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남자의 삶은 초라하다
그리고 비루하다
아무리 티를 안 내려고 애써도
어딘가 남루하다
애처로워 보인다
불쌍해 보인다
그래서 남편이 먼저 떠나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혼자 사는 여자들은 자유로워 보인다
그렇게 빈궁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려니 해서 그런지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남자보다 貧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ᆢ
고재열 씨는
노인 회관에 나가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악기도 배운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빈 공간을 마주하는 순간이 제일 두렵다
집안이 괴괴하다
반찬을 꺼내고 밥을 퍼서 식탁에 앉으면 혈혈단신 이다
밥이 모래알 같다
목울대가 먹먹해 온다
앞으로 이런 날들을 얼마나 혼자 견뎌내야 할지 모른다
출가한 자식들의 안부 전화도 점점 귀찮고 싫다
이래라, 저래라, 조심해라, 어디 아픈 데는 없냐, 필요한 건 없냐 걱정되고 효심이랄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가만 놔뒀으면 좋겠다
너희들은 정녕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알리가 없다
누구나 이 나이 돼 봐야 아는 것이니까
자식도 소용없고
친구도 아무 소용없다
곁에서 내 말 들어주고 거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렇게 도와주는 인간이 없다
고재열 씨는 고독과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죽고 싶어도 죽을 방법이 없다
앞으로 싸우며 얼마를 더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기약 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반려 강아지 한 마리를 키워볼 까 생각도 해 봤는데
강아지마저 우울할까 두려워 생각을 접었다
고재열 씨는 지금 苦島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