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의 시론(詩論) 7. 직유법으로 시 쓰기 : 합덕장 길에서, 엄마 생각, 수런거리는 뒤란, 갈대 등본
시를 詩답게 하려면 直喩法을 활용하라.
‘비슷한 것은 가짜다.’란 말을 한 적이 있다. 시는 ‘남과 다르게 쓰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어느 시인은 다른 시인의 시와 몇 행이 비슷하여 곤혹을 치렀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특히 시는 짧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암송하던 시, 좋아하던 시를 닮기 쉽다. 그러나 그 비슷함을 털 수 있어야 한다. 비슷한 것은 가짜기 때문이다.
시인에 따라 직유법을 자주 쓰는 경우도 있고 직유를 쓰지 않는 시인도 있는 것 같다. 직유법은 두 대상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두 대상 사이에 모양, 색깔, 속성의 유사성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이대흠 시인이 말했다. 닮은 점을 통하여 빗대어 표현하면 아무래도 시답게 더 잘 전달된다. 처음에는 시인들의 직유법을 사용한 시의 시행을 찾아 살펴보는 것도 훈련의 한 방법이 된다. 또 직유법을 찾아 정리해보자.
한 대상을 골라 시를 쓴다고 가정하자. 이때 직유 문장을 여러 개 만들어 시를 완성하는 것도 있고, 전혀 다른 발상의 시, 묘사와 진술의 시를 쓴 뒤에 한두 개의 직유를 적당한 행에 끼워 넣는 경우도 있겠다. 시인에 따라 스타일이 다르다. 문태준 시인은 직유를 사용하는 편이고 이성복 시인은 그렇지 않은 편이다. 우리가 좋은 시를 닮으려고 하는 것과 그다음에는 그 시를 뛰어넘는 시도를 하는 것이 사명처럼 여겨야 한다.
알고 있듯이 직유법의 방법은 ‘처럼, 마치, 흡사, 인양, 모양, 듯, 듯이, 인 듯, 같은, 같이, 만큼’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직유법은 살아있어야 한다. 거짓이나 단순한 수식(修飾)이어서는 힘이 없다. 비유는 주로 직유, 은유, 상징을 말한다. 직유는 묘사의 기본이고 핵심이다. 그리고 이것이 역설과 은유와 상징으로 나아가는 통행로이다. 다음 시들에서 그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다. 아직 배우는 입장에서 이 글을 쓰고 있음을 밝혀둡니다. 배움은 끝이 없음을 느낍니다.
합덕장 길에서
― 홍신선
아침나절 읍내 버스에 어김없이 장짐을 올려 주곤 했다
차 안으로 하루같이 그가 올려준 짐들은
보따리 보따리 어떤 세월들이었나
저자에 내다 팔 채소와 곡식 등속의 낡은 보퉁이들을
외팔로 거뿐거뿐 들어 올리는
그의 또 다른 팔 없는 빈 소매는 헐렁한 6·25였다
그 시절 앞이 안 보이던 것은 뒤에 선 절량 탓일까
버스가 출발하면
뒤에 남은 그의 숱 듬성한 뒷머리가 희끗거렸다
그 사내가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
깻박치듯 생활 밑바닥을 통째 뒤집어엎었는지
아니면 생활이 앞니 빠지듯 불쑥 뽑혀 나갔는지
늙은 아낙과 대처로 간 자식들 올려놓기를
그만 이제 내려놓았는지
아침 녘 버스가 그냥 지나친 휑한 정류장엔
차에 올리지 못한
보따리처럼 그가 없는 세상이 멍하니 버려져 있다
읍내 쪽 그동안 그는 거기 가 올려놓았나
극지방 유빙들처럼 드문드문 깨진 구름장들 틈새에
웬 장짐들로
푸른 하늘이 무진장 얹혀 있다
[단상]
당진에 있는 합덕장으로 가는 한 풍경으로 여겨진다. 하루살이를 하는 매일의 삶을 이어가는 인연들. 사람들이 있다. 6.25를 거친 외팔이의 인생이 고스란히 드러난 풍경이다. 깻박치듯(은어로, 그릇 따위를 떨어뜨려 속에 있던 것이 산산이 흩어지게 만들듯) 생활 밑바닥을 통째 뒤집어엎었는지 보이지 않는 그의 자리는 “차에 올리지 못한 보따리처럼 그가 없는 세상이 멍하니 버려져 있다” “극지방 유빙들처럼” 떠 있다. 한 인생을 슬프고 아프게 그렸다. 17회 노작문학상을 수상한 시다. 직유의 표현 때문에 詩를 시답게 멋있게 한다.
엄마 생각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단상]
배고픈 시절의 묘사다. 어린아이에겐 엄마는 절대적이다. 배는 고파오고 저녁이 닥쳤는데 엄마가 곁에 없다면 얼마나 무섭고 걱정이 될까? 하필이면 비까지 내리고. 대다수 우리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리움에 사무친다. 요즈음과 같은 아파트 문화에선 상상하기 힘들지 모른다. 그땐 냉랭한 '윗목'과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있는 온돌방이 있었다. 온기를 위해 아랫목엔 늘 이불이 깔려 있었다.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시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이 시에서 “찬밥처럼 방에 담겨”라는 표현이 절묘하다. 이처럼 직유가 빛나는 순간이다.
수런거리는 뒤란
― 문태준
山竹 사이에 앉아 장닭이 웁니다
묵은 독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 애처롭습니다
구들장 같은 구름들이 이 저녁 족보만큼 길고 두텁습니다
누가 바람을 빚어낼까요
서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산죽의 뒷머리를 긁습니다
산죽도 내 마음도 소란해졌습니다
바람이 잦으면 산죽도 사람처럼 둥글게 등이 굽어질까요
어둠이, 흔들리는 댓잎 뒤꿈치에 별을 하나 박아주었습니다
[단상]
한 폭의 풍경화다. 초가집이 한 채 있고, 그 뒷산과 연결된 뒤란엔 대나무가 파란 밭을 이루고 있다. 묵은 독에서 흘러나오는 장닭 울음 같은 소리가 대나무 밭에서 들린다. 시인은 가만히 그 광경을 바라보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소리는 고요하고 평온한 것이 아닌 우중충하다: “구들장 같은 구름들이 이 저녁 족보만큼 길고 두텁습니다” 이 시는 산죽과 내 마음이 소란해졌음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구들장 같은 시커먼 구름과 족보만큼 길고 두터운 저녁이 그려져 있고, 어둠이 내린 풍경에 댓잎 뒤꿈치에 별을 하나 박아준 풍경을 더한 풍경이다. 이 시에도 분위기를 묘사하기 위해 ‘같은, 만큼, 처럼’의 직유를 사용하여 시를 시답게 돋보이게 하였다.
갈대 등본
― 신용목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설산(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 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휘어진 몸에다 화살을 걸고 싶은 날은 갔다 모든 모의(謀議)가 한 잎 석양빛을 거느렸으니
바람에도 지층이 있다면 그들의 화석에는 저녁만이 남을 것이다
내 각오는 세월의 추를 끄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초승의 낮달이 그리는 흉터처럼
바람의 목청으로 울다 허리 꺾인 가장(家長)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단상]
시인은 폐염전을 걸어가고 있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라는 표현을 보건대 저녁 무렵이다. 멈추어 선 갈대숲에서 그는 새들이 “통증처럼 뱉어 내“고 있는 풍경을 보았다. 부러진 갈대는 펜 촉 끝 같다. 그래서 시인은 갈대를 세월의 한 참극과 풍파로 읽었다. 이 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언젠가는 소금이 설산(雪山)처럼 일어서던 들“과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라고 표현한 시인의 심중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아버지의 인생이 갈대였다는 것, 그리고 나도 아버지가 겪었던 바람을 맞으며 걸어야 한다는 인생의 처절한 갈대 같은 운명을. 갈대는 늘 바람의 소리를 내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는 표현이 詩를 시답게 멋있게 한다. - 牙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