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용린 교육감님
혁신학교 확대가 중단되고 표적감사다, 혁신학교 지원조례 제정에 반대한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바라만 보다가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지난겨울 '학교 2013'이란 드라마를 즐겨 봤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과장된 부분은 다소 있지만 학교현장의 모습을 비교적 진솔하게 담았다고 하시더군요. 폭력을 저지르는 아이들이나 성적에 관심 없는 아이들은 대부분 뒷자리에서 엎드려 자고, 수업을 알아듣는 아이들은 소수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기존 공교육이 성적을 인격의 등급인양 서열을 매겨 이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것은 말 안 해도 잘 아실 겁니다.
이렇듯 현재 공교육에 대해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명백한 현실입니다. 혁신학교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이고,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학부모들이 그동안 경험한 혁신학교는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수업을 하지 않고 모둠별 모임으로 주제통합 수업을 합니다. 아이들과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고, 다양한 체험학습과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을 경험합니다. 30분 중간놀이 시간엔 친구들과 몸으로 놀게 합니다. 엎드려 자는 아이나 딴 짓 하는 아이도 없고 모두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과제를 수행하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다녔던 일반학교에서는 시험 전날이면 아이랑 씨름하다가 서로 상처받고 사이만 더 나빠졌습니다. 반 엄마들 사이에도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자연스레 나누곤 했습니다. 하지만 혁신학교에선 운동 좋아하는 아이, 피아노 잘 치는 아이, 시 잘 쓰는 아이 등 어른들의 편견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저는 이런 모습에서 우리 공교육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봅니다.
혁신학교에서는 무엇보다 학교현장에 권한을 부여하니 학생과 교사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고 아이들도 교사도 학부모도 행복한 학교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문용린 교육감님이 추구하시는 '행복한 학교'는 '혁신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을 강화하려면 다양한 체험학습과 창의력·인성교육을 중시하는 혁신학교를 단계적으로 늘려가야 합니다. 내 아이만 행복하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야 합니다. 혁신학교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얼마 전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승진이나 인사고과에 가산점이 없는데도 신나게 일하시는 혁신학교 선생님들을 보면서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더욱 커집니다. 혁신학교가 늘고 혁신교육이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때, 선생님들의 보람과 학생과 학부모의 기쁨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교육감님을 비롯한 모든 스승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오인환·서울형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천왕초)
☞ 위 글은 서울형 혁신학교 67개교 중 천왕초등학교의 학부모가 쓴 편지입니다.
전교조 신문 "교육희망"에 실린 글입니다.
첫댓글 학부모의 진심어린 이 편지가 꼬옥 문교육감에게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부디..........이런글로도 희망을 봅니다.
오늘 혁신학교학부모 네트워크 권역별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위에 글쓰신 대표님도 오셨고요, 몇분 안오셨지만, 꾸준히 학부모 네트워크가 넓게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른 학부모님들도 참여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