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에서 살아있는 제주도를 만나요!
한국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유산이 14곳이나 됩니다. 그 중 13곳은 ‘세계문화유산’이고,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이 된 곳은 제주도의 유산 뿐입니다. 제주도의 바다, 산을 보며 막연히 예쁘다! 라고 말을 하지만 제주의 자연은 우리가 보는 것 이상입니다. 세계적으로 찬사와 함께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문화유산입니다. 제주의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한라산’, ‘성산일출봉’ 그리고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입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과 거문오름의 화산 분출로 생겨난 동굴(만장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이 모두 포함된 지대입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서 여행자에게 오픈이 된 곳은 거문오름과 만장굴 두곳입니다.
얼마 전에 거문오름을 다녀왔습니다.
거문오름은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홈페이지 (http://www.jeju.go.kr/wnhcenter/index.htm)에서 미리 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합니다. 예약은 9시부터 1시까지 30분 단위로 선착순 마감이며 시간당 25명씩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화요일 휴무. 입장료 :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1,000원 (제주도민 무료) 입니다. 거문오름 자유 트래킹 후 해설자님과의 탐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거문 오름은 조천에 위치해 있어요. 한라산 기슭에 위치한 기생화산 중 하나입니다. 다른 오름에 비해 돌과 흙의 색이 짙고 음산한 기운을 띄어 거문 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대 측정 결과가 20-30만년 전 형성된 용암동굴로 알려졌었는데요. 최근 약 4년간 지속적으로 한라산 연구부에서 연구한 기록이 다시 나왔다고 합니다. 거문 오름 용암 동굴계의 형성시기는 약 8,000년 전으로 재확인이 되었더라고요. 8000년이든 20만년 전이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곳입니다.
해발 456m 둘레 4,551m 정상에 오르면 오름 중앙에 커다란 분화구가 있고 한쪽으로 용암이 흘러내린 자리가 뚫려서 말발굽 형태의 분화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분화구를 말발굽 형 분화구라고 하는데요. 이 분화구가 생성될 당시 용암이 지표면의 경사를 따라 해안선까지 흐르며 동굴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동굴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 동굴입니다. 지형의 생성 과정과 동굴의 규모 그리고 현재에도 자라나는 희귀한 종유석 등 특별한 지질학적 가치로 인해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가 되었습니다.
거문오름은 셀프트래킹을 하는 정상코스는 약 40분정도, 해설자님과 함께하는 분화구 코스가 약 1시간 반정도. 총 2시간~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코스는 1코스 - 정상 셀프 트래킹 코스로 약 1.8km 40분~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삼나무 숲길을 지나 정상까지 이어진 긴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서 거문 오름 주변을 조망할수 있는 코스입니다.
2코스는 약 5.5km로 약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소요 됩니다. 거대한 분화구와 오름 안쪽의 유적지와 식물을 해설사님과 함께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코스입니다.
계단과 오름을 걷는 길 정비가 잘 되어있어 편하게 오르내릴 수는 있지만 계단이 많은편이라 아이들이나 노인분들은 좀 힘든 코스일 것 같아요. 1코스를 오른 후 2코스 해설사님과 분화구를 다녀오는 코스는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거문오름에 다녀온 2월은 겨울이지만 이렇게 초록초록한 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역시 제주~ 라는 소리가 나옵니다. 거문오름은 초반 초록이 무성한 삼나무 숲길부터 시작을 합니다.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간 커다란 삼나무 숲길은 진한 피톤치드의 향이 맑은 기운을 가득 전해줍니다.
삼나무 숲을 따라 난 긴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에서 분화구와 용암 동굴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외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의 여러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시원한 풍경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 서서 풍경을 보고 있으니 제주도의 정기가 제 온몸에 퍼지는 듯한 짜릿함이 느껴지네요.^^
이 전망대에서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1코스를 마무리 할 사람들을 출발지점으로, 2코스인 ‘분화구 코스'로 가실 분들은 해설자님을 만나서 두번째 코스를 시작하게 됩니다. 분화구 코스는 가벼운 산행으로 시작을 합니다. 산길을 오르고 내리며 거대한 분화구로 향합니다. 분화구 외 오름 속의 역사 유적지를 두루 관찰 할 수 있습니다.
혼자 트래킹을 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곳들을 해설사님의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코스였습니다. 나무와 풍경, 풍혈, 수직동굴 등 다른 산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화산 지형의 자연을 오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고요한 산속에 울려퍼지는 새들의 지저귐, 햇살은 따뜻하고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산이 온몸을 감싸는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거문오름에도 일제의 잔해가 있더라고요. 태평양 전쟁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 요새 등 흔적이 가득 남아있더라고요. 제주도의 풍경이 예뻐서 유명한 많은 오름이 있어요. 용눈이 오름, 백약이 오름, 다랑쉬 오름 등 거문오름은 그런 풍경이 예쁜 오름에 비하면 풍경이나 고운 선을 가진 오름의 능선을 볼 수는 없습니다. 좀더 거칠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제주의 자연을 볼 수 있고, 세계 자연 유산이라는 것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가볍게 오르는 오름에 비해 산행의 느낌도 더 가득하고요. 가장 좋은 것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제주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해설자님의 이야기이겠지요?
다녀오시면 제주에서 아주 의미있는 여행 코스로 기억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