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사천군청암면반천리 고운동재~길마재~칠중대고지(565m)~양이터재~방화고지(665m)~돌고지재
~천왕봉(602m)~하동군북천면화정리 백토재
구간거리: 24km 소요시간: 9시간50분
<점~ 점 멀어지는 지리산능선....>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지고가는짐이 너무나 무겁게 어께를 누른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러나 짐이 된다고 느끼는 그것이 우리를 움직이는 추진력이 된다고 생각될때는 없는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어께를 누르는 무게를 느끼며 마루금을 잇기위해, 삶에 한페이지를 남기기 위해 그곳을 향해간다.
고운동재 04시10분
고운 최치원선생의 아호를 따서 지었다는 고운동재 마루에서 짐을 단단히 꾸린다음 밋밋한 사면을 오른다. 04시32분. 산죽밭 시작... 남한의 산줄기에서 최고로 악명높은(?) 산죽터널 등산로가 지난구간의 외삼신봉 일대와 이곳이라는것은 자료를 통해서 이미 잘 알고있어 그리 놀라지는 않았으나,
지난번에는 훤한 대낮이라 힘은 들고 더웠지만 이번에는 캄캄한 밤이라 흐릿한 헤드렌턴에 의지해서 굴속을 통과하려니 거리적거리는것도 많고 또 머리위까지 뒤덮은 산죽잎에 상고대같이 하얀눈이 덥혀있어 선두로 가는사람은 눈을 털면서 지나가게된다.
산죽이 끝났나 싶으면 또 나타나고...산죽이 봉우리위에만 없고 오르내림길은 온통 산죽이다. 만일 눈이 많았더라면 산죽잎에서 떨어지는 눈 때문에 파묻힐뻔 했다.
여름에는 이런 산죽밭속에서 독사가 많이 출몰한다고 하던데 여름이나 눈이 많이 쌓인 겨울에는 이 구간은 피해야할것 같다.
05시50분. 암릉인 798봉에 오를때까지 등산로가 거의 산죽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봉우리위에 올랐더니 창원에서 왔다는 두사람의 등산객이 있다. 이런 정맥길엔 낮에도 사람 만나기 힘든데 이런 밤중에.....야간정맥산행중 사람을 만난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사람도 놀랐겠지만 우리도 놀랐다. 꾼들이란 시도 때도 없이~~~~
잠시 암릉을 지나다가 06시18분에 산죽밭속에 삼각점이있는 790봉을 지나면 다시 이어지는 키큰 산죽밭등산로..... 06시42분. 766봉 갈림길에서 마루금은 우측으로 팍 꺾여내려가고 그 끈질긴 산죽밭도 여기서 맥을 다한다.
길마재 07시08분
<못말리는 산꾼들의 차량>
고개로는 1차선정도의 폭인 시멘트도로가 이어지고 길옆에 좀 전에 만났던 꾼들의 차가 서있다. 그 사람들은 오늘중으로 영신봉으로 해서 어림마을까지 내려가야하는데 갈길이 참 바쁘겠다. 아직 남 걱정하긴 이른데~~~~
주위가 약간씩 훤해진다. 07시21분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위에 오르니 헤드렌턴없이 주위식별이 가능하다. 맨먼저 보이는것이 우측 계곡아래 독대마을을 빙빙돌아 지나가는 청용강의 물길이 참으로 아름답다.
<청용강의 물길>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이제부터 소나무와 갈참나무가 울창한 전형적인 정맥능선이다.
07시48분~08시20분 까지 아침식사를 하고 조금 가면 산죽밭속에 삼각점이 있는 칠중대고지를 지난다. 봉우리이름이 산이름으로는 생소한 군사용어인데 아마 육이오나 지리산공비 토벌당시 군부대가 주둔해있지않았었나 싶다.
양이터재 08시57분
<양이터재>
좌측은 시멘트도로이고 우측은 자갈길이다. 이름도 이상한 양이터재는 육이오때 양씨와 이씨가 들어와 살았다고해서 그렇게 불리웠다나.......그건 그렇고....
길건너서 오르막을 빡세게 오른다. 아침식사한지 얼마되질않아 먹은게 누구말마따나 게찡(경운기용어)을 할려고 한다.
09시30분. 봉우리위...멀리 백운산과 지리산능선이 눈으로 햐얗다. 09시42분. 마루금에 뾰족한 바위가 툭툭 튀어나온 방화고지에서 정맥은 좌측으로 90도 꺾이고 다시 09시57분. 652봉에서 우측으로 꺾여내려간다.
<산죽밭만 지나다가 고도가 낮아지니 대나무숲도 나오고...>
지리산능선은 점점 멀어지고 진주 남강은 내려쬐는 햇빛에 강물을 반짝이면서 어서오라 손짓한다. 완만한 능선길...11시04분. 마루금 바로 우측으로 2차선포장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도로가 마루금과 나란히 가고있어 그래도 도로가 조금은 편할것 같아 도로에 내려 포장길따라 올라간다. 점점 꽤가 나네.....11시13분. 도로를 버리고 좌측으로 옹벽을 넘어 등산로로 들어서서 내려간다.
돌고지재 11시22분
<돌고지재>
하동군 옥종면과 횡천면을 잇는 2차선포장도인 59번국도가 지나는 고개마루는 좀 전에 마루금옆으로 나란히 이어진 청암면과 돌고지재간 2차선포장도가 연결되어진 삼거리다
국도 건너편사면에는 오래된 공장건물이 있는데 지금은 사용하는것같지는 않고 그옆으로 시멘트도로가 산위로 계속 이어저 있다.
시멘트도로가 마루금따라 계속 올라가다가 11시47분. 비포장으로 바뀐다. 이어지는 비포장 산판도로....길 좌측사면에 있는 많은 소나무들이 재선충병에 걸린것 같다. 많은 나무가 죽어있고 일부는 방역중에 있다. 병든나무를 많이 베어었는지 길 바닥에는 나무조각들이 많이 깔려있다. 참으로 안타까운일이다.
산판도로를 따라가다 12시33분. 우측 소나무숲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산판도로로 들어서서 봉우리로 오른다.
천왕봉 12시48분
<카메라앞에만 서면 무조건 "V"자를 한다>
옥산 천왕봉 활공장 안내수칙이 서있는 정상 넓은 공터에는 억새만이 여기저기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바로옆에 꼭대기가 뾰족한 옥산이 있고 멀리로는 지리산 능선이 가물가물하다. 반면에 진주 남강은 점점 다가온다
13시02분. 좌측으로 이어진 옥산삼거리를 지나 완만한소나무숲으로 계속 내려간다.
넓은 산판도로에 들어서서 한참을 가다가 13시43분. 산판도로를 버리고 좌측소나무숲으로 다시 들어간다. 길옆에는 묘비명이 뾰삐라고 쓴 작은 무덤이 있는데 이름으로 미루어보면 강아지 같은데 개주인이 죽은개가 너무 가슴이 아파 무덤을 만들어 준것 같다.
<먹지는 못해도, 아름다운 청미레열매>
다시 산판도로로 들어서고...산판도로가 돌고지재에서부터 백토재까지 천왕봉능선과 나란히 이리저리 이어저 있다.
산판도로따라 조금 내려가면 넓은 공터에 커다란 공장건물이 서있고 건물 좌측의 시멘트도로는 곧바로 오늘의 종점인 백토재로 이어진다.
백토재 13시00분
<고향옥종>
이곳으로는 하동군 옥종면과 북천면을 잇는 2차선포장도로가 지나가고 있고 주위에 별다른 시설물은 없다. 다만 특이한점은 고개마루에 거대한 자연석으로된 표지석이 서있는데 그곳에 한문으로
“고향옥종” 이라 새겨저 있다.
타향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고향집을 찾아올때 고개마루에 덩그러니 서있는 이 표지석을 본 후에야 “드디어 집에 왔구나...” 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