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4일 화 戊午날
편재 왕지, 상관 록지, 지살.
신축 아파트인 서울 집이 하자보수 시즌을 맞았다. 후배가 특급등기로 보내준 공지의 결론은
전 세대 입주민의 인감증명과 날인이 필요하다는 것.
인감증명은 인터넷발급도 안된다 하고 위임하는 것도 복잡한데, 낼 모레까지 제출해야한단다.
대충 위치만 알고 있던 영해면사무소를 무작정 찾아가 물어보니 인감을 변경하는 것만 아니면 어디서든 인감증명은
발급이 된단다. 오호!
서류를 떼고 우체국으로 가 가장 빠른 등기로 발송까지 마쳤다. 집에 사는 후배가 받아 이후의 일은 처리해줄 것이다.
등기를 부치고 나와 보니 건너편에 물건싸다고 들은 마트가 보인다.
똑 떨어진 설탕이 생각나 하나 사려고 들어가 보니 그동안 다닌 동네 슈퍼 중 물건이 제일로 다양하고 많은 거다.
이 곳에선 구하지 못해 인터넷 배송을 시켜왔던 요구르트까지 유통기한 긴 걸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젠 인터넷 주문 안해도 되게 생겼다.
요즘 심취해있는 뻥튀기 강냉이 튀밥까지 종류 별로 한 수레 가득 쌓여있다.
괜히 들떠서 뻥튀기 강냉이 각 1봉으로 출발해 기타 등등...
설탕 한 봉지 사러갔다가 주전부리로 장바구니를 채우고 말았다. 정말 제어가 안 되는 지름신의 발동이다.
계산하는 주인의 꼬드김에 넘어가 포인트 카드까지 만들었다.
서울에서도 곧 이사갈 거라며 10년을 생활한 동네에서도 포인트 따위 모으지 않았는데
여기선 얼마를 더 살려고 포인트 카드까지 만들고 있다. 아무튼 영해 여자 다 되었다.
길눈이 얼마나 어두운지 한 번 갔던 길도 늘 미로처럼 새로운데
면사무소며 우체국이며 만세시장의 출입구도 어렵잖게 찾아낸다. 내 수준에 기특한 발전이다.
집에 돌아와 건빵, 강냉이, 미숫가루 등 군것질로 하루의 마지막 요기를 하고 오랜만에 산보를 갔다.
길가의 남의 집 복숭아 밭을 보니 역시 이틀 간의 큰 비 덕분에 낙과가 수두룩하다.
뼈대 있는 안동 권씨 가문의 복숭아 나무는 폭우에도 굳건히 피 같은 열매를 지켰을까. 궁금타...
비 온 뒤 바다는 흙빛으로 일렁이며 허연 배를 뒤집고 몰려왔다.
뭍은 갰는데, 한번 제대로 성난 바다는 그렁대며 산처럼 부풀어 올라 갯바위로, 방파제를 진격한다.
트라이포트를 때리고, 모래사장을 사납게 할퀸다.
먹구름 두터운 하늘과 맞닿은 자욱한 수평선도 경계를 지웠다.
길고양이만 얼쩡거리는 텅 빈 포구,
호흡 거친 바다가 주역이 되어 활극을 펼치는데 관객은 1열의 감탄보다 무서움이 앞선다.
대진해변의 주차장에 천막이 들어서고 색 전구가 걸리고 트로트가 흘러나온다. 먹거리 장터가 열렸다.
흥청대야할 천막엔 당연 손님이 없다. 차타고 온 한 커플이 셀카 놀이에 빠졌을 뿐. 휑한 바람만 휘몰아친다.
풍물시장 호객꾼으로 초빙된 품바 남녀는 서로 객쩍은 만담을 하고 흥 빠진 노랫가락을 주고받는다.
지나가는 길손이 다 민망할 지경이다.
습하고 찬 밤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총총 걸음을 재촉했다.
첫댓글 호흡거친 바다~~~~
캬~~~ 오방 고급집니다...
제가 젤 좋아라하는 거친 파도라 한참 보고 갑니다~
뽀인트카드까지 만드신 영해주민 화이팅!!
저는 일반보통보다는 약간더 흥이 있는 편이고
제 사주에도 품바각설이단이 딱 맞긴하는데요.
퇴직후에 각설이예술단에 수련과정을 거친 후
엿사업을 해보는것도
여러 계획안중에 하나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품바남녀 대목이 마음이 쓰이네요.
고요와 성냄은 또 한몸임을 보고 갑니다.
정들면 고향이라고 했는데 우짜실래요? ㅎㅎ
물은 멀리서 봐야 아름답다!
가까이서 보면 무섭다
들어 가서 보면 진짜 무섭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