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새해 첫날이면 북한산 백운대에 올라 신년 신고식을 하곤했는데 2025 을사년에는 영봉에 올라 인수봉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우이동에서 시작해서 백운대가는 능선 따라 걸었다. 완만하게 오르막길이라 그리 어렵지 않은 산길이다. 오르면서 여기저기 부러진 소나무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수십년 봄여름가을겨울의 온갖 풍상을 견딘 녀석들인데 지난번 내린 폭설에 속절없이 주저앉고 말았으니 너무 안타깝다.
빨라지는 호흡을 조절해가면서 한 시간 정도 걸어 15시에 하루재에 도착했다. 하루재에 올라서니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차갑게 한다. 서울방향은 한 여름 기온이었는데 인수봉골짜기에서 부는 북풍은 한겨울 추위로다. 북풍한설이라더니 고개 하나 사이에 이렇게 날씨가 변하다니 그래서 산은 항상 조심하라고 했나보다.
차가운 북풍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영봉으로 올라간다. 15시15분에 영봉에 도착하니 탁트인 시야가 나를 흥분하게한다. 이 풍광을 보러 여기 온 것이다. 마치 거대한 고래가 바다에서 솟구쳐오르듯 우뚝 솟아오른 인수봉은 진짜 佳景이다.
인수봉을 기점으로 길게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구름낀 날씨속에 마치 신비의 세계를 보는 듯 하다. 누가 뭐래도 여기가 지상 최고의 풍광이 아닐까 한다.
반대쪽에는 도봉산이 우뚝 솟아 나도 있노라 포효하는 듯 하다. 오봉까지 이어지고 사패산까지 연결되는 도봉산이 한 눈에 조망되고 수락산 불암산까지 그리고 날씨가 흐려 희미하지만 서울 시내도 조망되는 진짜 명당이다.
영봉에서 눈 아래 펼쳐지는 풍광을 맘껏 즐기고 다시 하루재 방향으로 하산한다. 바람은 계속 차갑다.
15시 40분에 다시 하루재에 도착해서 도선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곳곳에 쓰러진 소나무에 마음이 무겁다.
16시 50분 북한산 입구 도선사앞에 도착해서 영봉 산행이 무사히 끝났다. 새해 첫날이라 도선사 참배하려고 걸어가는데 차량들이 길 양쪽으로 길게 주차해있다. 다들 새해 첫날이라 소원 빌러 온 모양이다.
절에 와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면 좋은 거라는 생각이다. 도선사 경내 구석구석을 둘러 보았다. 대웅전에 모셔져있는 부처님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참배객들이 두손모아 기도하고 있다. 각자 무슨 소원을 빌고 있을까? 나도 부처님의 자비를 기원했다.
새해 첫날 북한산 영봉 산행 혼자였지만 참 좋았다.
산은 언제나 좋다. 나한테 산은 큰 스승이고 벗이며 무한히 베푸는 존재이다. 산에 다녀오면 心身이 새롭게 회복되는 느낌이다. 오래도록 산을 오를 수 있는 축복을 주시라고 늘 日月星辰에게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