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을 아는 시아버지는 언제나 제편이랍니다”
|
-다시 돌아온 기분은?(이 물음에 태현실은「컴·백」이란 단어가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의를 달았다)
『제가 언제 은퇴했나요? 결혼당시엔 심신이 피로해서 출연을 못했을 뿐이지요. 이제 건강도 회복됐고 아기도 많이 자랐으니까 다시 해보는거죠』
아기는 3개월전에 첫돌을 지낸 첫 딸. 이름을 수연(修演)이라 했다.
-부군께서는 반대하지 않으셨나요?
『결혼초엔 피차간에 가정생활에만 전념키로 약속을 했어요. 아기를 낳고 살림을 하려니 자연 그렇게 되더군요. 이제는 연기생활을 겸해도 집안일에 지장이 없으니까, 반대할 이유도 없어진거죠. 더구나 시아버님이 제편이거든요?』
태현실양의 부군은 청년실업가 김철환씨(金哲煥·31). 「플래스틱」계통의 공업사 삼도실업(三都實業)의 사장이다. 3남2녀의 맏이. 그러니까 태현실양은 이 김씨 집의 맏며느리.
-시아버지께서 퍽 현대적이신가보죠?
『광산업을 하고계신데 해외에 자주 드나드시니까 젊은이들보다 멋을 아셔요』
후암동에 있는 태현실양의 집은 부자2대의 사장집답게 큼직했다. 2백평가량의 대지에 1백평의 일본식 저택. 정원에는 향나무와 등덩굴이 어울려 저택분위기를 한결 돋보이게 했다.
-결혼생활은 예상했던것처럼 행복한 것인가요? (태현실양은 잠깐동안의 침묵끝에 입을 열었다)
『별 탈없이 평탄하게 지낼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거 아녜요?』
-그렇게 행복한건 아니란 말인가요?
『천만에요. 저희들은 서로 오랫동안 교제하다가 결혼한걸요. 결혼전에 서로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시간적인 여유 충분해 연기에 전념 하겠다고
태현실양의 말대로 그녀는 영화계에「데뷔」한 다음해부터 교제를 시작했다.「데뷔」작『아름다운 수의』가 62연도에 나왔고, 68년 10월에 결혼했으니까 사실이라면 6년간의 연애. 6년간 커다란「스캔들」없이 배우생활을 했던 것도 이「스테디」가 있었기 때문일까?
어쨌든 6년간의「스타」역정에서 그녀는『새드·무비』『가짜여대생』『용서받기 싫다』『길잃은 철새』등 1백50편의 영화를 해냈다.「톱·스타」로 영화계에 군림했던 엄앵란(嚴鶯蘭)양이 결혼하고「스크린」과 멀어질때 태현실은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여배우 판도를 주름잡을수 있었다. 문희(文姬), 고은아(高銀兒), 남정임(南貞妊)의 세 배우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지 않았던들 태현실의 위치는 좀 더 달라졌을게 분명했다.
사실상 68년 결혼할 무렵에 그녀는『도중 하차하는 기분』이라고 자의반, 타의반의 은퇴(?)를 아쉬워했었다.
-「스크린」에 대한 그리움 같은건?
『사실상 집에 묻힌 2년동안 잠시도 잊을순 없었어요. 남편이나 가정에 대한 집념과 연기생활에 대한 애착은 전혀 별개의 것임을 깨달았어요』
-가정생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
『그보다 항상 무엇인가 답답하고 허전한 것 같았어요. 제가 할 수 있고 몰두할수 있는게 있어야 했어요. 아이가 이만큼 자란 지금은 연기속에 파묻힐 수 있는 여유가 충분히 생길 것 같아요』그러면서 태현실양은
『진짜 연기는 이제부터 할것같다』고 덧붙였다. 처녀「스타」가 흔히 나타내는「여자로서의 행복론」에 그녀는 이미 불안해하지 않아도 좋은 때문일까?
『처녀때는 사실 시집간다는 문제도 연기 못지않게 마음을 불안케 해요. 저는 그런 일이 없으니까 한가지 일은 해치운 셈일까요?』
요즘의 국산영화는 거의가 좋지 않아요
-그동안 영화출연 교섭같은건 받아보지 않았는지?
『왜요, 어떤분이 각본을 가져왔어요. 읽어보니까 마음에 썩 들지 않아요. 좀 좋은 작품이 나오면 해보고 싶어요』
-좋은 작품이란?
『요즘의 국산영화는 거의가 좋지 않은 것같아요. 장난삼아 만드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헐렁할 수가 있어요? 영화의 질이 2년전보다 후퇴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그녀는 시간이 나는대로 새로 나오는 영화는 반드시 구경했다고 말한다. 재미를 찾기위해서가 아니라 영화와 멀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그리고 다시「카메라」앞에 설때를 대비한 공부였다고 다짐한다.
겹치기 출연 절대않고 작품다운 작품 골라서
-연기에 대한 자신은?
『건강이 좋아진 만큼 노력할 여유가 생겼다는 자신이죠』
단 겹치기 출연따위는 절대로 있을 수 없고, 하더라도 1년에 몇편 작품다운 작품에서 연기다운 연기를 하겠다고 못박는다.
『사실 겹치기에 쫓기는 연기자들, 한편으로 생각하면 불쌍해요. 한꺼번에 10여편씩 맡아가지고 밤잠 제대로 못자면서 이곳저곳으로 끌려다니며 중노동하듯 촬영을 하니 연기가 제대로 나올 수 있어요? 시간여유가 없으니까 공부도 못하고 건강은 자꾸 나빠지고』- 겹치기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말수가 많아진다.
『그렇게해서 큰 돈버느냐면 그렇지도 못해요. 받는 것은 연수표고 나가는 것은 현금. 그리고 쓰는데가 좀 많아요? 「스타」가 됐다면 몇십명씩 가족을 거느리게 되고 결국「스타」는 돈버는 기계가 되고 말지요』
-체중은 얼마나 늘었는지?
『결혼할때 45「킬로」였는데 지금 54「킬로」예요. 나이먹는 징조일까요?』
그러나 태현실의 얼굴은 2년전보다 훨씬 아름답게 가꾸어져있고 무르익은 여자다운 분위기를 풍겨주고 있었다.
[선데이서울 70년 9월 27일호 제3권 39호 통권 제 1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