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팻집나무Large Berried Holly , 鬼兜靑 , アオハダ青膚
분류학명
나무 다듬기에 쓰이는 여러 목공 기구 중에 표면을 마무리하는 것은 대패의 몫이다. 그래서 대패는 예부터 목수들이 가장 아끼는 기구 중 하나였다. 대팻집나무는 대팻날을 보호해주고 깎을 나무와 바로 맞닿는 대팻집을 만드는 나무란 뜻이다. 대팻집에 쓰일 나무는 우선 단단하고 재질이 고르며, 거스름[逆木理]이 일어나지 않는 나무가 좋다. 대팻집나무는 비중이 0.6~0.7 정도로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아 이런 목적에 적합한 나무다.
대팻집나무는 감탕나무 무리의 호랑가시 종류와 형제 나무다. 다른 형제들은 늘푸른나무이면서 추위를 싫어하여 모두 난대지방에서 자라지만, 유일하게 대팻집나무는 갈잎나무이고 온대지방까지 올라온다. 경기 이남에서 만날 수 있으며, 키가 10여 미터에 이르나 아름드리가 되는 큰 나무는 아니다. 회갈색의 줄기는 상당히 나이를 먹어도 갈라지지 않고 매끄럽다. 칼이나 손톱으로 껍질을 살짝 긁어보면 안껍질이 초록색이다. 이것은 다른 나무에서 잘 볼 수 없는 특징인데, 엽록소가 있어서 잎을 도와 광합성을 하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부름켜까지의 안껍질에는 감탕나무나 먼나무 같은 형제나무들과 마찬가지로 끈적끈적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이것을 정제하여 접착제로 쓰거나 오늘날의 끈끈이처럼 벌레를 잡는 데 이용되었다.
대팻집나무의 잔가지를 보면 두 종류의 다른 형태를 금방 찾아낼 수 있다. 길이 1~2센티미터 남짓한 번데기처럼 가로 주름이 잔뜩 잡힌 단지(短枝)와 주름이 없는 장지(長枝)가 섞여 있다. 단지는 은행나무나 잎갈나무에도 있지만, 넓은갈잎나무 중에서는 대팻집나무에서 가장 확실히 볼 수 있다. 장지에 달린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단지는 가지 끝에서 돌려나기를 한다. 같은 공간에서 돌려나기가 어긋나기보다 훨씬 더 많은 잎을 달 수 있다. 그래서 장지는 새 가지를 길게 뻗어 자신의 세력 확장에 투자하고, 단지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잎 펼침의 경제성에 중점을 두었다는 해석도 있다.
대팻집나무는 암수가 다른 나무로서 봄날이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꽃이 잎겨드랑이에 1~2개씩 핀다. 가을이 되면 아직 노란 단풍이 들기 전의 초록 잎을 배경으로 콩알 굵기만 한 새빨간 열매가 익는다. 녹색과 붉은색을 강하게 대비시켜 새들의 눈에 잘 띄게 하자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나무 열매는 붉은 것과 검은 것이 가장 많다. 사람과 같은 색감을 가지고 있는 새들이 가장 쉽게 찾아낸다고 한다. 대체로 이런 열매는 새들이 좋아하는 과육을 잔뜩 가지고 있다. 새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나무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정도라고 한다. 그사이 맛있게 먹고 위장에서 소화시키지 못한 씨앗은 가능한 멀리 날아가서 퍼뜨려 달라는 주문이다. 파스칼의 말처럼 갈대가 아니라도 ‘생각하는 나무’가 되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