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나물·참나물·달래
<보타이드버틀러>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양식 식재료는 대부분 공산품이고, 신선식품은 종류도 몇가지 없을 뿐 아니라 고가이기 때문에 메뉴 가격을 올리게 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 윤영기 셰프의 설명이다. 봄철 코스메뉴를 구성하는 것은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채집한 나물이다. 따뜻한 봄기운을 머금은 제철 나물은 나른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취나물, 방풍나물, 달래, 두릅 등은 한국식 재료지만 서양 요리에도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다. 그 예로 방풍나물과 참나물을 라자냐 사이에 겹겹이 쌓아 올리기도 하고, 두릅과 달래로 담근 피클을 육류 요리에 곁들이기도 한다.
식용 꽃
우리나라 사람들은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화전’을 부쳐 먹으며 계절을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화전의 재료로 쓰이는 진달래는 잘 알려진 식용 꽃이며, 국화, 민들레, 제비꽃도 먹을 수 있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관상용이 아닌 식용 꽃을 전문으로 재배하는 농장이 생겨 구하기도 쉬워졌다. 식용 꽃은 알록달록 선명한 색깔로 눈을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꽃마다 제각각 맛과 향이 달라 먹으면서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꽃을 먹는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고, 장식으로만 생각해서 먹지 않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꽃에는 항산화작용을 하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과일이나 채소보다 10배 이상 함유돼있어 건강에도 좋다.
바지락·북방대합조개
산란을 앞둔 늦봄의 조개는 껍데기 안에 영양을 듬뿍 비축해두고 있어 실하고 알차다. 어느 나라든지 해안 지역에서는 조개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바지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조개류다.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특히 제철인 봄이 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감칠맛을 자랑한다. ‘봉골레 파스타’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봄철 바지락을 회로 먹기도 한다. ‘웅피’로도 불리는 북방대합조개는 별다른 양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 자체로 훌륭한 맛을 지닌 식재료다. 쫄깃쫄깃한 식감은 물론이고 살에서 배어나오는 단맛과 짠맛이 균형을 이룬다. 보라색을 띠는 발 부분은 익히면 빨갛게 변해 시각적으로 포인트를 주기 좋다.
봄을 그대로 옮겨놓은 셰프 테이스팅 코스
SPRING SEA CLAM
북방대합조개와 아스파라거스
첫 번째로 나오는 에피타이저 요리다. 북방대합조개는 살짝 소테(Saute, 강한 불에서 짧은 시간 표면을 지지는 조리법)해서 보드라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오븐에 살짝 구워 풍미가 진해진 금귤은 해산물과 함께 먹었을 때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서양채소 아스파라거스는 살짝 포칭(Poaching, 비등점 이하의 뜨거운 물에 삶는 조리법)해서 아삭한 섬유질 느낌을 살리되 질기지 않게 제공한다. 감자와 콜리플라워로 만든 퓨레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아스파라거스와 함께 먹으면 좋다.
마지막으로 신맛을 지닌 ‘블러디 소렐’, 단맛이 나는 식용 꽃 ‘팬지’ 등으로 장식해 완성했다.
WILD GREEN LASAGNA
봄나물과 바지락 라자냐
넓적하게 밀어낸 파스타의 일종인 ‘라자냐’는 파스타 면과 속재료를 층층이 쌓아서 오븐에 구워 조리한다. <보타이드버틀러>는 기성품 라자냐를 사용하지 않고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라자냐 면을 만든다. 만드는 과정이 번거로워도 요리에 필요한 만큼 면의 두께나 식감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작고 둥글게 모양낸 라자냐 사이에 제철을 맞은 바지락과 취나물, 방풍나물, 참나물, 달래 등 봄나물을 겹겹이 쌓아 올려 구웠다. 식감이 자칫 밋밋할 수 있어서 새송이버섯을 두툼하게 썰어 넣어 고기의 씹는 맛을 대신할 수 있게 했다. 밀가루와 버터, 우유로 만드는 베사멜 소스의 농후하고 묵직한 맛은 금귤과 체리토마토의 새콤함이 보완해준다. 알갱이처럼 바스러지는 그라나빠다노 치즈와 피스타치오를 갈아서 라자냐 주변에 뿌려 마무리했다.
GRILLED BEEF TENDERLOIN
한우안심스테이크
메인 요리는 숯불에 구운 1+등급 한우 안심 스테이크다. 스테이크는 ‘웰던’으로 바싹 익히면 육즙이 빠져 퍽퍽하고, ‘레어’로 먹을수록 육즙이 풍부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생고기 상태보다 완전히 익혔을 때 육즙이 더 많이 나온다고 윤영기 셰프는 설명했다. 강한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조리하게 되면 속까지 열이 닿기도 전에 겉 부분의 조직이 파괴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윤영기 셰프는 ‘레스팅(Resting, 휴지)’을 반복하는 방법을 택했다. 특히 ‘레어’는 속이 덜 익은 상태가 아니고, 붉은기가 남아있으면서도 속까지 열기가 들어가 있어야 하므로 조리하기가 더 까다롭다. 고온에서 한번에 굽지 않고 굽기와 레스팅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므로 200g 스테이크의 경우 조리 시간이 40분에서 1시간가량 소요된다. 이렇게 완성된 스테이크는 부드러우면서도 고기 전체에 육즙이 골고루 퍼져 있다.
RASPBERRY CHOCOLATE MACARON
마카롱
마카롱은 아몬드가루, 설탕, 머랭(달걀흰자)으로 만드는 프랑스식 디저트다. 들어가는 재료는 간단하지만 만드는 데에 시간과 정성이 필요해 가격이 높은 편이다. 분홍색이나 하늘색 같은 연한 파스텔톤의 색깔과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