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당'에 발목 잡힌 것일까?
문세영 기자
자신을 대한민국 호의 선장으로 뽑아준 1500여 만 명을 포함해서 5000만 국민의 목소리보다 선친이 멀리하라고 말렸던 사이비 종교인 가족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였을까? 왜 국민을 우울증, 공황장애 상태로 몰아넣으면서도, 그토록 당당했을까? 왜 자신을 도와준 정치인들은 '배신자'로 낙인찍어 내치면서까지 '무당 패거리'를 보호하려고 했을까?
국민 대다수는 분노하고, 허탈해하고, 자책하다가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정신의학자들은 대체로 대통령의 심리 상태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면서도 조심스럽게 퍼즐을 짜 맞추고 있다.
왜 최태민의 딸들에게 꼼짝 못했던 것일까? 몇몇 외국 언론은 대통령에 대해 보도하면서 대통령을 '최순실의 마리오네트(꼭두각시)'라고 부르고 있다. 대통령의 뇌를 주무른 최순실은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영문판에서 '무당'으로 소개됐다. 왜 대통령은 무당 가족의 이익을 국민 이익보다 더 가까이 한 것일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대부분 “정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고 입을 닫았지만, 일부 의사들은 조심스럽게 대통령의 인격과 지성을 짚으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P 원장은 “드러나는 여러 보도들을 종합하면 리플리 증후군, 공유정신장애 등을 의심할 수 있으며 의존인격경향도 보인다”고 말했다.
리플리증후군은 어떤 큰 충격적 사건을 당하고 나서 현실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세계를 진실로 믿는 것이다. 공유정신장애는 외부와 동떨어진 사람들끼리 비슷한 망상을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마수에 걸려들었고 아버지마저 저격당하자 오랫동안 최 씨 일가와 망상을 나눴고 이런 점이 고착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L 교수는 “의존성 인격장애는 아닐지라도 의존성 인격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존성 인격장애는 주변 사람에게 지나치게 매달리고 의존욕구가 거절될까 봐 두려워 다른 사람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순종적으로 응하는 인격장애이며, 의존성 인격경향은 병적일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경향이 큰 것을 말한다.
L 교수는 “의존성 인격장애의 범위에 들어가려면 의존성은 기본이고, 기능성(functionality)과 감응성(susceptibility)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일상을 잘 수행한다면 심각한 기능성 미비나 저하는 없다고 봐야 하지만, 언론보도를 보면 대통령의 기능성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응성은 다른 사람에게 일치감을 느껴 빠지는 것을 말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의 아버지이자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린 최태민이 육영수 여사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빙의했다고 접근했을 때 '사기꾼'에게 빠진 것으로 보인다. 전여옥 전 의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어머니가 최 목사에게 의지하라 했다”는 꿈을 꿨다고 주변에 얘기했다고 한다. 이 점에서 봤을 때 의존적 감응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L 교수의 설명이다.
P 원장은 “정신과에서 의존적 인격장애로 진단하려면 업무수행에 현격한 장애가 있어야 하지만 그건 아닌 듯하고, 대통령이 최 씨 일가 외에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존적 태도를 보여야 하지만 그렇지도 않기에 인격장애로 진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리플리 증후군, 공유정신장애(Shared Psychosis), 의존성 인격경향 등이 겹쳐 보인다”면서 “박 대통령이 심리적으로 약한 상태일 때 최태민이 접근해 유약한 심리를 이용했고, 이후 상당 기간 고립되면서 성격 형성이 비정상적으로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망상을 공유하면서 자기애적 인격경향이 강한 최순실 씨가 대통령을 자기의 이익을 위해 이용했고, 대통령은 죄의식 없이 이에 호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P 원장은 “세 가지 모두 지적 판단력이 뛰어나지 않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는데 대통령은 언어구사능력은 뛰어나지만, 토론이나 연설을 보면 지적 능력이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설문의 맥락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이번 최순실 사태 사과 발표에서도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되지 않았다는 것을 짚었다.
또 다른 L 교수는 “이번 사태로 대통령이 인격형성에 문제가 있었고 식견과 판단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정치인이 국가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국가 시스템도 병적이긴 마찬가지”라면서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이 부족해 이번 사태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할 수도 없어 보여서 나라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