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26] 이정수(李貞壽) - 내 모든 것 하늘에 맡기고 5. 감사와 축복 - 2
9 고통스럽더라도 계속 걷는 것이 오히려 나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밤중에 걷는 것이었다. 너무나 지친 육신이기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피곤에 졸음이 겹치니 걸으면서 자는 것이다. 한참 걷다가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면 바로 개울가이거나 아니면 가로수에 부딪치는 것이었다.
10 나중에는 낙오자가 생길 우려가 있어 전부 손에 손을 잡고 걸었다. 꼬박 밤샘을 하고 걸으니 허기도 지지만 추위가 몰려 왔다. 전주에 도착하니 이튿날 아침 7시였다. 꼬박 21시간을 걸은 셈이다. 이렇게 해서 집회에 참석하고 보니 죄스러운 마음이 다소 자위가 되었고 발이 부르터서 진물이 났지만 그저 기쁨만이 충만하였다.
11 이러한 노정들이 계속되는 동안에 1969년 6월 28일에는 무주 교회 부인회장 겸 권사로 임명되었으며 1969년 2월 3일에는 한국부인회 무주군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그간 무주 교회에서 배출된 축복가정은 스물 한 가정이며 그중에는 나의 둘째 딸(성기)도 하늘의 은사를 받아 430가정의 축복을 받았다.
12 27년의 뜻길을 걸어 오면서 나는 뜻 속에 모든 것을 바치고 또 아낌 없이 주는 생활이 되도록 노력했었다. 그리고 뜻을 대함에 정성을 다하여 받들고 활동을 하되 주저하지 않고 극단적인 믿음 속에서 실천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남편은 모든 어려움을 참으면서 아내인 나와 함께 지금도 뜻길을 가고 있다.
13 하늘의 사랑이 항상 같이하는 가정, 이웃과 겨레를 사랑하며 인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가정, 기쁨과 소망이 넘치는 하늘의 가정을 이루어 보겠다는 나의 신앙의 기준은 나에게 조금도 태만한 여유를 주지 않고 스스로를 매질하게 한다.
14 살림을 등한시하고 남에게 주기만을 원하기에 가정을 망쳐 왔다고 숱하게 받아 왔던 핍박과 수모에도 나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식구를 기르고 보살피기 위해서 준 것, 그리고 모시기 위해서 드린 것, 이 모든 것이 가장 보람 있고 가치 있는 내용들이 아니겠는가.
15 언젠가 흙의 밥이 되어 사라져갈 육신을 위해 영혼을 저버리고 살았다면 내게 남은 생의 보람이 무엇이었을까. 내 생애의 소망을 향해 내 인생 전부를 바칠 수 있었다고 하는 것 이상 행복된 보람이 또 있겠는가.
16 날로 변천해 가는 뜻 앞에 더 강하고 더 위대한 일을 해드리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뜻 속에서 진실된 심정 자세와 정성과 지성을 다하는 순종 굴복의 생활로써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