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리의 맥(脈)

더퍼리의 맥(脈)                                대전광역시 공무원교육원장                                    박  헌  오  ( 15회 )  대전 상업고등학교를 일명 더퍼리 상고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이 지역은 계족산을 정점으로 길티(길티터널)를 지나 능성 부근에서 서쪽으로 굽이쳐 내린 명소로 자양동 가양동, 소제동, 용운동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을 우암 송시열 선생께서 덕포리(德布里)라 하였으니 덕을 펴기에 합당한 자리라는 뜻이 담긴 듯 하고, 자양동은 자양부자(紫陽夫子) 즉 주자(朱子)를 연상하여 이곳을 자양이라 하였다 하며, 일명 궐리(闕里)라고도 하였으니 큰 자리임을 일컫는 말이라 할 것이다. 대전에 용(龍)이란 지명이 5군데가 있어 오룡이라 하는데 그 가운데  자양동의 북측(보건대 주변)을 흥룡(興龍)이라 하고, 남측을 용운(龍雲)이라 하여 용수리, 용날, 와룡리 등을 구성하고 있으니 덕포리를 중심으로 좌우에 용(龍)자 지명을  안고 있는 운기가 큰 곳이다. 이와 같은 지명적 특성이 나타나는 듯― 이 고장의 인맥을 보면 우리역사의 대표적인 부자(父子) 충절로 추앙되는 박중림(朴仲林)과 충정공  박팽년(朴彭年 )의 유허지가 이곳에 있고, 효종을 모시고 북벌정책을 도모하셨던 우암 송시열 선생의 사적지와 고택이 있으며, 구한말 을사보호조약을 반대하고 을사 5적의 처단을 요구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순국하신 송병선, 송병순 형제의 유적인 문충사가 이곳에 있다. 이 같은 역사적 의의를 살리는 맥락에서  애국지사 김노원(金魯源I) 선생께서 학교법인 동아학원을 창설하신 것은  역사적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노원 선생의 8대조는 지절있고 덕망높은 선비로 알려진 송애 김경여(金慶餘 )선생이고, 조부는 대전의 대표적인 효자중의 한 분인 김재만(金在萬 )공이며, 그의 부친은 송운 김성의(金成義) 선생으로 1895년 국모시해사건과 관련하여 최초로 항일운동을 펼친 문석봉과 더불어 의거를 모의하다가 체포령이 내려지자 중국으로 망명하여 봉천에서 한을 품고 일찍 타계하셨다. 뿐 만 아니라 문중에 김용원, 김태원 선생등도 모두 김노원 선생과 같이 평생을 독립운동에 몸 바친 애국지사였으니 김노원 선생이 일찍이 이 터전에 동아학원을 창설하신 것은 뜨거운 애국충정의 발로였음은 물론, 역사적으로 이 땅이 안고 있는  순의(殉義)를 발현시킨 일이라 할 것이다. 김노원 선생은 오로지 조국 광복을 위해 백범 김구 선생과 더불어 독립운동을 주도하셨던 애국지사이다. 중국의 운남사관학교와 고등군사학교를 우수하게 수료하고, 중국호법정부 혁명군, 봉천 기마대 등에서 활약하기도 하셨다. 북경에서 은행을 경영하기도 하면서 동포들의 복지를 위해 힘썼고, 임시정부 화북선무단 재무처장과  광복군 후원회장을 역임하기도 하셨다. 해방이 되자 고국으로 돌아와 한독당 충청남도지부장을 맡는 등 건국의 뜻을 품고 정치활동도 하였으나, 진정한 구국의 길은 인재양성이라는 교육철학을 표방하고 1954년 그의 장남(又松金正雨)과 숙의하여 재단법인 동아학원을 창설하셨다. 우송 김정우 선생께서는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충절과 효문의 가통을 현양하여 오면서 오늘의 우송학원을 크게 일으키시게 된 것이다. 우송학원은 구국육영(救國育英)의 뜻을 받들어 현재 우송대학교, 우송정보대학교, 우송공업대학교 등에 약 1만 5천여 명의 대학인들이 학업에 정진하고 있고, 우송고등학교, 우송중학교, 서대전고등학교 등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약 2,500여명이 된다. 더불어 이 지역에는 대전대학교, 보건대학교, 동아공업고등학교 등도 세워져 지역적으로 교육기관이 가장 밀집된 교육중심지가 되었으니 예사로운 일이 아님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우송학원(舊 동아학원)에서 배출된 수많은 인재들이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이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는 위대한 창학 이념의 발현이라 할 것이다.  삼가 청원인들이 함께 명심할 과제로 삼아, 모교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의의를 마음속에 더 깊이 새기고자 하는 제언으로 미급한  소견이나  졸문을 올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