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일지
사계를 담아내며
봄
위기에서 기회로 어둠에서 빛으로 추운 겨울을 이기고
매화가 피듯 우리는 밝음으로 간다.
검고 거친 매화 등걸에서 세월의 인고를 밝힌다.
어둡고 혼란한 배경에서 비리와 난재들이 혼무한 세상과
인간의 힘으로는 그저 묵묵히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천재지변을 그려낸다.
그 속에서도 굳굳히 맑고 깨끗한 꽃을 피워내는 매화는
우리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그래서 우리의 선대들은 선비의 상징인 사군자의
하나로 매화를 꼽았나보다.
그러나 그 뿐이랴! 근엄하고 딱딱할 것 같은 선비의 이미지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매화는 이미 회화의 소재로 훌륭한 것을......
전지하여 잘라내지 않은, 오래 묵어 세월을 머금은 자연 그대로의 매화 등걸은 그 큰 몸집의 휘늘어짐이 자연스러워 경이감에 숭고함으로 까지 다가오게 된다.
그 굵고 힘찬 등걸의 모습은 늙은 코끼리의 피부를 확대해 놓은 듯 거칠을 뿐만아니라 모든 이야기들을 머금은 듯한 그 검은 색채는 비라도 올라치면 반짝이는 숯처럼 세상을 정화시키는 것 같다.
그 뿐이랴! 등걸에서 뻗어 나온 힘찬 가지는 마치 할머니가
청년을 생산한 것처럼 그 기세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어느 나뭇가지가 매화처럼 힘차랴!
어느 나무의 꽃이 매화처럼 향기로우랴!
그래서 나는 매화를 좋아하며 그 좋은 매화를 일년 내내 간직하고 싶어 종이에 붓질을 한다.
어찌하여도 그 귀한 성정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나 매년 매화 고장을 찾아다니며 그 기상을 마음속에 담아 보고는 한다.
요즈음은 아파트의 정원이나 공원에서 보기도 하고 구례의 매화마을로 행락을 떠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좀 더 매화다운 모습을 찾아 산골로 들어간다.
특히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심어져 자연스레 자란 수십 그루의 매화들을 보면 행복해 진다.
전라도 지방의 고택 서재 앞의 매화를 보면 저절로
나의 붓이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봄은 항상 희망으로 다가온다.
어둡고 차가운 대지가 풀리면서 이 땅에 하얀 메시지로 향기롭게 다가온다.
편지처럼 다가오는 반가움의 악보들,
그래서 밝고 환해지는 마음, 마음들......
언제나처럼 설레고 있다
여름
화려함이 어울리는 젊은 계절.
연잎에 구르는 이슬처럼 삶은 활기차고 움직임은 여유롭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으로 분수처럼 쏟아지는 삶의 열정을,
정열의 아름다움을 주체할 수 없어 흩뿌리고 싶다.
그러나 다시 돌아앉아 가슴 벅참을 갈무리한다.
예쁘고 곱게 가장 아름다운 색채로 노래라도
하고 싶다
가을
여름의 뜨거움이 다 못타고 터져 나온다.
가슴처럼 절절함을 꽃으로 표현해본다.
기도처럼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계절을 붙잡고 싶다.
그러나 또한 가장 행복한 계절이기도하다
열심히 살아낸 열매가 함께하는 풍성함을
여유로 누리며 한껏 미소를 머금어본다
겨울
눈이라도 좋다.
눈물이라도 좋다.
항상 가라앉는 내면의 언어들
모든 것을 잠재우는 안개처럼
세상은 고요하고 적막하다.
그래도, 그대로 잠들 수만은 없는 무언가을 그려내고 싶다.
용기로 서있는 대줄기처럼
새로운 활기가 대지에 다가오는 날의 기운을 미리 반기며
기쁘게 견디는 모습을 담아낸다.
작가노트
문인화작품을 10점씩 전시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고 느꼈다.
시간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몇 년 전의 실험작을 꺼내
마무리를 해보았다. 겨울을 표현하는 작품이 되었다.
계절별로 상징이 될 수 있는 꽃을 한가지씩 선택해서 소재로 삼았다. 기존에 작업하던 문인화와는 조금 다른 현대 회화적 접근을 시도해 나갔다. 짧은 공간이지만 함께 계절 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문인화와 친하지 않았던 관객들이 다소나마 문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수줍은 소망을 담아본다.
프로필
임천(林泉) 이지향(李祉享)
imchen Lee ji hyang
학력
경기대학교 전통예술대학원 서화예술학과 졸
저서 - 문인화길잡이 난초, 대나무, 매화 각 1,2권 출간
석사논문 - 조선백자 문양에 표현된 문인화 연구 (2004년)
약력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 역임 (2003년)
경기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
율곡상 수상
미국 메릴랜드 대학․주미 한국대사관 초청 전시 (1999년 4월)
중국 호북 미대․호남사대․하문대 초청 전시
독일 말브르크시 초청전시 (2009년 9월)
미국 뉴욕 코리아빌리지 전시장 초정 전시 (2011년 4월)
서울서예가협회 회장 역임 (2002~2003년)
경기대학교 한국화과․서예과 외래교수 역임
개인전
개인전 5회, 부스전 3회,
단체전
국내외 200여회
현재
한국미술협회 고양시 문인화분과장
고양시여성작가협회 부회장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143-1번지 중앙프라자 401호
한국서예문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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