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미국의 통상압력은 거세진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
치는 위험하기 그지없으며, 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 둘러 싸여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왔다갔다고 평화의 빛이 보이는 것 같지만 미덥지 못하고
한반도는 북 핵의 먹구름이 그대로 상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진핑이 종신 집권 황제로 나서고, 푸틴은 ‘대형 핵추진 어뢰(드론)’으로 협박하고, 트럼프의
한국 수출품에 대한 계속되는 무역제재도 심상치 않다. 이는 남과 북을 동시에 압박해야 북 핵
의 끝이 보인다고 판단한 것 같다.
비교는 사람의 본능이다. 양손에 사과를 하나씩을 쥐고 이 둘을 비교한다. 과연 어느 것이
클까? 그런데 비교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다른 애기다. 내가 큰 사과를 먹기 위한 비교는 욕심
이지만, 사과를 골고루 나눠주기 위한 비교는 지혜가 될 수 있다. 허지만 잘못된 상황판단과
선호도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불만은 싹튼다.
한·미간의 통상(通商)전쟁에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을 잘 구슬리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
대할 수는 있겠지만 안보와 맞물려 쉽지 않아 보인다. 2000년 6월 한국·중국은 소위 마늘분쟁
에서도 이와 비슷했다. 저가의 중국마늘 수입으로 한국 농가의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중국마
늘 관세율을 30%에서 최고 315%로 올리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되었다. 여기에
중국은 한국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잠정 중단이란 맞불을 놓았고, 양국은 상처만 입고
훨씬 못한 협상으로 봉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자 비위(脾胃)는 비장과 위장을 말하는데 ‘음식이 비위에 안 맞는다’ 등에 사용하는 낱말이
다. 사전은 아부(阿附)를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림’으로 정의한다. 아부로 비장과 위 운동
이 잘 조화되면 소화가 잘 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일본은 아부로 상대를 잘 녹인다. 그들은
미국과 더욱더 전략적으로 제휴할 필요가 있었고, 미국을 기쁘게 해 주어 내편으로 합류시킬
수 있는 아부가 필요했다. 이러한 아부는 굴욕이 아니고 궁극적 승리를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그들의 태생적아부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굴종을 느껴지기도 하지만, 왜 우리는 그
렇게 못할까? 절반만 해도 사정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심사는 올11월 중간선거와
다음 대선에 맞춰져있다.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을 신줏단지 모시는 척하지만 무역전쟁에서 자
국의 피해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으며, 신중하게 계산기로 두드린 다음 대응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 전략을 수정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미간의 틈이다. 그리고 남남갈등이다. 북한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양보는 하지 말아야한다. 향후 핵의 검은 그림자에 인질로 사느니, 차제에 대통령과 정
부는 전 세계를 상대로 조건부 핵무장을 천명하고 실행에 옮겨야한다. 이 시점에서 핵무장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보호본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어제 대북 특사단이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에 파견됐다. 협상의 중요성을 남·북은 잘 알고 있
다. 과연 현실적 최대공약수를 도출해 낼지,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 작금의 한반도는 준전시
(準戰時)상태인데도 북한의 위협을 그다지 대단하게 느끼지 않는 것이 딜레마다. 매월 초 미사
일경보 사이렌훈련을 실시하는 하와이·일본과 우리는 분명 딴 세상에 살고 있다. ‘만일을 대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류성룡의 ‘징비록’에서 얻은 교훈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