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중미 7개국 35일 여행기 : 23편
- 트리니다드 토바고
※ 2019년 12월 18일 출발한 '중미7개국' 여행기입니다. ※
코스타리카를 떠납니다.
새벽, 아직 어두운 길을 달려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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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항공을 타고 파나마로,
비행기를 갈아타고 트리니다드 토바고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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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앉아보기는 오랜만입니다.
특히 팀과 함께할 때에는
자리를 뜨고 챙겨야할 일이 많아 늘 복도쪽에 앉는데,
이번에는 창가자리로 배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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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반 가량 날아, 드디어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보이기 시작했고,
하늘에는 쌍무지개가 걸렸습니다.
또 1년 만에 찾아가는 이 섬나라에서
좋은 일이 많이 있으려나 봅니다.
처음 이 섬에 가려고 생각했을 때
나의 제안을 받은 친구가 물었습니다.
거긴 뭘 보러 가는 거예요?
내 답은, 뭐가 있는지 보러가는 거야, 였다고 합니다.
난 잘 기억도 나지 않는 대답이지만
친구는 그 답이 맘에 들어 동행을 결심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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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찾은 한식당에서
생참치회와 황새치회를 아주아주 맛있게 먹고,
아주아주 즐겁게 술을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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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
관광을 시작할 때 입니다.
토바고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가장 멀리 있는 아스팔트 호수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천연 아스팔트가 샘솟는 곳입니다.
기름도 나고(거의 고갈되었다지만)
가스도 나고, 아스팔트도 많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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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푹 파여진 이 곳은 물보다 아스팔트가 많은 호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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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는지, 작년 보았을 때보다 물이 많습니다.
날은 쨍하게 맑아 고여있는 물이 시리게 파랗습니다.
하늘의 푸른 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물은 물이지만
물 아닌 부분은 흙이 아니라 아스팔트입니다.
굳어 있지만, 완전히 딱딱하게 굳은 것은 아니라
오래 서 있으면 바닥이 조금씩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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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 있는 아스팔트는 묻어나지 않습니다.
신발에 들러붙지도 않고
손으로 만져도 묻어나지 않습니다.
오늘의 아스팔트 호수는 아주 멋있었습니다.
물이 고여 하늘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런 그림이 또 어디 있을까.
완전히 굳지 않은 바닥에서는 기포가 만들어져 올라오고 있습니다.
손으로 뜯으면 가스가 들어있던 기포가 찢어집니다.
터진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찢겨진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안내를 해주는 가이드가 특별히 우리를 주의시키더니
액체 상태의 아스팔트를 보여줍니다.
막대기로 찍어서 올리니 걸쭉하게 올라옵니다.
호수 한 쪽에서는 아스팔트를 캐내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딱딱하게 굳은 상태인 핏치입니다.
걷어내고나면 말랑한 아스팔트가 다시 솟아나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다시 딱딱하게 굳어집니다.
굳어질 때까지는 다른 곳을 채취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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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내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토바고행 비행기를 타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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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25분을 날아 토바고로 날아갑니다.
5시간 페리로 갈 거리를, 25분만에 갑니다.
매년 트리니다드에 왔지만, 토바고는
처음 왔던 10년 전 이후로 처음입니다.
팀원들을 데리고 가는 내가 가장 설렙니다.
첫댓글 잘 봤습니다 감사드리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