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연봉킹
27억6338만원, 메리츠증권 알렉스 최 사장.
제조업 'CEO 연봉킹' 150억원,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메리츠증권, 실적의 최대 50%까지 인센티브.
(관련내용)(조선비즈 2016.04.01)직원 70%가 계약직이고, 계약직의 월 기본급은 150만원에 불과한 회사…. 그런데도 이 회사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무려 2억2040만원에 달했다(본사 남성 영업사원 기준). 또 자기자본 규모로는 증권업계 9위에 불과한 이 회사가 증권업계는 물론이고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업계 전체를 통틀어 연봉 1위 경영인을 배출했다. 바로 메리츠종금증권 얘기다.
지난 30일 국내 주요 기업 대표이사 연봉이 일괄 공개되자, '누가 제일 높은 연봉을 받았느냐'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기업 전체를 통틀어서는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149억5400만원)이 '연봉킹'으로 등극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알렉스 최(한국명 최희문·52·사진)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이 27억6338만원으로 여타 은행·증권사 대표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제쳤다. 또 지난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업계 평균의 2배에 달했다.
자기자본 8조원대의 대형 증권사 탄생(미래에셋+대우증권)을 앞둔 가운데, 자기자본 1조원대 중형 증권사에 불과한 메리츠종금증권이 업계 평균 연봉의 2배에, 연봉 1위 CEO(최고경영자)를 배출한 비결이 뭘까.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철저한 인센티브제를 꼽는다.
통상 증권사 영업직원은 지점별 1인당 고정비용의 2~3배를 벌 때 약간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하지만 메리츠의 영업직원은 2014년 5월부터 일단 고정비만큼을 벌면 이후 이를 초과하는 실적부터는 최대 50%까지 가져갈 수 있는 획기적인 인센티브제의 적용을 받는다. 지난해 한 영업 담당 상무는 한 달에 최대 1억원을 인센티브로 가져가 연봉이 10억원을 넘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일한 만큼 가져가는 성과주의 시스템이 알려지자, 주요 증권사에서 난다 긴다 하는 영업맨들이 메리츠로 몰려들었다. 이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며 고객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리자 고객이 맡긴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점 수익성이 높아졌고, 이게 전체 회사이익으로 이어졌다.(중략)
(이길영의 분석코멘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노력 및 성과에 대한 차별적 보상시스템일 것입니다. 필자가 잘 아는 회장님께서도 평상시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으면 120% 노력하고, 50% 소유하고 있으면 50% 만 노력하고, 20% 소유하고 있으면 5% 만 노력한다. 이는 차별적인 성과가 돌아온다고 했을 때 차별적인 노력을 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요즘 국내 중형증권사인 메리츠증권의 ‘인센티브시스템’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15년 CEO의 연봉이 27억원이며, 임직원들도 몇 억대 연봉자가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CEO의 연봉이 27억원이면 대졸신입사원 100명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열심히 일한만큼 보상으로 돌아오는 ‘성과주의인센티브시스템’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물론 미국의 경우에는 금융회사 CEO 및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연봉이 ‘성과인센티브’를 포함하면 연간 1천억원을 넘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1조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금융권의 ‘성과인센티브’는 이제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5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보면 금융업보다 제조업의 CEO 연봉이 훨씬 높습니다. 2015년 제조업 CEO의 연봉랭킹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5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시간당 745만원으로 애플의 팀쿡 CEO 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두 번째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으로 48억원을 기록했으며, 삼성그룹을 제외한 다른 그룹에서는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의장이 26억원으로 제일 높았습니다.
이 같이 CEO 연봉에서 제조업 우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조만간 투자은행(IB,인베스트먼트뱅크)의 비즈니스가 본격화될 경우 금융업 CEO의 연봉이 제조업보다 몇 배나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금융산업은 상업은행(CB,커머셜뱅크)보다 투자은행(IB,인베스트먼트뱅크)이 중심에 있습니다. 투자은행(IB)의 가장 큰 특징은 ‘성과가 없으면 보상도 없고, 성과가 크면 보상도 크다’입니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을 통해 투자은행(IB) 중심으로 금융산업을 재편하고 있으나 속도가 느린 현실입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금융산업 전반의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분명히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정부는 예대 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중심의 원시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상업은행(CB-커머셜뱅크)에 몇 십년동안 빚을 져 왔습니다. 자율경쟁이 제한된 상태(관치금융)에서 제조업 육성을 위한 자금지원 역할을 강요해 왔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금융의 국제화 및 선진화라는 구호 아래 투자은행(IB)을 급격히 키울 경우 1200조원 부동산 담보대출과 전통산업에 대한 기업대출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상업은행(CB)의 수익구조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현재 일부 증권회사의 ‘성과인센티브’를 바라보는 은행원들의 심정은 복잡할 것입니다. 국가가 상당부분 원인제공을 해놓고 이제 와서는 글로벌 금융경쟁력이 아프리카의 우간다보다 낮다는 주장이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수행했던 막대한 역할을 뺀 너무나도 왜곡된 보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은행(CB)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금융후진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제조업 및 부동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금융산업이 중심산업으로 투자은행(IB) 중심으로 금융시스템이 옮아가 있는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아직도 수출중심의 제조업이 중심산업인 우리나라와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수평비교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에 급하게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미국 중심의 시각일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개혁 스케줄'은 금융혁신과 함께 제조업과 부동산의 컨디션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입니다.
2016.4.4 글. 이길영/전 한국경제TV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