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8-9 8 즉경即景 보이는 경치 그대로 9 효기曉起 새벽에 일어나서
효기간정우曉起看庭宇 새벽에 일어나서 뜰과 집 둘러보니
정우정차숙庭宇整且肅 뜰과 집이 정돈되고 엄숙하다.
아나해당화婀娜海棠花 아리따운 해당화 꽃송이
미염수풍락美艶隨風落 예쁘지만 바람 따라 떨어지누나.
운귀암학정雲歸巖壑靜 구름 전혀 바위 골짜기 고요해지고
조제연라벽鳥啼煙蘿碧 새가 우니 안개 속의 댕댕이 푸르다.
자희방광인自喜放曠人 스스로 방탕한 사람 즐겨하니
림천감적막林泉甘寂寞 숲과 샘은 적막함을 달게 여기네.
►댕댕이 새모래덩굴과의 여러해살이 덩굴풀.
줄기는 목질에 가깝고 잔털이 있으며 물체에 감기어 뻗는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이다.
초여름에 황백색의 잔 꽃이 잎겨드랑이에 취산聚繖 화서로 피고
열매는 핵과核果로 10월에 푸른 흑색으로 익는다.
뿌리는 약용하고 줄기는 바구니 제조용으로 쓴다.
산기슭 양지나 들에 나며 한국의 황해도이남, 일본, 대만, 중국,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방광放曠 언행言行에서 거리낌이 없음.
●효기曉起 새벽에 일어나서/김운초金雲楚
리하황화발籬下黃花發 울 밑엔 누런 국화 만발 하였고
요공일색추遙空一色秋 하늘은 가을 일색으로 맑디맑구나.
경하연북극傾河連北極 은하수 기울어 북극성에 닿았고
결월괘서루缺月掛西樓 그믐달 기울다가 다락 끝에 걸렸네.
귀안요인몽歸雁橈人夢 기러기 우는 소리 꿈속에서 맴돌고
한공야객수寒蛩惹客愁 귀뚜라미 슬픈 소리 나그네 시름겹네.
문장진소기文章眞小伎 글 쓰는 일 참으로 서툰 재주이니
만각졸신모晩覺拙身謀 늦게야 둔한 인생 도모해 보네.
►김운초金雲楚(1820-1869)
송도의 황진이, 부안의 매창, 더불어 조선 3대 名妓이자 여류시인의 한 사람.
조선 중기 평북 成川의 가난한 선비의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4살 때 글을 배우기 시작하여 10살 때 唐詩와 사서삼경에 정통하였다고 한다.
10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그 다음해 어머니마저 잃게 되어
퇴기의 수양딸로 들어가 기적妓籍에 이름을 올렸다.
자는 운초雲楚, 호가 부용芙蓉, 추수秋水이다.
춤과 노래, 詩文을 잘 지어 이름이 높았다.
이미 명성이 높은 뒤에 팔도를 유람하며 시를 지으며 살다가
19세에 정조·순조 대의 문신이자 평양 감사와 호조 판서를 지낸
77세의 연천淵泉 김이양金履陽(1755-1845) 만나 少室이 되었다.
당시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희대의 로맨스였다.
죽어서 김이양의 묘 옆에 묻혔다.
발랄하고 다채로운 시풍으로
<운초당시고雲楚堂詩稿><오강루문집五江樓文集> 등의 시문집에 漢詩 350여 수를 남겼다.
조선조 규수문학의 정수로 꼽히고 있다.
미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여 자신은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였다고 한다.
사절정四絶亭이란 시에서 자신을 山風水月의 반열에 넣어 五絶이라 自負하였다.
●효기曉起 새벽에 일어나/김천령金千齡(1469-1503)
효기창비수자추曉起窓扉手自推 새벽녘 창문을 손으로 밀어 여니
수두잔월상배회樹頭殘月尙徘徊 나무 끝에 새벽달이 아직도 머뭇댄다.
춘천점서림아산春天漸曙林鴉散 봄 하늘 점차 밝아 갈까마귀 흩어지자
와간청산입호래臥看靑山入戶來 문 열고 들어오는 푸른 산을 누워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