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알랭 드 보통 ‘불안’ & 김태형 ‘불안증폭사회’
자본주의·신자유주의 탓 생긴
현대인의 불안 요소
그 실체와 해법 관한 탐구

‘불안’이라는 말은 그리 환영받을 만한 감정은 아니다. 불안이란 마음이 편치 않고 조마조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불안은 누구에게나 가끔씩 생겨날 수 있다. 다만 그 원인이 다를 뿐이다. 불안이라는 것은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은 감정이지만 그렇다고 그 감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어두운 산길을 걸으면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함부로 나아간다면 낭떠러지에서 추락할 수도 있듯이, 삶의 중요한 순간에 불안을 느끼면서 조심하거나 준비하는 마음이 사라진다면 일을 크게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안이 과도할 때다. ‘불안장애’라는 말처럼, 불안의 정도가 너무 강해지거나 오래 지속되면 불안은 위험에 대비하는 감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몸과 마음을 공격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된다. 과도한 불안은 우울증 같은 정신병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자살로 내몰기도 한다. 자살과 관련해 대한민국은 커다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9년 연속 1등이다.
자살의 개인적인 이유는 저마다 다를지 몰라도 그 핵심 정서에는 불안감이 공통적으로 자리한다. 10대에는 학업과 이성, 20~30대에는 취업과 결혼, 40~50대는 퇴직은퇴, 60대 이상은 질병과 빈곤에 대한 불안감이 주된 이유다. 그런데 성적, 구직, 퇴직, 질병, 빈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형태의 문제라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라는 책에서 불안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법을 제시하는데, 여러 진단 가운데 자본주의가 만들어놓은 불안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특히 눈에 띈다. 자본주의 시대는 과거보다 분명 경제적으로 더 풍요해졌는데 왜 사람들은 더 불안하고 자살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걸까?
자본주의에서 실제적 궁핍은 줄어들었지만 상대적 궁핍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이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라고 지적하는 것은 그 이유다. 또 자본주의에서 불안이 더 극심해진 이유는 궁핍을 죄악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가난에 처한 모든 사람을 비난받거나 벌 받아야 마땅한 사람으로 격하시킨다.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이 서구 사회의 불안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면 김태형의 ‘불안증폭사회’는 IMF 이후 한국인이 맞닥뜨린 불안 증폭의 원인을 진단한다. 대다수 심리학자와는 달리 김태형은 불안의 원인을 사회 속에서 찾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한국인들의 불안과 관련해 개인적 원인이 30%라면 사회적 원인이 70%라 말하면서 IMF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의 득세로 불안 요소가 폭증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불안증폭사회’는 불안에 대한 핵심 원인은 건드렸으나 그 처방에서 일반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알랭 드 보통 또한 불안증에 대해 철학, 예술, 정치, 종교 측면에서 탁월한 통찰력으로 지혜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사회적 처방전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불안’이나 ‘불안증폭사회’가 개인의 불안에 대해 사회적 해법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그것이 한 권의 책 안에 담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불안에 대해 사회적 해법을 알고 싶다면 세계 최고의 행복지수를 자랑하는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 시스템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출처: 이부연 위즈덤하우스 분사장 / 한국교직원신문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