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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손님’ 머리와 손을 '수'라 부르는 것은 '하늘→머리→손'이라는 순환체계 배경
‘손’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인체의 손을 알면 알 수 있습니다.
머리의 생각을 주로 맡아서 처리하는 기관이 ‘손’인만큼 우리 인체에서 ‘손’의 기능은 일일이 꼽기 어려울 만큼 많습니다.
그만큼 다양하고도 많은 일을 수행하는 우리 손은 어떻게 해서 ‘손’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일까요?
‘손’이라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한자가 ‘手(손 수)’자이므로 ‘手’자로부터 ‘손’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手’자는 보통 ‘손’의 모양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손’을 그냥 ‘손’이라고만 해버리면 더 이상 다른 속성들과 연결시킬 고리를 놓치게 됩니다.
‘手’자의 이해는 ‘손을 왜 수라고 하는가?’에서부터 풀어야 합니다.
‘수’라는 음은 水(물 수), 首(머리 수), 樹(나무 수) 등의 한자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水(물 수)로부터는 ‘위에서 아래로의 흐름’이라는 특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손’을 ‘수’라고 부르는 것으로부터도 이런 흐름을 읽어낼 수 있을까요?
머리와 손이라는 특별한 관계 즉 머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손의 관계로부터 ‘머리(首)→손’이라는 흐름을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首(머리 수)’를 또 ‘수’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머리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곳에서 머리로 내려오는 무언가가 또 있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머리(首)와 손(手)을 ‘수’라고 부르는 것은 ‘하늘→머리→손’이라는 순환체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자를 만든 이들은 ‘자연은 순환한다’라고 생각했으며 순환이야말로 생명의 대표적인 속성이며 순환하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우리 인간의 몸도 예외가 아니어서 하늘이 사람의 머리로, 머리에서 손으로 다시 손톱을 타고 하늘로 되돌아가는 순환운동을 한다고 여겼습니다.
우리 몸을 매개로 하여 하늘은 순환운동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체계 때문에 ‘손’은 ‘손’이면서 동시에 ‘세 번째’, ‘내려오다’, ‘힘’, ‘마지막’ 등 여러 의미들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 한자들은 손의 다양한 기능과 의미를 나타내는 사례들입니다.
手(손 수) : 손은 하늘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손으로 내려오는 세 번째(=扌)
扌(손 수) : 手를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扌’를 쓴다
又(또 우) : 손의 반복적인 작용을 나타낸다
寸(마디 촌) : 손의 마디를 이용해서 잡고 집고 지키다
丈(어른 장) : 손에 지팡이를 잡은 어른
才(재주 재) : 사람의 재주는 손을 통해 나타난다
爫(손톱 조) : 하늘→머리→손→손톱으로 손톱은 다시 하늘을 향하는 뿌리
瓜(오이 과) : 오이는 넝쿨손을 이용해서 자라는 식물
力(힘 력) : 힘은 주로 손을 이용해서 표현
九(아홉 구) : 하늘→머리→손에서 손이 끝이듯 숫자 아홉은 숫자의 끝
左(왼 좌) : 땅에 속한 손
右(오른쪽 우) : 하늘에 속한 손
若(같을 약) : 손과 손은 서로 같다
反(되돌릴 반) : 손을 되돌리다, 손 바닥과 등을 뒤집다
友(벗 우) : 두 손처럼 합해서 하나가 되는 관계가 벗
臼(절구 구) ; 두 손으로 만든 움푹 패인 절구와 같은 모양, 여성의 자궁
受(받을 수) : 손으로 주고 받다
授(줄 수) : 손으로 주다
廾(두 손으로 받들 공) : 두 손으로 받들어 올리다
共(함께 공) : 여러 개의 손이 다 같이 함께
舁(마주 들 여) : 두 손으로 마주 들어 올리다
非(아닐 비) : 두 손이 서로 등지다
兆(조짐 조) : 하늘→머리→손으로 내려오듯 하늘의 조짐이 내려오다 |
‘손’의 ‘하늘→머리→손’의 관계는 ‘孫(손자 손)’자를 통해서 다시 확인할 수가 있는데, ‘孫’자는 ‘자(子)에서 이어지다(系)’ 즉 ‘자(子)에서 이어진 것이 손’이라는 의미이므로 ‘자(子)’는 머리가 된다는 것이며 머리를 ‘자(子)’라고 한다는 것은 그것의 모체가 되는 무언가가 또 있다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우리말 ‘자손’은 ‘머리와 손의 관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이 관계를 다음과 같은 체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父 天 一 ○ ◉ 해 해
⇣ ⇣ ⇣ ⇣ ⇣ ⇣ ⇣ ⇣
子 子 首 二 ◑ 올챙이 蚪 七 十
↓ ↓ ↓ ↓ ↓ ↓
孫 孫 手 三 ☺ 개구리 蛙 ↬ son |
한편, ‘손’이란 명칭은 ‘손님’, ‘손해’ 등의 말을 떠오르게 하는데, ‘손님’은 ‘주인이 아닌 사람’의 의미이고 ‘손해’는 재물이 덜어져 나간다는 의미입니다.
손을 나타내는 한자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각각 의미와 소리는 달라도 바탕은 손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1) 孫(손자 손; sūn) : ‘아버지-아들-손자’의 관계에서 ‘子’에서 이어진 손자
遜(겸손할 손; xùn) : 손님처럼 행동하다
2) 損(덜 손; sǔn) : 하늘→머리→손으로의 방향으로 떨어져 나가다
3) 飡(저녁밥 손; cān) : 아침 점심 다음의 세 번째 식사 [조옥구 한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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