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날 밤, 가을이 익어가는 경남 하동에서 ‘군민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가 열렸다.
하동군에서 ‘문학수도’ 선포 2차 연도사업의 일환으로 섬진강변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문학과 음악, 책이 함께 어울리는 북(BOOK) 콘서트를 연 것이다. (사)한국문인협회 하동지부가 주관하는 이번 북 콘서트는 정호승·정일근·안도현 시인과 함께하는 이야기 공연을 비롯해 군민과 함께하는 시낭송, 시노래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지은 하동 출신 정호승 시인과 ‘바다가 보이는 교실’의 정일근 시인,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쓴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안도현 시인이 자신들의 주옥같은 시를 낭송하면서 이야기를 펼쳐 참가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특히 정일근 시인의 맛깔스런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였다.
또 북 콘서트에서는 여성중창단의 시 노래 공연과 가수의 시 노래, 초대시인 독자 사인회, 하동의 로맨스그레이 보컬인 '철부지'들의 흥겨운 노래까지 시와 음악과 이야기가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깊어가는 가을 관람객들을 감미로운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눈길을 모은 순서로 윤상기 하동 부군수와 황영상 군의장, 박선하 하동교육장, 김성섭 하동경찰서장, 노동호 하동문화원장, 강태진 예총 하동지부장 등 지역 기관장들의 시와 수필 낭송이었다. 이들은 프로그램 진행 중 사이사이에 자신이 선택한 시나 수필을 낭송하면서 자기 고장의 숨은 이야기나 부모님과 가족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여 색다른 감동을 안겨주면서 박수를 받았다.
전주, 임실, 구례 등 타 지역에서 참석한 문인들은 하동을 부러워했다. 이날 열린 북 스타트를 비롯해 최참판 댁 달빛낭송회, 토지문학제, 섬진강 걷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때면 문인들과 이 지역 기관, 그리고 지역사람들과의 자연스런 소통이나 친화적인 모습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전주 호성동에 사는 소설가 박은주씨는 “문학 관련 행사임에도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은 문학을 널리 알리고 문학의 효과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임실군 애향운동본부장이며 시인인 이태현 씨는 “하동 문학 행사에 자주 오는데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곳 문인들은 행사 전반에 걸쳐 마치 자기 집 일처럼 성실하게 하는 것 같다. 하동에 와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또 오고 싶어지는 곳이다. 그것은 이곳 사람들이 진심으로 대해주며 친절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우리 지역도 이런 것들을 본받아 문학과 주변과, 문학인과 이웃과 어울려 함께 문학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한편 이날 평사리문학관 관장 최영욱 씨는 “하동은 소설 ‘토지’를 배경으로 문학을 키워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