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7585]채근담前1章,不怕孤立(불파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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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1章
不怕孤立
棲守道德者는寂幕一時하고
依阿權勢者는凄凉萬古니라
도덕을 지키며 살아가는 자는 한때는 적막하나,
권세에 아부하고 기대는 자는 만고토록(영원히) 처량하다.
達人은
달인은
觀物外之物하고
思身後之身하나니
(눈앞의 이욕을 보고도)사물 밖의 사물(불멸의 진리)을 관찰 하고,
몸 뒤의 몸(死後의 명예)을 헤아리나니,
寧受一時之寂寞이언정
毋取萬古之凄凉하라.
차라리 한때의 적막함을 당할지언정
만고의 처량함을 취하지 않는다.
*棲살 서)寂고요할 적)幕막 막)依의지할 의)阿언덕 아/아첨 아)
權저울추 권)勢기세 세)凄쓸쓸할 처)凉서늘할 량)達통달할 달)觀볼 관)物만물 물)
*서수(棲守) : 거기에 머물러서 지킴. 서식보수(棲息保守).
*의아(依阿) : 의지(依支)하고 아부(阿附)하다.
*처량(凄凉) : 황폐(荒弊)하여 쓸쓸하고 구슬픈 모양.
*만고(萬古) : 영원히.
*달인(達人) : 새상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 널리 사물에 통달한 사람.
*물외지물(物外之物) : 현상(現象)의 사물(事物) 표면(裏面)의 불변(不變)의 진리(眞理) 및
법칙(法則). 목전(目前)의 공명(功名) 재보(財寶)가 아닌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眞理).
*신후지신(身後之身) : 현실적존재(現實的存在) 이면(裏面)의 원본적존재(本源的存在)로
명성(名聲)이나 사후(死後)의 평판(評判).
[해설] 한때의 고립을 두려워 말라.
차라리 한때의 적막함을 당할지언정 만고의 처량함을 취하지 않는다. 진리를 지키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고독한 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고독일 뿐이다. 권력에 아부하면 몸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는 영원한 고독 속에서 살아야 한다. 참된 인생에 대하여 스스로 깨달음이 있는 자는 현실의 영달에 미혹당하지 않고 보다 높고 큰 이상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려면 고립당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권력에 편승해서 사는 자는 세상이 바뀌면 그 이름조차 금방 잊히고 만다. 그에 반하여 불우한 평생을 보냈다 하더라도 오늘날까지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선각자들이 무수히 많다. 후세에까지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도덕을 굳건히 지키는 사람은 자칫 세상에 용납되지 않아 불우한 가운데 적막한 생애를 보내기 쉬우나,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고, 그의 명예와 덕행은 후세에 길이 남는다. 그런데 권세에 아부하는 자는 당장의 살림은 화려하나 사후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어 적막하기 그지없다. 그러므로 달인은 이 세상에서의 영달을 생각지 않고 만고에 길이 빛날 도리와 덕행을 힘쓰는 것이다. 미명(美名)을 남기지는 못할망정 오명(汚名)을 남기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아는 유자광(柳子光)의 비참한 말로는 차마 기록을 들춰 보기조차 민망하다. 인륜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부자간의 패륜(悖倫)이 그처럼 극에 달했던 경우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아비의 이름이 자광(子光)이니 자식들의 빛을 옳게 쏘일 만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도 못했던 모양이다. 한때 그의 권세는 그 끝을 모를 지경이었다. 조정에서 상하로 군림하는데 감히 누구도 그 뜻을 거역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폈다. 마침내 무오사화(戊午士禍)를 일으켰다. 많은 사류들이 그의 세 치 혀가 날름거리는 대로 화를 입었다. 음험한 쪽으로 재주가 있어서 자신보다 임금의 눈길을 더 받는 자가 있으면 끝장을 보고야 말았다. 당대의 충신들을 그렇게 무참하게 해치면서 간신들에게는 굽실거렸고, 그리고 그 역시 연산군(燕山君)의 간신이었다. 1506년 중종반정(中宗反正)이 일어났을 때에도 미꾸라지처럼 그는 살아 남았다. 성희안(成希顔)에게 연줄을 대어 눈 깜짝할 사이에 반정군으로 둔갑했기 때문이었다. 살아 남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공신의 명단에도 올랐다. 그것도 1등공신으로 무령부원군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욕된 삶의 연명일 뿐이었다. 이듬해, 삼사(三司;대사관과 홍문관, 예문관)의 탄핵을 받아 피로 얼룩진 관작을 빼앗기고 관동으로 유배됐다. 이어 경상도 끝으로 내쫓겼을 땐 이미 두 눈이 멀어 세상의 빛을 잃었다. 그렇게 모진 목숨이 두어 해 갔다. 그가 죽자 조정에서 그의 자식들에게 아비의 장사를 지내는 일만은 허락했다. 한 아들은 기녀(妓女)들의 치마폭에 빠져서 아비 죽은 슬픔도 잊었던지 끝내 가보지도 않았다. 남은 다른 자식은 병이 났다고 했다. 사람이 찾아가 보니,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안에서 손님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큰아들이 나서서 늙은 제 어미를 거리로 내쫓아 버렸다. 늙은 냄새가 너무 고약하다 했다. 이번에는 아우에게 손찌검을 해 죽게 했다. 저 또한 오래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미쳐 버렸다. 할 짓, 못할 짓 다해 가며 전생애를 통해 부나비처럼 권력의 그늘만 쫓아다니다가 스스로 맞아들인 참혹한 업보였다.
[출처] 채근담. 전1~10장.|작성자 락이망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