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이명박 정부는 112층 555미터의 롯데초고층 빌딩 건축을 결국 허가할 모양이다.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다. 3월24일,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열어 용역을 준 한국항공운항학회로부터 비행안전성에 대한 9개 항목 모두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고 청와대는 건립을 허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한다.
앞으로 남은 절차인 민관합동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에서 별다른 이견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제2롯데월드 신축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그 동안 이 문제를 개관적으로 검토하기 위하여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에서 미국의 항공전문기관인 연방항공청(FAA)에 의뢰하여 비행안전영향평가를 했으며 그 결과 일부 비행절차(비행로)만 수정하면 초고층 건설에 문제가 없다고 통보하여 왔으며 국내에서도 한국항행학회와 우리나라 비행절차 전문수립기관인 문엔지니어링이 검토하여 같은 결과를 제시하였다고 한다. 보나마나 짜맞추기식의 인상이 짙다.
청와대의 입장은 한달 전의 입장과 대동소이하다. 청와대는 항공계기설치로 보안조치하고, 활주로의 5도 변경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논리이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다는 점을 다시 부각시킨다.
II
이미 민주당과 민노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3월 26일, 열흘만의 졸속 보고서라고 비판하고, “국내외 공항에서 초고층 건물로 인해 활주로 방향을 변경한 사례를 없다”고 지적하면서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도 “청와대가 보안조치가 되면 허가하겠다는 것은 15년간 논란을 빚어온 서울공항의 문제를 가볍게 여긴 발상으로 곤란하다.
보안조치가 쉬운 것이라면 이렇게 15년동안 시간을 끌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따금하게 지적했다. 또 그는 “최소한 일주일 이상 걸린다는 시뮬레이션이 단 이틀만에 졸속으로 처리된 점”도 비판했다. 민주당과 민노당의 대변인 성명들은 그 내용들이 일리가 있는 지적들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초고층 빌딩을 살아생전에 짓는 것을 보고 싶다는 일개 재벌총수의 일생일대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서 비행기 활주로 방향까지 틀어준 사례는 세계항공역사상 없다는 점이다. 또 15년간 논란을 빚어온 문제가 보안조치로 쉽게 해결될 문제였다면 벌써 해결되었지 15년간이나 끌지 않았을 것이다.
III
이제 항공운항에서 발생할 문제점들은 거의 다 지적되었다. 계속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현재까지 거론되는 문제점의 반복·되풀이하는 차이일 뿐이다. 남은 문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 문제점으로 만약 청와대가 롯데월드의 초고층 빌딩 신축을 강행했을 경우, 만약 후일 항공사고가 발생했을 때 막대한 인명·재산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그 경우 과연 누가 최종적 책임을 질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항공사고는 언제 터질지 전혀 기약이 없다. 2-3년뒤에 발생할 수도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고령의 신격호 롯데그룹회장이 이미 故人이 된 이후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공군과 국방부는 “청와대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실토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전문용역업체는 “보고서는 권고사항이므로 자신들이 책임지는 일은 아니다”라고 발뺌을 할 것이다. 청와대는 “전문용역업체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다. 결국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고 사망한 사람만 억울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전시에 긴급한 비행기 이착륙이 발생할 경우, 국가안보의 책임문제가 생긴다. 서울 성남 비행장은 평시보다도 전시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북한의 김정일이 언제 미사일 발사를 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태에서 남북한간의 긴장상태가 언제 무력도발로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북한은 또 개성공단의 남한 근로자를 인질로 억류했다는 소식이다.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호주나 뉴질랜드처럼 바다가 천연의 요새로서 지켜주는 한가로운 나라가 아니다.
남북한 간의 긴장상태에서 성남공항은 중요한 전략 공군기지화 될 텐데, 북한의 초동 무력도발에서조차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초기에 공군력으로 제압하지 못할 경우, 대한민국의 안보는 치명타를 맞게 된다. 이럴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얼굴을 들 수 있을까? 청와대 뱅커에 경제비상대책위를 구성하여 연일 경제위기에 대응할 대책 마련에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안보문제의 뱅커대책위는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 문제점으로, 항공기 운항의 사고 발생을 우려하여 항공기 파일 조종사들이 서울 성남비행장 운항을 거부하면서, 성남비행장이 불구상태가 되어서, 멀지 않아서 멀쩡한 비행장의 폐쇄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신설 비행장의 건설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롯데월드인가? 아니면 국민의 세금을 거둔 정부인가? 약싹 빠른 롯데그룹측에서는 장차 항공사고가 발생하여 문제가 커지기 전에, 은밀하게 서울시와 청와대에 접근·로비하여 비행장 폐쇄 혹은 이전을 권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고층빌딩을 짓는 동안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활주로를 3-5도를 틀지 않고 성남 비행장의 이전을 은밀하게 촉구하면 된다. 물론 비용은 항공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이므로 정부에 비용부담을 뒤집어씌우는 것이 가능하다. 그럴듯한 대의명분으로 포장될 것이다. 그것은 성남비행장의 대형 항공기 수용불가와 개축보수불가이다. 그리하여 그 대안으로 수원비행장의 확대·개축일 것이다.
이미 롯데월드 신축 허가를 보고 고도제한을 풀어달라는 성남 주변의 민원이 이미 들어오고 있다. 공군과 국방부가 롯데재벌에 대한 특혜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 성남 주변의 고도제한 규제를 풀어버리면서, 우후죽순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게 한다면 자연히 성남 비행장은 無用之物이 될 것이다. 이것은 청와대와 롯데가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 이유는 일자리 창출이 비행장 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의 일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와 롯데는 항공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 성남비행장이 폐쇄되면, 새로 비행장을 개설하던지 아니면 수원비행장으로 대신한다고 국민들을 설득하면 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
실례를 들자면,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선 홍콩의 카이탁 공항은 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 폐쇄하고 첵랍콕 비행장을 신축하여 운영해온지 오래다.
성남 비행장의 비극적 운명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이미 無用之物이 된 부산의 수영비행장의 경우를 보면서 他山之石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의 수영비행장이 언제부터인지 거의 비행기가 이착륙을 하지 않는 텅빈 운동장인 ‘고물 비행장’이 되었고, 중요 항공기들의 이착륙은 거의 김해비행장으로 이전했다. 부산도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미 해운대와 시청앞에 롯데그룹을 포함하여 3개 회사에서 100층이 넘는 초고층 상가주택 복합건축물을 짓고 있다.
부산의 수영비행장이 왜 언제부터 갑자기 자기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여기에 초고층빌딩을 지으려는 재벌들의 집요한 로비가 사전에 없었는지 그 명백한 이유를 언론에서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의 경우, 이번에 허가한 초고층 빌딩 허가와 수영비행장의 항공기의 김해비행장 이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해야할 것이다.
IV
청와대가 특정 재벌의 ‘거머리처럼 끈질긴’ 수년간의 로비에 넘어가서 황금 같은 수도권의 전략비행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데 합작하여 함께 춤을 추는 것으로 비쳐져서 참으로 안타깝다. 한 재벌의 로비력은 참으로 무섭다.
멀쩡한 비행장을 무용지물로 만들어서 일개 재벌에게 헌납하는 꼴이 되고 있다. 權力은 有限하나, 金力은 無限하다는 사회생활의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주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조차도 무력화시키는 롯데의 로비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일자리와 국가안보는 어느 하나 귀중한 것으로 버려서는 안되는 중요한 자산이다, 지도자의 요체는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 균형감각이 무너질 때, 엄청난 국민적 지탄과 저항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4대강 유역 정화사업, 새만금 내부 공사, 경인운하 등으로 이미 막대한 정부예산이 투입되었고 일자리 창출의 시동은 이미 충분히 걸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누가 보아도 국민생명과 항공위험을 담보한 명백한 재벌특혜라는 의혹을 지울 없는데, 왜 굳이 강행하려고 하는가?
그에 대한 의혹이 뭉게구름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명박 대통령과 신격호 롯데그룹회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롯데는 이명박 대통령과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 이미 롯데월드의 신축에 상당한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한다. 롯데월드 신축 주관사인 롯데물산의 장경작 사장은 이 대통령과 함께 61학번 동창으로 오랫동안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자칫하면 국민들에게 “재벌의, 재벌에 의한, 재벌을 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이명박 정부라는 이미지로 각인(刻印)될 수도 있다. 또 다시 반대할 시비꺼리가 없어서 외로워했고 또 국민적 지지도가 전혀 상승세를 타지 않아서 초조해했고, 박연차검찰조사사건으로 코너에 몰렸고, 국회폭력쿠데타사태로 국민들의 지탄을 한 몸에 받았던 야당들로서는 청와대의 밀어붙이기식의 초고층 롯데빌딩 허가 결정으로 인해 참으로 좋은 대정부 공격의 好材를 만났다.
그들은 국민의 생명과 항공안전, 그리고 국가안보를 담보로 해서 재벌특혜를 강행하는 ‘이명박 OUT’을 다시 열창할 것이다. 국가안보가 한나라당과 보수애국단체의 전매특허였는데, 이제 갑자기 야당과 좌파시민단체의 애용물로 둔갑하려한다.
작년에 무려 100일동안 계속되어 서울 밤하늘을 노랗게 밝혔던 미국쇠고기-광우병 난동촛불이 다시 기축년에 시청앞과 광화문 네거리에서 노랑 색깔로 불타오르게 될 개연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청와대의 결정과 보수애국단체의 입장, 그리고 야당과 좌파시민단체들의 향후 반발이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된다.
http://leejucheon.com
ㅁ 원광대 사학과 교수,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국제현대사연구소장 |
2009년 04월01일 09:22분 09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