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벌어서 남 주자” 113억 기부하고 떠난 99세 의사
강우량 기자
입력 2022.03.09 05:00
장학금 받은 학생 250명 - 본인 전 재산인 113억원을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한동대에 기부한 고 장응복씨가 지난 2019년 경북 포항의 한동대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과 팔을 이어 붙여 별 모양을 만들고 있는 모습. 장씨가 기부한 돈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만 250명에 달한다. /한동대
1950년 한국전쟁 때 월남해 서울에서 30년간 작은 진료실을 지키며 일했던 의사가 평생 모은 전 재산 113억원을 한동대학교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6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장응복(99)씨 얘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처럼 자신의 생전엔 기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1923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그는 평양의학전문학교를 나와 의사 생활을 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12월 피란길에 올랐다. 그 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개인 병원인 ‘장의원’을 열고 30년간 일했다. 유족들은 “개원할 때만 해도 한남동은 서울 변두리였는데, 그곳에서 아버지는 1991년 은퇴할 때까지 밤낮으로 환자들을 돌보며 성실하게 일하셨다”고 전했다.
장씨는 의사로 번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해 재산을 100억원 이상으로 불렸지만 늘 검소했다. 자기 소유의 자가용 한 대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옷도 아내인 김영선(93)씨가 손수 뜨개질한 것을 즐겨 입었다. 대신 재산은 미래 세대를 돕는 일에 쓰기로 했다. 2015년 35억7000만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매년 1억~50억원가량을 한동대에 기부했다. 한동대 표어 ‘배워서 남 주자’에 감명받아 “벌어서 남 주자”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장씨가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세 아들은 아버지가 2015년 기부를 시작하기 직전에야 거액의 재산을 모은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113억원 전 재산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장씨는 그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한동대 학생 250여명의 ‘키다리 아저씨’였다. 생전 그는 자기 재산을 남에게 알리거나 과시하지 않았고, 조용히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대학에 기부했다. 그가 기부한 돈으로 장학금을 받았던 박하영(27)씨는 “장응복 선생님은 친할아버지이자 정신적 지주였다”며 “도움 받은 것을 남에게 다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고 했다.
장씨가 서울에 정착한 것은 1963년 용산구 한남동에 ‘장의원’이란 병원을 세우면서였다. 당시 한남동은 고급 주택들이 늘어선 지금과 달리, 도로 옆 논에서 개구리가 튀어 오르던 변두리 동네였다고 한다. 장의원은 한남동에 처음 들어선 개인병원이었다. 환자들이 몰려 밤늦게까지 진료를 볼 때가 많았지만 장씨는 늘 자신의 상황을 고맙게 생각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장씨는 스스로를 한남동 주민들의 주치의처럼 생각했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왕진도 열심히 다녔다고 한다.
성실히 번 돈을 허투루 쓰는 법도 없었다. 장씨의 첫째 아들 장성훈 건국대 충주병원 교수는 “집에서 생일 잔치를 열어본 적이 없고, 거실 바닥에 깔린 카펫과 삼 형제의 옷가지를 어머님께서 손수 뜨개질해 만드셨다. 한번 산 옷은 10년 이상 입는 게 기본이었다”고 했다. 둘째 아들은 교사로 일하다 정년 퇴직했고, 셋째 아들은 해외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장씨는 원래 고향인 황해도에 학교와 교회를 짓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통일은 기약이 없어 보였고 결국 한동대에 기부를 결정했다. ‘배워서 남 주자’는 학교 표어에 감명을 받았고, 학교에 찾아갔을 때 일면식도 없는 장씨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고인과 생전에 가깝게 지낸 강신익 한동대 교수는 “검소하게 살던 분이 어느 날 학교에 매년 1억원씩 기부하겠다고 해 놀랐는데, 며칠 뒤 100억원을 전부 기부하겠다고 하시고 결국 말씀을 지키셨다”고 했다.
장씨의 세 아들도 어느 날 갑자기 기부를 하겠다고 한 아버지의 뜻을 선뜻 따랐다고 한다. 큰아들 장 교수는 “2015년 어느 날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김영길 한동대 초대 총장님과 함께 오시더니 종이 한 장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그 종이에 직접 유산 상속 포기 각서 내용을 적으시며 기부 얘기를 꺼내셨다”고 했다. 그는 “아버님께서 그 큰돈을 갖고 계신 줄 알지도 못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도 내가 가져도 되는 돈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씨의 남 모를 선행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이어졌다. 한동대에서 “훌륭한 뜻을 알리고 싶다”고 했지만, 그는 “내가 살아 있을 때는 기부 사실을 밝히지 말아달라”며 사양했다. 강신익 교수가 수차례 설득한 끝에 “사후에는 기부를 알려도 된다”는 허락을 겨우 받아냈고 유족의 동의도 받았다고 한다. 최도성 한동대 총장은 “장응복 기부자님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은 앞으로 자기가 또 다른 사람을 돕는 삶을 살면서 선행이 대물림된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강우량 기자
임효원
2022.03.09 06:12:15
참...위대하신 분이다. 쉬워보이지만 그 큰 돈을 기부한다는 것은 대부분이 하지 못하는 일이고 자녀들도 돈 욕심 내지 않고 ...그 부모에 그 자녀들이다. 참 장하시다.
류봉우
2022.03.09 05:52:35
어린시절 자유를 찾아 탈북해 일평생 환자분들을 돌보며 평생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조용히 떠나신 위대하신 장응복님을 무한히 존경하며 부디 평안히 잠드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가슴 찡한 분이 계시는가 하면 누군 똑같이 탈북해 나라의 지도자까지 하면서 온갖 못할짓이란 짓은 다해놓고도 일말의 양심이라곤 찾아 볼수 없는 무식과 무지의 산물인이 당당함을 보일때면 저런면이 인륜인가 싶었다 자고나면 거짓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공들여 이룩해놓은 선대님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을 하루 아침에 아작을 내고도 변명과 아집과 철면피로 중무장해 지금까지 헤집어놓은게 헤아릴수 가 없다 기억하고 싶지도. 보면 뒤들리는 마음을 추스러며 지는해를 보듯하는데 여기에 더한 인간이 해성처럼 나타나 그뒤를 잇겠다고 난리를 치고있으니 행여나 가시밭길을 가지나 않을지 노심초사다
류봉우
2022.03.09 12:33:18
준호님.종태님.현진님 댓글 감사합니다 자유와 평화는 투철한 국민성만이 지킬수있기에 우리가 선대님들의 업적을 본받아 나라사랑에 일편단심해야죠
김현진
2022.03.09 12:23:15
류봉우님, 애국심에 존경을 표합니다. 님의 깊으신 마음을 알수 있겠네요.
이종태
2022.03.09 10:44:56
나라의 지도자라 문재인 각하네 그런데 이분은 장응복님처럼 훌륭하게 세종대왕보다 더 명성이 자자하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지난 5년을 군부의 하나회처럼 패거리 정치만 하였으니 지하에 계신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면 무어라고 할까. 자기들 끼리만 함부로 날뛰고 국민을 위하는 것은 못 보았으니 그래서 사람을 믿으면 안된다고 한다. 민주당 현후보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또하고 있으니 나라가 어떻게 될려고 하는 지 이상 나라걱정하는 소시민
엄준호
2022.03.09 07:10:33
좋은 말씀입니다 대한민국이 세계속에 우뚝선것은 6.25의 폐허 속에서 우리의 선,후배님께서 죽음을 무릅쓴 월남파병과 파독 광부,간호사 열사의 사막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번 외화와 세계에서 알아주는 교육열 그리고 근면성실한 국민성 과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오직 수출만이 경제성장을 이룰수 있다는 신념아래 기업가와 근로자의 피와땀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바로세운 나라를 죄파들이 허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느책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북한에서 피난온 피난민을 받아준 남한정부에 평생 감사하며 살아왔다는 어느 교육자의 인생이야기로 대신합니다
김규석
2022.03.09 05:53:08
참 고생하면서 벌어가지고 쓸때쓰고 가셨네요 이런 내용은 자린고비 정치인에게읽게해야하는데 명복을 빕니다 널리 알리시고
김태영
2022.03.09 06:57:39
감동적이군요... 요즘 처럼 이기가 판치는 세상에 이런 분이 계셨다니요... 그분도 그분이지만 거액을 희사하는데 선뜻 동의한 그분의 가족 자녀 분들도 너무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권영철
2022.03.09 06:49:43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막 마치고 이런 위대하신 분의 소식을 접하니 대한민국의 위대한 분이 많으신 것을 알아 기분이 너무 좋다.대선에 나온 어떤 자는 가족에게 쌍욕이나 하고 국민에게 공복으로 봉사해야할 인간이 권력을 이용하여 재물만 삼키고,시시각으로 현란한 세치혀로 거짓말만해대는 소름끼는 인간도 있다.그런자를 따르는 유권자의 머리속은 어떤지 생각해본다.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자유보수여러분 오늘 빠짐없이 투표하여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다시 찾읍시다!
김옥재
2022.03.09 07:06:21
훌륭하고 위대하시군요. 존경합니다.
박병호
2022.03.09 07:08:19
우리 사회에 등불이 하나 꺼진 것 같습니다. 고인의 영전에 고개 숙여 삼가 명복을 빕니다.
박성훈
2022.03.09 07:07:56
아!! 인생이 이럴수도 있네요...
김춘배
2022.03.09 07:37:26
정말 위대하신분이다 대한민국은 이런분들이 계셔서 좋은나라이다 .
김영철
2022.03.09 07:17:3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임종관
2022.03.09 07:46:23
위대하신 님의 결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천현규
2022.03.09 07:50:30
고맙습니다
권인중
2022.03.09 07:54:02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른 참된 제자로 사셨습니다..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
김고치
2022.03.09 07:48:16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신 분 존경합니다.
최홍조
2022.03.09 07:47:40
의사로서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해 평생 헌신하시고 그 과실을 성장하는 미래를 위해 쾌척하신 진정한 슈바이처요 우리 사회의 소금이셨습니다. 머리 숙여 존경의 마음을 바치며 명복을 기원합니다.
박홍준
2022.03.09 07:59:25
고인과 그 자제분들에게 머리숙여 경의를 포합니다.
이문숙
2022.03.09 08:00:56
성경 말씀 그대로 실천한 진정한 크리스챤!존경합니다.주님 품에서 편히 쉬세요~♡
정경모
2022.03.09 08:08:48
선행 ,청지기의 삶, 아름다움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분이다 천국에서 젊은 시절로 변한 광채나는 모습으로 천국을 여행하고 시간의 개념이 없는 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사시겠네요.
전봉옥
2022.03.09 08:07:39
존경합니다. 삶에 모범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지금 부터라도 한 걸음씩 닮아 가겠습니다.
주춘오
2022.03.09 07:51:12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용규
2022.03.09 08:06:06
너무 가슴 뭉클하고, 너무 고맙고, 너무 감동이라 그냥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