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란 좋은 시인에게서 나온다는 진리를 항상 되새기면
甘泉 권도운
세상의 사람이 하는 일에는 도를 통하면 더욱더 좋겠지만, 최소한 입산수도를 하는 만큼의 고통이 필요하다.
도란 육체적 ․ 정신적 수양을 말함이다.
나이만 많으면 어르신이라고 하긴 하지만, 개중에는 속된 말로 나잇값을 못 하는 어르신도 있다.
고통을 회피한다든가, 고통을 단순한 고통으로만 생각하고 고통의 순리를 깨닫지 못하므로 나이는 먹었으나 나잇값을 못 하는 어르신이 아니라 늙은이가 되기 쉽다.
왜 그런가? 그 원인을 알려면 그 사람의 유년기부터 따져봐야 하지만, 우선 쉽게 젊은 시절부터 알아보면 대부분 젊은 열정이 지나쳐서 열정에 휘말리기가 쉽다.
그르므로 분별력을 길러야만 한다. 분별력이란 자신에게 닥치는 고통을 통하여 순리를 깨닫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 비로소 분별력이 생기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분별력이란 쉽지 않다. 마치 고통 속으로 나를 관통하는 고통의 순리를 통하여 도를 통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가을에 지는 잎을 ‘落葉’이라고 하는 이도 있고, ‘丹楓’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낙엽’은 떨어지는, 혹은 떨어진 나뭇잎을 말하는 것이고, ‘단풍’은 붉은 나뭇잎을 말한다.
아주 단순한 비교인 것 같지만, 두 단어 속에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각기 다른 과학적인 은유가 숨어 있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것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상에는 과학 아닌 것은 없다. 그런데 아직도 문학을 과학이 아니라고 가르치고 있다.
‘문학의 이해’ 편에서 ‘문학의 정의’를 보면, ‘문학이란 언어를 매개로 한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에 호소하는 예술적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과학처럼 법칙이나 기준이 있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작품이 다분히 주관적이며, 개별적 관심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문학은 학문이다. 학문에 대한 사전적 기술을 보면, ‘어떤 분야를 체계적으로 배워서 익힘, 또는 그런 지식.’이라고 전하고 있다.
‘체계적’이란 곧 ‘일정한 원리에 따라서 낱낱의 부분이 짜임새 있게 조직되어 통일된 전체를 이루는, 또는 그런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과학이며, 세상의 모든 것에는 반드시 과학을 전제로 하여야만 한다.
다양성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기준이 없는 것은 학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시란 무엇인가? 문학의 한 장르,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글이다.
형식에 따라 정형시ㆍ자유시ㆍ산문시로 나누며, 내용에 따라 서정시ㆍ서사시ㆍ극시로 나눈다. [비슷한 말] 포에지(poésie).
이를 요약하면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글’인데, ‘함축과 운율’은 작시법(poésie)의 기본요소이다.
쉽게 말하면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의 자기만의 요리(음식)를 ‘함축과 운율’이란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다.
이때, 어떤 형태로든 먹고 싶은 욕구를 일으켜야 하고, 독자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씹을수록 새롭고도 감흥 적인 맛이 우러나야 한다.
그러자면 소재도 중요하지만, 과학적인 구성이 필요하다.
구성은 필수적이다. 구성이란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만들어서 어떤 그릇에 담아낼 것인가.’ 하는 방법론이다.
그 포맷(format)과 구성 방법이 좋아야 한다.
포맷과 구성 방법이 완벽할수록 좋은 시가 태어난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좋은 포맷과 좋은 구성 방법으로 좋은 시를 쓴다는 것은 시뿐만 아니라 시인 스스로 향기 나는 인간이 되는 길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좋은 시란 시뿐만 아니라 시인 스스로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향기를 발산하지 않는다면 시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시보다 시인이 중요하다. 운문뿐만 아니라 산문도 마찬가지다. 산문도 시의 작법과 정신이 녹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산문은 시와 수학의 합체라고 한다.
(특허와 연출의 방법을 응용하여 발전해온 과정은 설명하기가 간단치 않으므로 부득이 세부적이며, 정밀한 구성 방법은 책을 통해서 밝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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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란 좋은 시인에게서 나온다는 진리를 항상 되새기면 언젠가는 독자가 인정해주는 좋은 시인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오래전에 쓴 시 한 편을 올려봅니다.
단풍(丹楓)
권도운
어쩌다가 세상을 다 알아버린 오만이여!
땀 흘리는 것마저 시들해진 이 가을에
지는 해는 늙은 수캐처럼
떨어지는 낙엽만 무심히 바라본다
떨어지려 해도 떨어질 힘마저 없어
세상 나무에 매달린 채
붉지 못한 잎이야 어찌 단풍일 수 있으랴
단풍은 늙은 수캐의 동공이 되어
지는 해와 함께 가을 바다에 멱을 감는다
* 詩와 揷畵: 權度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