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황금산, 산과 바다 두루 즐기는 산책길
충남 서산의 황금산(黃金山)은
해발 156m에 불과한
나지막한 산이지만
산과 바다의 정취를
두루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완만한 숲길,탁 트인 서해와 주상절리의 절벽해안,
황홀한 낙조 풍광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황금산의 원래 이름은
‘항금산’(亢金山)이다.
황금(黃金)은 평범한 금이고,
항금(亢金)은 고귀한
금을 뜻하므로
예부터 ‘항금산’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그러다가 금이 발견되면서
황금산이 되었다고 하는데,
1926년 발간된 서산군지에 ‘황금산’(黃金山)으로 표기돼 있다.
마을 사람들은 황금산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유래를
두 갈래로 이야기한다.
하나는 이 일대가 노을이 지면
온통 붉어지는 데서 찾거나,
산 주변 해역이 해산물이
풍부한 황금어장이라는 데서 연유했다고 한다.
봉우리 3개가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황금산은
오늘날 사시사철 초록빛을
뿜어내는 오솔길과 탁 트인 바다, 주상절리의 풍광이 조화를
이루는 명품 트레킹 코스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 됐다.
황금산의 코스는 주차장에서
정상에 오른 뒤 몽돌해변과 코끼리바위,굴금을 둘러보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썰물 때에는 해안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일반적인 코스는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하고,
해안 트레킹 코스는
4시간 정도 걸린다.
◇몽돌해변,코끼리바위 등 비경 즐비
황금산 들머리에서는 ‘서산아라메길’과 ‘황금산 입구’ 장승이 탐방객을 반긴다. 등산안내도를 살펴보고
나무계단을 오르면
널찍한 흙길이 이어진다.
몸과 마음에 스미는
솔향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소나무 사이로 한화토탈
대산공장이 눈에 든다.
완만한 경사의 솔숲 길을
500m쯤 걷다
오르막길에서 가쁜 숨
몇 번 몰아쉬면 산 중턱의 사거리 쉼터에 이른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270m 가면 정상에 닿고,
오른쪽 길은 헬기장을 거쳐
끝골 해안으로 향한다.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몽돌해변과 굴금으로 이어진다.
사거리 쉼터에서 바닷가로 내려서면 이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돌길을 따라 코끼리바위를
만날 수 있는 몽돌해변으로 간다. 내려가는 도중에 만나는 돌탑에는 산악회 리본과 소망을 적은 쪽지가 바람에 펄럭인다.
탁 트인 바다에 이르자
파도 소리가 요란하다.
몽돌해변은 모래 대신
크고 작은 자갈들이 깔린
아담하고 아늑한 바닷가로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갈 때 물속에서 몽돌들이
‘사그락 사그락’재잘거린다.
황금산에서 첫손으로 꼽히는
절경은 단연 코끼리바위다.
탐방객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들며 기념사진을 찍게 만드는 명소다.
높이 5m가 넘는 거대한 코끼리가
긴 코를 드리우고 바닷물을 마시는 듯한 형상으로 자연의 신비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암벽 틈새마다 뿌리를 박고
자라는 소나무는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멋스럽다.
코끼리바위를 중심으로 해변은 양쪽으로 나뉜다. 썰물 때면 구멍이 뚫린 아치형 코끼리바위 아래로 오갈 수도 있다. 코끼리 목 부위쯤 되는 곳에서 계단을 통해 가파른 언덕을 넘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해안의 절경이 일품이다. 수만 년 세월이 빚은 주상절리의 절벽이 해안으로 장대하게 치솟았고, 해안은 온통 넓적한 돌무더기다. 몽돌이 아니라 주상절리 암벽의 파편이다. 암벽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하늘과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하고, 촛대를 연상시키는 바위 꼭대기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독야청청 버티고 있다. 암벽의 파편을 걷는 것은 모래와 몽돌을 걷는 것보다 힘이 더 든다. 돌 틈새로 발이 자꾸 헛돈다.
다시 코끼리바위 목 부위를 타고 삼거리로 되돌아왔다. 이정표에 있는 ‘←등산로’ 표시가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발길은 해식동굴이 있는 굴금으로 향한다. 단풍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의 낙엽으로 융단을 깐 숲길을 내려가면 몽돌해변과 해식동굴을 만날 수 있다. 썰물 때 바닥을 드러내야 갈 수 있는 해식동굴은 깊이가 50m나 된다.
김재신 문화관광해설사는 “황금산에 절이 있던 옛날. 한 스님이 굴이 얼마나 깊은지 알아보려 양초 열 갑을 들고 들어갔는데 초가 다 타들어 가도록 끝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며 “황룡이 황해의 조기떼를 두고 청룡과 뒤엉켜 싸운 황룡 전설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말한다. 굴금의 해변은 코끼리바위의 삐죽, 뾰족한 네모난 돌이 아니라 부드럽게 잘 다듬어진 몽돌로 채워져 있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몽돌의 재잘거림을 뒤로하고 다시 올라와 사거리 쉼터에서 끝골로 발길을 옮긴다. 온통 해송과 잡목으로 울창하게 뒤덮인 산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바다로 터진 곳에서 햇살에 눈 부신 서해와 이원반도 풍경이 발길을 더디게 한다. 나무 사이로 굽어 보이는 바다 풍경이 막혔던 가슴을 확 트이게 해준다. 시나브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헬기장을 거쳐 끝골 해안 절벽에 이르면 우측으로 먹어섬, 비경도, 난지도가 멀리 보인다. 줄을 타고 해안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경사가 급해 대부분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간다.
사거리 쉼터에서 270m 걸으면 정상이다. 떡갈나무 숲 속에 돌탑을 쌓아 가운데 ‘황금산 156m’라는 표지석을 세웠다. 정상 바로 밑에는 임경업 장군을 모신 ‘황금산사’(黃金山祠)가 있다. 황금산사는 예로부터 임경업 장군의 초상화를 모셔놓고 풍어(豊漁)와 안전을 기원하던 곳으로, 지금도 매년 4월 1일 동제(洞祭)를 지낸다. '황금목’이라 불리는 황금산의 앞바다는 물이 깊고 물살이 급한 데다 파도가 높아 험한 뱃길로 알려졌다.
황금산사는 무엇보다 조망이 빼어나다. ‘숲에 이슬을 보탠다’는 의미를 지닌 가로림만(加露林灣)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물이 가득 담긴 항아리처럼 생긴 가로림만 입구의 폭은 2.5㎞로 서산 쪽은 황금산이, 태안 쪽은 만대포구가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
황금산은 서산 아라메길 3코스의 출발점으로 서정적인 겨울 바다인 것은 물론이려니와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해 질 녘 바닷물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면 가슴이 저릴 만큼 아름답다. 황금산은 겨울 바다의 낭만도 품고 있어 연말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