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배임죄의 성립요건 중 ‘재산상의 손해’의 의미 및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경제적 관점) /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의 의미 및 그 정도(=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정도)
[2] 도시개발법에 따라 이루어진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가 체비지로 지정된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을 취득하는 시기(=환지처분공고 다음 날) 및 당해 체비지를 매수한 자의 소유권 취득시기(=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 / 환지처분 전 시행자로부터 체비지를 매수한 자 또는 그 전매수인이 자신의 매도인에 대하여 가지는 체비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의 권리의 성격(=매매계약에 기한 채권적 청구권) 및 이를 행사하기 위하여 체비지대장에의 등재와 같은 공시방법이 별도로 요구되는지 여부(소극)
[3] 갑 주식회사는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인 을 조합으로부터 기성금 명목으로 체비지를 지급받은 다음 이를 다시 병에게 매도하였는데, 을 조합의 조합장인 피고인이 환지처분 전 체비지대장에 소유권 취득자로 등재된 갑 회사와 병의 명의를 임의로 말소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병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는 배임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을 조합이 시행한 도시개발사업은 도시개발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므로 체비지대장에의 등재가 환지처분 전 체비지 양수인이 취득하는 채권적 청구권의 공시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고 그러한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하는데, 여기서 재산상의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그런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란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막연한 위험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은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2]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2000. 1. 28. 법률 제6252호로 폐지, 이하 같다) 제57조 제4항은 토지구획정리사업의 시행자로 하여금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체비지로 지정한 토지를 환지처분 전에 제3자에게 사용 또는 수익하게 하거나 이를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는바, 체비지의 소유권 취득에 관하여 같은 법 제62조 제6항은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체비지(제57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이미 처분된 것을 제외한다)는 시행자가, 보류지는 환지계획에 정한 자가 환지처분의 공고가 있은 날의 익일에 각각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라고만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토지구획정리사업의 시행자가 환지처분 전에 체비지 지정을 하여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경우 매수인이 토지의 인도 또는 체비지대장에의 등재 중 어느 하나의 공시방법을 갖추었다면 매수인은 당해 토지에 관하여 환지처분 시 취득하게 되는 소유권의 전신과 같은 것으로서 물권 유사의 사용수익권을 취득하여 당해 체비지를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다시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도 있는 권능을 가지며, 그 후 환지처분공고가 있으면 그 익일에 최종적으로 체비지를 점유하거나 체비지대장에 등재된 자가 소유권을 원시적으로 취득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이 폐지되고 2000. 1. 28. 법률 제6242호로 도시개발법이 제정되어 2000. 7. 1.부터 시행되었는바, 현행 도시개발법은 체비지의 소유권 취득에 관하여 제42조 제5항에서 “제34조에 따른 체비지는 시행자가, 보류지는 환지 계획에서 정한 자가 각각 환지처분이 공고된 날의 다음 날에 해당 소유권을 취득한다. 다만 제36조 제4항에 따라 이미 처분된 체비지는 그 체비지를 매입한 자가 소유권이전등기 등기를 마친 때에 소유권을 취득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 제62조 제6항의 규정과 달리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로부터 환지처분 이전에 체비지로 지정된 토지를 매수한 자는 환지처분의 공고가 있은 후 그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도시개발법에 따라 이루어진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는 체비지로 지정된 토지에 관하여 환지처분공고 다음 날에 소유권을 원시적으로 취득하게 되나, 당해 체비지를 매수한 자는 토지를 점유하거나 체비지대장에 등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에 비로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따라서 환지처분 전 시행자로부터 체비지를 매수한 자 또는 그 전매수인이 자신의 매도인에 대하여 가지는 체비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의 권리는 모두 매매계약에 기한 채권적 청구권으로서, 이를 행사하기 위하여 체비지대장에의 등재와 같은 공시방법이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3] 갑 주식회사는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인 을 조합으로부터 기성금 명목으로 체비지를 지급받은 다음 이를 다시 병에게 매도하였는데, 을 조합의 조합장인 피고인이 환지처분 전 체비지대장에 소유권 취득자로 등재된 갑 회사와 병의 명의를 임의로 말소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병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는 배임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을 조합이 시행한 도시개발사업은 도시개발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므로 체비지대장에의 등재가 환지처분 전 체비지 양수인이 취득하는 채권적 청구권의 공시방법이라고 볼 수 없고, 도시개발법에 따라 이루어진 도시개발사업에서 체비지 전매수인인 병은 자신에게 체비지를 매도한 갑 회사에 대하여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 채권적 청구권을 가질 뿐 을 조합과 사이에서 직접적인 권리를 가지는 것은 아니어서, 병이 매매계약에 따라 취득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체비지대장의 기재 여부와는 무관하므로 체비지대장상 취득자 란의 병 명의가 말소되었더라도 병의 갑 회사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또한 갑 회사가 을 조합에 대하여 체비지 양도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등 채권적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 역시 체비지대장의 기재 여부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그 명의의 말소 사실이 법률상 특별한 의미나 효과를 가진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체비지대장에의 등재는 환지처분 전 체비지 양수인이 취득하는 물권 유사 권리의 공시방법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판결에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재산상 손해의 발생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출처 :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18도13604 판결 [배임] > 종합법률정보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