. 한 해 30조 원 가까운 국방비로 60만 대군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6·2지방선거 때 민주당은 ‘한나라당 후보 찍으면 전쟁 난다’ ‘전쟁이냐 평화냐’ 같은 구호로 재미를 봤다. 민주당은 25일 6·25전쟁 60주년 논평에서도 “대통령은 전쟁이 두렵지 않다고 하고, 일부 보수 세력은 전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며 전쟁을 말하면 전쟁세력이라는 식으로 비판했다. 논평에는 전쟁을 일으킨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빠져 있었다. 한나라당도 천안함 북풍이 지방선거에 유리한 호재라고 생각한 나머지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린 사태에 대한 반성이 부족했다.
로마시대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고 했다. 평화는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의지와 능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정치인들이 10대 청소년들의 ‘전쟁 싫어’ 수준의 안보관으로 정치를 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전쟁을 좋아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전쟁을 각오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건 역사의 진리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100629화] G(irls)20
전기도, 마실 물도 없는 인도 시골 마을에도 꼭 있는 건? 바로 초음파 검사 기기다. 태아가 딸이면 낙태하려는 이들이 하도 많아서다. 빈민층엔 검사비 500루피(약 1만5000원)가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더 큰 손실을 피하자면 어쩔 수 없단 분위기다. 딸 가진 부모가 예식 비용은 물론 지참금까지 대야 하는 결혼 풍속 탓이다. ‘지금 500루피를 투자하면 나중에 5만 루피를 아낄 수 있습니다’란 광고가 성행할 지경이다. 용케 엄마 배 속을 빠져나온 후에도 안 먹이고 병을 안 고쳐줘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사라진 소녀들이 1억 명은 될 거란 게 인도 출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의 어림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 초 12세 소녀가 80세 노인과 강제 결혼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어린 신부가 사춘기에 접어들 때까지 성관계를 미루는 관행을 노인이 따르지 않는 바람에 소녀는 첫날밤 큰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한다. 최저 결혼연령을 법으로 정하자는 주장이 들끓었지만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종교 지도자들의 옹호 때문이다. 일찍이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9살짜리 아이샤를 세 번째 부인으로 맞았던 전례를 들어서다. 그 바람에 15~19세 사우디 소녀의 6분의 1이 이미 결혼했거나 이혼, 사별 상태라고 유엔은 추산한다.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때를 맞춰 캐나다 토론토에서 소녀들의 정상회의 ‘G(irls)20’이 처음으로 열렸다는 소식이다. 인도·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G20 국가의 소녀 대표가 1명씩 참가했다. 이 회의를 후원한 옥스팜, 세이브 더 칠드런 등 비정부기구(NGO)들은 지난 2000년 선진국들이 빈곤 퇴치, 여성 권익 보호 등 이른바 ‘새천년발전목표(MDGs)’를 달성키로 한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G(irls)20’에서 각국 소녀들의 열악한 현실을 담은 결의안을 만들어 G20 정상회의에 전달한 것도 그 일환이다.
글로벌 금융·재정 개혁 등 산적한 현안 속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세계 인구 중 8분의 1을 차지하는 소녀들의 건강과 안전, 교육을 보장해주는 것 역시 지구촌의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인도·사우디아라비아보단 낫다 쳐도 당장 한국도 극악한 성범죄 위험에서 소녀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처지 아닌가.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629화] 월드컵 오심
심판은 경기장의 신(神)이다. 그가 내린 판정은 하늘의 신도 어쩔 수 없다. 명백한 오심이라 할지라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그만이다. 마라도나가 손으로 쳐서 골을 넣어도 이미 끝난 경기 결과는 뒤집을 수가 없다. 소설 <신부님, 우리 신부님>의 돈 카밀로 신부 시리즈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돈 카밀로 신부와 공산당원인 읍장 페포네가 축구경기를 벌인다. 페포네는 자본가와 지주의 대표인 돈 카밀로 팀에게 지면 얻어터질 줄 알라며 선수들에게 엄포를 놓는다. 돈 카밀로도 하느님의 팀이 질 수 없다며 선수들을 맹훈련시킨다. 심판은 정치적으로 중립인 시계방 주인이 맡았다.
일진일퇴 끝에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허용해 돈 카밀로 신부팀이 1 대 2로 졌다. 돈 카밀로는 흥분해서 성당으로 달려가 예수한테 불평을 터뜨린다. “주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나는 너희팀 발이 아니라 영혼을 맡고 있느니라.” “그게 아니라, 심판놈이 하지도 않은 반칙을 꼬집어 페널티킥 주는 걸 왜 그냥 보고만 계셨냐고요?” “사람은 실수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때 심판이 마을사람들에게 쫓겨 성당으로 뛰어들어왔다. “신부님, 살려주세요. 맞아 죽겠습니다.” 돈 카밀로는 군중을 쫓아버리고 심판에게 묻는다. “이놈아. 읍장한테 얼마나 받았느냐?” “2500리라입니다.” 신부가 예수에게 따졌다. “예수님 들었죠? 저렇게 돈에 매수된 놈에게 분노하는 건 당연하죠?” “아니다. 돈 카밀로 너도 그에게 2000리라를 주지 않았느냐. 심판은 단지 500리라 더 준 사람의 편을 들었을 뿐이다.”
남아공월드컵이 오심으로 얼룩지고 있다. 16강전의 빅매치였던 독일-잉글랜드, 아르헨티나-멕시코 경기도 잘못된 판정으로 희비가 갈려 비난이 거세다. 돌아보면 한국팀 경기에서도 경기 흐름을 좌우한 오심이 몇 개 있었다. 특히 우루과이전 때는 주심이 눈이나 제대로 뜨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오심은 예수님도 못말린다. 심판은 경기장에서 신 같은 존재이지만, 결코 신은 아니다. 신은 안 흔들려도 인간은 흔들린다. 예수의 말마따나 인간은 실수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오심을 납득은 못해도 용서는 하자고 예수님 같은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신부님’도 열받으시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되겠는가.
[매일경제신문 칼럼-데스크 칼럼/황국성(문화부장)-20100629화] 펀(fun)한 예술 팝아트 들여다보기
"영국서 시작된 팝아트는 미국서 꽃피워 `고상한 미술`관념 깨며 미술판에 새바람, 키스 해링의 천재성에새삼 놀라"
영국 런던 화이트채플갤러리는 유명 갤러리가 많은 런던에서도 꽤 유서 깊은 갤러리다. 올해로 개관 110주년을 맞은 이 갤러리는 이슈가 되거나 다소 실험적인(pioneering) 전시를 자주 열어 화제를 모으곤 했다. 피카소 `게르니카`(1939년)와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잭슨 폴록(1958년) 작품이 영국에 처음 소개된 곳도 바로 이 갤러리다.
1956년 이곳에서 열린 `이것이 미래다(This Is Tomorrow)`전도 미술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전시였다.
당시 리처드 해밀턴이라는 젊은 영국 작가는 이 전시에 생뚱맞은 작품을 내놓았다. 콜라주로 만든 작품엔 맨 몸인 남자가 `POP`이라는 글자가 적힌 빨간 사탕을 손에 쥔 채 한껏 폼을 잡고 있고, 옆에선 아리따운 여성이 반라 차림으로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포드자동차 로고와 진공청소기, TV 등도 눈에 띄었다.
그는 `무엇이 오늘날 우리 가정을 색다르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나?(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 so different, so appealing?)`란 긴 이름을 가진 작품을 통해 풍요로운 당시 생활상을 표현했다.
고상하기 이를 데 없는 미술판에 `천박한`것만 잔뜩 들어 있는 이 작품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세기 중후반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던 팝아트(Pop Art)는 이렇게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팝아트란 말은 해밀턴에 앞서 다른 미술평론가가 쓴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해밀턴의 이 작품을 `팝아트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한 팝아트가 정작 꽃을 피운 곳은 대서양 건너 미국이었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속성으로 하는 팝아트가 자본주의 중심지인 미국을 비켜갈 수는 없는 일. 이 무렵 미국은 2차 대전 후 유럽을 대체하며 미술의 황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더욱이 200년이라는 짧은 역사로 굵직한 문화예술 궤적이 없는 미국은 상업성 강한 팝아트가 성공하기에 그만이었다.
그 후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이라는 걸출한 작가를 거치면서 팝아트는 `말 그대로` 대중적인(popular) 예술로 자리 잡았다.
팝아트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다만 `미술은 고상하고, 어려워야 하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감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으며 미술판에 새바람을 일으킨 것만은 이론이 없다.
이러한 팝아트는 "현대예술은 진선미보다는 새로움이 우선해야 한다"는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의 예술철학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키스 해링은 이러한 팝아트 흐름을 이어받은 작가다. 물론 미술에 과문(寡聞)한 필자가 그의 천재성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난해하면서도 심플하고, 키치적이면서도 메시지를 담고 있는 `기발함`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시에도 작품(앤디마우스)이 나오지만 앤디 워홀과 키스 해링은 자주 비교된다. 워홀은 팝아트 선구자로서 스타성에선 따라올 사람이 없다. 미술 경매 땐 `세계 최고가 작가`인 피카소, 자코메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반면 키스 해링은 수많은 제품 이미지를 통해 일반 대중과 소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심지어는 개마저도 키스 해링 덕분에 당당히 명품 브랜드 디자인에 얼굴을 내밀게 됐다.
키스 해링은 요절한 다른 대가들처럼 `불행한 천재`의 길을 걸었다. 뉴욕 지하철역 벽에 그림을 그리던 이름 없는 그래피티 작가에서, 이름을 얻은 지 얼마 안 돼 에이즈에 걸려 서른두 살에 세상을 떠났다. 이번 전시는 그의 천재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전시장을 둘러본 후 천재의 요절이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