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에서 1
詩 : 정덕수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1981년 10월 3일 한계령에서 고향 오색을 보며
▲ 소동라령 (所東羅嶺 한계령의 옛이름)
詩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노래 : 하덕규(노래·낭송), 양희은, 황의종, 임형주, 마야, 소프라노 신영옥, 테너 심우훈, 테너 김명관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양희은이 불러 유명한 곡 '한계령'은 작곡자 하덕규가 고뇌가 극에 달해 자살의 유혹을 느낀 상황에서 설악산 한계령에 올라 만들어낸 곡으로 알려 져 있습니다. 밑에 이 곡의 원작이 되는 정덕수 시인의 연작시 '한계령에서' 전10편 을 올렸습니다. - 송 운 (松韻)
한계령 - 詩 : 정덕수, 작곡 :하덕규, 노래 :소프라노 申英玉
한계령 - 詩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전곡듣기
한계령 - 詩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노래 : 하덕규(노래)
한계령 - 詩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노래 : 하덕규(낭독/낭독의 발견 2004년6월2일 방송)
한계령 - 詩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노래 : 양희은
한계령 - 詩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노래 : 황의종
한계령 - 詩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노래 : 임형주
한계령 - 詩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노래 : 마야
한계령 - 詩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노래 : 테너 심우훈
한계령 - 詩 : 정덕수, 작곡 : 하덕규, 노래 : 테너 김명관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한계령 입구
한계령에서 2
- 타인의 노래가 되어버린
봄엔 산철쭉가을엔 단풍이 이 마을이름처럼 고운산으로 둘러싸인 오색리
마을 터 잡이 목수셨던아버지 지으신 절집뒤 곁에 걸린 승복 두어 벌어머니 손짓인 듯 정겨운데
아 그러나 그곳은눈 속에 피는 꽃얼레지꽃잎처럼신비로운 내음까닭 모를 애증
운율도음율도 맞지 않은 가슴 속 시어처럼엷은 구름 떠가는하늘 닿은 한계령흙먼지 뿌연 추억은 바람 따라 날아가고유년의 미끄럼틀처럼헉헉이며 올라온 차량들이매끈한 아스팔트 위를신바람 난 아이들처럼 내달리는데
삼천 육백 쉰 날 지난 뒤무슨 생각할까또 어떤 이야기를 할까한계령에서.
한계령에서 3
- 낙엽 떨어지던 저 능선에 진달래 피며는
내 살과 뼈를 발라 쓰는 이야기 여기서 마지막이 아니기를이미 나는 내 삶의 존재가치를 상실하고그리웠던 그대로, 즐거웠던 그대로가 아닌아픔만이 내 영혼을 휘감고 사탄의 속삭임을 듣는다내가 아니었다그대 또한 아니었다내 슬픔은 나만의 슬픔인 채 추억 속에 묻힐 테고아, 나는 모든 내 주변의 내 것들을 부수고 있구나파괴!오가피나무 가시가 손톱을 휘저어마치 날카로운 메스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심장을 휘저어 주기를…그렇다. 차라리 절대 불가항력의 상태에서오장육부를 발라내어 내 눈 앞에 던져 주기를 나는 바라며 살았다굶주린 짐승의 이빨로 발라낸 살점이 퍼득이며 먹히는 그 찰나나는, 죽기를 바란다인간의 감성 사이에 놀아나는 내가 아닌 차라리짐승이 되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희생 되기를…
밤 깊고 비 오는데눈물 고인 눈 들어 바라보는술잔 속 그리운 고향 영마루 어리고시간이 녹아 떨어지고 있구나아름답고그 아름다운 시간 속안타까운 생명 명멸하고 있구나아~,나도 이제 저 꺼져가는 생명체 중 하나오늘 나는 작별을 말해야 하는가안타깝고안타까운 뜬 구름 세상세상사 바람 같은 꿈이었구나
담배 연기 사이 떠 오르는그 산길 바람 불고 비 오는데가슴에 못다 한 말묻어두고 가야 하려나아이처럼 흐느끼며 가야 하려나광폭한 비바람 불어곱던 꽃잎 지는구나꽃 찾아 날아들던나비야 너도 가자저 산 고개 너머 꿈 같은 고향망초꽃 지기 전에
도사린 뱀처럼 뒤 틀린 고갯마루 바람 불어 온다무엇이 목적도 아니었다이제 영혼이 없는 내 육신을 그대는 보리라넋 나간 자의 차가운 언어를 그대는 들으리라이제 그대는 절망이 무엇인가를 알고 후회를 할지라도어떤 속삭임도 하지 말라나는 그대의 음성이 지식의 농짓거리로 보이니가슴이 따뜻하지 않은 언어의 유희는 이제 그만 두기를…낙엽이 이제 저 쓸쓸하고 앙상한 골짜기를 뒤덮어 날리우리라낯 선 땅 차가운 대지에 누우신 어머니의 육신에 뿌려지던 황토처럼.
비 그친 하늘가 부서진 별오늘 내 눈을 찌르고심장을 관통하여 집착을 버리란다세월이 가면 푸르던 잎 낙엽 지고세월이 가면 앙상한 가지 새 움이 튼다말 하네속삭이네울음을 그쳐라그리고 뛰어라바람 찬 대지 박차고 달려라아,내가 너를 이제 알겠다이것이 인생이다바람으로 흘러가고구름으로 떠 도는 것물처럼세월처럼저 앞에서 달려와서추억 한 자락 남기고 지나가는그것이 인생이다
산목련 고운 새봄이 오면진달래 어여쁜 그 봄이 오면나는 가리찾아가리어머니 무덤가에 할미꽃 핀 자리잔 가득 술을 부어고맙다 감사하고,눈물 흘려 인사하고지나 온 세월 둥근 흔적 더듬어잡초 사이 묻혀버린 사랑 찾아세상으로 돌아 오리라아,물 같고바람 같은 세상으로사랑 한 아름 꺾어 들고진달래 붉은 한계령 굽잇길울음 던져두고.
한계령에서 4- 미래는 알 수 없음에 가치가 있다
나무의 텍스츄어로바위의 텍스츄어로 닮아가기를 바랐다바람이 불면 바람의 어루만짐에 몸을 맡기고싫은 내색 없이 새 싹이 돋고꽃이 피고낙엽이 지듯 살고 싶었다천년 풍상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제 살과 영혼 온전히 내주어부드러운 흘림으로 모양 잡히기를…바람은 예외 없이 불고그 골짜기 비 오고 구름 스쳐가는 오늘도나의 아버지아버지의 아버지그 아버지의 아버지 먼 조상적부터전설로 다듬어진 바위 여전한데소년은 念寫 된 영혼마냥 울고 있다진화의 목적을 상실하고평면구도적 퇴행의 길을 가고 있는 소년와상은하의 소용돌이에서 길을 잃었다
천 년 내리 바람 불고억만겁 빛살같이 지나갈 인생눈물일랑 이제는 흘리지 마라한 잔 술한 개피 담배 연기 속지워질 인생이 아쉬운 것을아,분노에 심장 터질지라도나무같이바위같이 천 년 먼 후일내 영혼 닮아가기를꿈에라도 그려보자바람이 불어 온다신명나게 한 바퀴춤 사위 허공에 던지자
겁 먹은 눈망울슬픈가 묻더라 저 들풀이내 뿜는 한숨에 꽃이 지잖니신비로다다가오는 내일 아침구름 걷치고 해가 뜨겠지아,분노에 심장 터질지라도나무같이바위같이 천 년 먼 후일내 영혼 닮아가기를꿈에라도 그려보자바람이 불어 온다신명나게 한 바퀴춤 사위 허공에 던지자
또아린 튼 배암도 수풀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희망은 언제나 절망을 노리고 있다네가 스스로 이기기를안개구름을 등지고 한 개피 담배 연기로 날려라너에겐 아직 저만큼이나 멀리 죽음이 있잖니그가 오기 전까진 아직 체념은 어리석지 않니네가 누울 풀밭은 여기가 아니다아직 저 시든 풀밭엔 알 수 없는 미래의 희망으로들려오는 노래가 신비롭잖니가슴을 따뜻이 하고네 의지로 일어서 보아라아직은 많은 날을 움도 트고 꽃도 피어나리니
처량하게 들리던저 낮은 곡조의 노래 멎었다꽃이 지는 날 내일을 기약하자씨앗 하나천 만 송이 꽃이 피겠지나비 꿈 꾸며 날아들겠지아,분노에 심장 터질지라도나무같이바위같이 천 년 먼 후일내 영혼 닮아가기를꿈에라도 그려보자바람이 불어 온다신명나게 한 바퀴춤 사위 허공에 던지자.
한계령에서 5- 가을의 정적을 깨고 피는 꽃처럼.
굽이친 산 자락 한 켠 새가 날아갔다하늘에 새가 날아갈 길 있나보다멈추지 않는 흐름으로 철이 바뀌어잊힐까 아득한 저 편갈바람 전설처럼 불어 풀이 눕고아~그만큼만 더 그리웠으면 간절한 바램거두어드릴 것 하나 없는 세상어차피 버리고 가야 할 껍질 아니던가건조한 바람 한 줄기 나무 등걸 스치고구름 몰아 간다주검같은 차가운 한기(寒氣) 소스라쳐 돌아본다저 등걸 칭칭 감아 올라가는 칡넝쿨처럼한 세상 살고 싶었는데…
한 세상 그렇게만 살고 싶었는데…
내가 부르는 노래내가 불러야 하는 노래육신의 껍질 훌훌 벗어놓고달 뜨는 동편 산 자락 꽃으로 피리라구절초 쑥부쟁이 서러운 그 꽃으로달이 지면 목 놓아 울고서러이 홀로새날에 새바람 불어오는 영마루꽃으로 피어 노래 부르리아,인생은 흐르는 시간 속 찰나(刹那)의 꿈향(香) 한 촉 사룰 그 시간 있을까시간을 어루만져 바람 분다채 마르지도 못한 나뭇잎 떨어진다
꿈길인가누군가 발자욱 소리 거칠게 지나갔다두려움에 떠는 밤은 더디 가고장닭은 잠 깊이 들었는가새벽은 영 오지 않을까 싶은 맘성급히 나서 본 뜨락하늘가 몰려가는 구름누가 벗어 놓은 옷자락인가이승에 한(恨)이 많은 귀신형용 무리인가아서라나도 죽어 그리 갈 것내, 가는 그 날구절초 산야(山野) 가득 피워라꽃 길 휘적휘적 걸어가너를 만나 술잔을 나누고짙은 담배연기 내 뿜으며함께 너의 한(恨)을 통곡하고내, 고?㉯? 애(哀)를 태우면 되는 것을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오늘 내가 깨닳았다세상에 마지막 잔 비우고욕심없이바램없이잠시 일손 거두고 마실 떠난 어미처럼 가리라가을산 붉은 단풍길 소풍가는 아이처럼 콧노래도 부르며
무엇을 두려워 하랴내가 그곳에 찾아가노래를 부르면 되는 것을꽃이 지면하얀 갈꽃이 지면그 때 노래나 부르면 되는 것을해가 지면샛강에 달이 비출테요내가 내 육신을 벗어 놓고꽃으로 피어 노래 부르리아,무량하다 생각턴 인생 찰나(刹那)의 꿈칭칭 감겨 울고픈 맘 접어두고바람 부는 산길 넘나드는 잡초인냥스러지리라 비감(悲感) 고이 접고
쑥부쟁이 핀 길섶구절초를 찾아나선 아이꿈이 많아 서러웠을 인생육신의 껍질 훌훌 벗어놓고달 뜨는 동편 산 자락 꽃으로 피리라손길 닫지 못할 언덕 위 한포기 구절초로 피어달이 지면 그리워 애 태우고서러이 홀로새날 맞는 아침 바람 불어오는 영마루다시, 꽃으로 피어 기다리리아,내 삶은 흐르는 시간 속 찰나(刹那)의 꿈향(香) 한 촉 사룰 그 시간 있을까시간을 어루만져 바람 분다채 마르지도 못한 나뭇잎 떨어진다.
한계령에서 6- 마음보다 먼저 앞서간 발길처럼
모니터 상에 떠 오른수 많은 단어들을 일순간 온 자취없이 지워버리는Delete 키 같은 행동으로세상의 보기 싫은 모습들을 지워보려 한다세상을 신이 프로그래밍 한 파일이라면어딘가 있지 않을까아주 섬세하고 은근하게 파고들 헛점바이러스를 침투시킬 수 있는 공간이…가까이 다가가서 귀 기울이고어딘가 전류가 통하는 연결 코드가 있지 않을까누가 저기다 핏빛 울음 토하여 놓았는가온통 츱츱한 설음의 빛살아야 하는 까닭에 부질없이헛점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건만눈시울 가득 먹울음 피고산정에 단풍만 곱다
온통 오류와 버그로 가득하다고 느껴진 순간그는 어이없게도슬쩍 흰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내 아비, 마져 칠하지 못한 단청처럼새빨간 단풍설워 눈시울 붉어진다그래, 이 길이고향 가는 길 이랬다발 아래 저 산굽이 흐른 자락고향이랬다거기 가면숨겨진 생의 비밀 풀 수 있을까얽힌 실타래 풀 듯 할까전류의 공급원을 찾아내차단시키듯 할까말그라니 싱그러운 웃음그치지 않을 그 날이 밝아그때, 거기 새 울고바람 서늘한 골짜기맑은 물결 쉬임없이 흐르고먹구름 사이 애 태우던 햇살비단같은 빛살을 뿌리는데
그래!그 골짜기 구상나무 싯푸르게 살아동해를 바라보고한 세월 버텨온 기다림흔적, 아~ 흔적겨울 재촉하는 비 뿌리는 날수묵색 안개 젖어 울고산죽(山竹) 키는 아직도 변함없이 고만고만 한데산꿩 푸드덕이는 날개짓 소리마치 세상살이에 지쳐내, 허덕이던 몸뚱이 뒤척임인냥그렇게 아파젊음을 장사 지내고이제 홀연히 천리(天理)를 따를 날 기다리네
내, 마음 풀어 둔주전골 골짜기 맑은 물결 변함없고망경대 끝자락 걸리 소나무 한 그루돌아 앉은 동자바위 안스러운 눈치다내가 먼저 손 내밀고마음 넉넉히 안아 줄 것을삐걱이는 철난간에라도 던져 둘 것을너에 자그마한 소망 하나쯤 들어 둘 것을점봉산 자락 휩쓸려 바람 부는 탓만 하고오독하니 그리운 흔적 더듬다내 손짓이나속내 모두 부질없어 로그아웃 하고만다.
한계령에서 7- 자욱한 안개 속에 길이 있다
종일토록 궂은 하늘을 이고 사람들과그가 찾아왔다온통 삭풍 울어대는서북주릉 더듬으며껍질 하얀 자작나무 숲 아래풀이 누웠더라.-공연히 한 마디
머쓱했던 탓이려니
비교 될 까닭 없는 인생인데언어의 결핍 탓인가늘 '무엇, 무엇을 닮았다느니…'변절해버린 옛 연인 닮은모진 태양이 숨은 탓이려니아니, 설악의 바람예까지 불은 탓일 것이야
함박꽃 흐드러지면 갈꺼나함박꽃 빛하얀 눈 내리면갈꺼나시린 칼날 육각 모서리살 베어 입에 물고예보다 높이 올라가면후덕하니 고운햇빛과 바람 부는잉태 이전의 순수
아~,만날 수 있을까
삭망날 지청 찾아든 망자처럼
무량한 날들이날실로 놓이고애별린 가슴씨실로 짠 피륙이었다내, 인생언제나 손 시려운섣달 그믐밤 이었다더디게 가는 시계를 원망커라뒤척이는 밤마다적막·적막·적막아, 그렇게 허무히 지샌밤들로 흐른 세월이하늘길 향한 계단 이루어피륙에 순정한 수로 놓였다
애오라지,설산으로만 가는발걸음 잡아한 사흘 묶어 두었더니그예 몸살을 앓고눈 앞에화안히 밝은 설산이 보인다고사그락이는 정육각 결정들곱기도 하다자꾸만 되 뇌이고
내, 어쩌랴
'지 팔잔걸.'
한계령에서 8- 눈 오는 밤이면 그려지는 이 마음의 고향
서울에서 한계령까지 그리움으로 쌓아간 계단이 있다령 넘어 오색 골바람 찬 날애틋한 보라색 끈 묶은 그리움의 다발 들고여물어 터지지 않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려 갈 생각 하나마음 강에 성애로 끼고 서리로 내린 날메밀꽃 빛깔의 눈이라 올라치면보내지 못했던 편지 뭉치 꺼내어 불을 사른다즈믄 산자락 길 막아 눈이 왔으면그리움 단절되어 눈이 왔으면그 때 너의 이름 가벼이 흐느낌으로 날려 보낼 것을
부질없는 기다림이 있었기에지금 내가 너를 노래 하는구나끝내 당도하지 못할 편지를 쓰던 마음으로내가 너를 노래 하는구나적막한 산 굽이 휘돌아 오실 님이 아니었기에이렇게 서설 내린 소식 전해 듣는 밤수 만 가닥 바람 이어꿈길인양 노래로 부르건만 어이하랴그리움이 그토록 아픈 일임을 미쳐 몰랐음을바람 불고 눈 오는 그 굽잇길스치듯 지나 온 날이가슴에 멍울로 남을 줄이야궂이 함께 있기를 바랐던 사람 아니었건만 바람 부는 밤 그토록 그려지는 까닭은
바람에 던져 두고 돌아 왔어야 하는 마음인 탓에가슴 속 깊은 우울증에 뒤척이다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뜻 밖의 말들로공허한 웃음 빈 들길에 뿌릴 때어디 날지 못하고 뒤척이는 참새잔기침 하나 들렸던 듯 허망히 그려보는 고향그 마음 모두아흔 아홉 켤레 신을 삼아 짐을 꾸릴까그리하여 황톳길 터벅이며 걸어아흔 아홉 켤레 신이 모두 낡으면 만나질 그리움이라면꼭 가기로 마음 먹지 않았던 세월이 이리 흘렀다던그 이야기 마음 속에서 꺼내 흔적 없이 지우고'이만큼 보고싶었습니다.'아, 한 아름 크게 팔 벌려 보이곤시든 풀 밭 별이 지기 전울어야 했던 사연 모두 털어 놓으련만
삶의 의욕을 상실한 시대를 사는 폐인처럼마호가니 빛 공원 벤취에 뒹구는 낙엽위에 다시봄으로 향한 길이 있노라자작나무숲에 세겨 둔 서걱이는 속삭임 들리는데무수히 많은 시간은 다시 신화가 되고 지상에 뿌려둘 시간의 부스러기 마저 신화가 되는 시간다시 돌아올 수 없는 망명지로 떠나 보냈던 네가오늘 온통 한계령 굽이에 서설로 내렸다 하여숨 죽여 밟아가는 꿈 길이 행복할까보내지 못했던 그 사연들을 태우고굳게 걸은 빗장을 풀고 나서보는 밤내 발 밑에 부서지는 시간들을 보았다
내 발 밑에 아우성치며 스러지는 신화들을 보았다.
한계령에서9- 아무도 모른다 얼마만큼 가야 만날 수 있는지를…
먼 꿈길 속산자락 흐르고그 산자락 사이 물 흐르는 소리 청량한고향으로 향하는 발길들의 부산함고단한 날개짓쉬어가라 붙잡는 바람고향은 내 심상 어루만지는 바람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그 숲 속가만히 두고 떠나온 시절그대 흰 속살 드러낸바람으로 머물렀는데나는 마음에 고향을 담고그대 넉넉히 달빛을 담아
먼 산 바라보니절뚝거리며 살아 온 시간들산죽밭 스치는 바람으로 울고이만큼 왔으면혼돈의 언저리 당도하지 않았을까가장 먼저 나의 사랑을 보내고농담을 할 줄 모르는 죽음, 뒤에 세우고걸어 온 길 아스라한데
찰나의 순간이나마불멸이기를 바랐던 때네가 곁에 있었고방향을 바꾸어 네가 걸어가기 전까지꿈인 듯 달았다그래, 거기 오렌지색 구름보름에 가까운 달
너는 가고이제,나는 돌아서 웃고만 있다.
한계령에서10- 별을 바라보면 거기 그의 모습이…
먼 꿈길 속 그는꼭 지금처럼 하얗게 아무 말도 하지않고꽃신 신은 발로 고갯길 올라활~활!꽃불 밝히웠느니한 사흘 연이어 꽃바람 불어
남에서 북으로 꽃바람 불고북에서 남으로 불타는아!불 타는 가을의 행렬 헤아릴 수 없이오고 갔는데…모를 일이야, 아무도누가 보내고누가 불렀던 가는
강요되지도강요 받지도 않은 삶이지만와서 가고또 돌아오는 계절에도오지 않는 사람 있어조용히 불러보는데
눈 감아도 지워지지 않는하얀 꽃 한 송이찢어진 구름과 구름 사이고향길 언덕배기 겨울 억새 눕던 날더 큰 희망으로몸을 낮추어 대지에 귀 기울여 듣느니생강나무 가지 끝 꽃 봉우리 터지는 소리
아!산목련 하얗게 웃는 소리.
첫댓글 송운 님 좋은 자료를 주셔서 잘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청명한 계절에 건안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송운 님 좋은 자료를 주셔서 잘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청명한 계절에 건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