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부속 섬 중에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섬은 우도, 비양도, 마라도, 가파도가 있다. 제주도에 지금까지 오면서도 가파도는 왠지 발길이 끌리지 않았던 곳.
대한민국 영토 최남단 마라도는 두 번이나 갔으면서 가파도는 한 번 가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 여기서도 2등 보다는 1등을 선호하는 것인가...
뭍에 부는 바람은 살랑거리는데, 바다에 부는 바람은 거칠기 그지없다. 작은 유람선을 집어 삼킬 기세로 부는 바람, 배삯에 바이킹 놀이시설 요금도 포함됐나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환호성, REAL VIKING을 타는 기분이다. 난간을 훌쩍 넘어 들어온 바닷물은 놀란 사람들 입 안으로 들이쳤다. 난생 처음 머리 위에 출렁이는 바다를 봤다.
섬이 너무 낮아서 약간만 높은 곳에 오르면 섬의 전체가 보여 이 마을에서는 사람 찾기가 참 쉬워 보인다. 길은 여러갈래가 있지만, 돌고 돌면 마을로 돌아오게 돼있다.
가파도에는 상동포구, 하동포구에 주민들이 모여 사는데, 돌담 넘어 허름한 집들이 참 정겹게 다가오는데, 굳게 잠긴 문은 차갑기만 하다.
섬은 두 세시간이면 돌아보기 딱 좋은 크기지만, 햇살이 강하면 걷기가 힘들어 보인다. 흐린 하늘도 대접받는 오늘은 가파도 여기저기를 구경하기 너무 좋다.
3시 반에 들어와서 6시 배로 나가려니 너무 아쉽다. 바람이 더 세게 불어 결항이라도 되면 좋은 핑계가 되겠는데, 다음에 또 오라고 내 등을 떠민다.
여름 제대로 끈적한 바닷 바람에 하동포구에서 상동포구로 가는 걸음이 끈끈하다...
섬 곳곳에 빈 집과 헌 집이 많았는데, 섬 생활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이 사진은 똥돼지가 살던 제주도 특유의 화장실인데, 그 옛날 누가 싼 거름이 풀로 자랐네
멀리 산방산이 보이고, 콩 밭 한가운데 옛주인의 묘가 땅을 지키고 있다.
섬을 걸어다니기 좋게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이 길이 바로 올레 10-1길, 어디하고 연결되지 않은 외로운 올레길.
길 양 옆으로는 콩과 고구마가 가을 수확을 기다리며 바닷 바람을 맞고 있고.
바다 바람은 정말 시원한데, 습기를 잔뜩 들고 날아다녀서 내 머리카락은 축축
해가 쨍한 날엔 가파도 트래킹을 피해야한다. 그늘이 없기에...
새끼 고양이와 어미 고양이가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모습에 호흡도 멈추고 다가가 보는데,
가방이 무거워서 렌즈를 광각 하나 들고 갔더니 사진이 영 파이네...
소각장을 지나 해안가를 걷다 보니 의외의 장소에 묶여 있는 쌍꺼풀 개
야생스러움은 없고, 내가 다가가니 침 흘리고 꼬리를 오두방정맞게 흔든다.
파도가 높은 날 바다에 나가지 못하는 날은 저 의자에 앉아서 바다만 바라봤을 터...
금잔화가 빈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빨간색 신호등을 킨 것 같아.
가파도 가게
끈적하고 후덥지근하고 목마름을 죠스바로 날려버리다
시간만 여유있었어도 가파도 콩국수를 맛보는 건데...
가파도에서 가장 젊은 해녀 아주머니와 앉았다.
이미 TV에도 많이 출연하셨다고 해...
뭐 가장 젊으시니 당연하시겠지...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물에 들어가서 몸에 붙이는 거래..
아주머니 발가락에 빠알간 페티큐어가 인상적이야.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실실 웃던 아이, 세워서 한 장 찍었어.
나도 어렸을 대 동네 사진을 좋아하는 아저씨가 찍어준 사진이 있는데,
신발 짝짝이로 신고, 얼굴에 V를 그리고 있는 사진...
몇년 지나면 저 아이도 이 섬을 떠나겠지?
작은 배는 심하게 요동쳤는데, 큰 배는 천원이 비싸서 그런지 얌전히 달린다.
그래도 스페인해적선 같았던 작은 배가 난 좋다.
아, 시간만 있었어도 하루 더 머물면서 한가롭게 가파도를 거닐고 싶었는데,,,
나중에 헌 집이나 빈 집을 빌려서 살고 싶다. 스페인 해적선 자주 탈 수 있고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