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페미니즘으로 세상보기 5강 <노동과 젠더>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김양지영 강사와 함께 여성노동의 현실, 노동시작 내 성차별, 시장노동과 돌봄노동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안산의 페미니스트책방 펨의 책방지기 희영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20대, 노동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나서 제일 먼저 내가 했던 일은 내 빨래, 내 밥은 내가 하고 챙겨먹는 것이었다. 그동안 전적으로 가사노동을 담당했던 엄마에 대해 미안함을 갖게 되었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갖게 되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나서는 집안에서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엄마가 전적으로 맡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모른 채,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대하는 아빠의 태도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였다. 그래서인건지 아니면 경제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기 때문인건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식들 다 따로 살고 있는 요즘에는 가사노동을 같이 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신다. 그렇지만, 손주들이 오는 때에는 여전히 부엌은 엄마의 차지가 된다.
전통적이라고 생각되던 가부장체제가 뼈 속 깊이 파고 들고 있으니 좀처럼 바뀌는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나름 페미니즘 공부 좀 했다는 나도, 아이 둘에 시아버지까지 함께 살게 되니 가사노동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했던 수많은 노력들은 줄어들게 된다. 매번 가사와 돌봄노동을 디테일하게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정확히 말하면 하기는 하지만 너무 주관적으로 하고 있어서 맘에 들지 않는다) 남편에게 매일 하던 잔소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런 요즘의 나에게, 페미니즘으로 세상보기 강좌는 마음을 다시 잡는, 풀어졌던 나를 정신차리게 하는 찬물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5월부터 매주 일요일 책방을 열어야 하는 나는, 일요일마다 두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있다. 둘째가 좀 까칠한 면이 있어서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살짝 있었는데, 그 마음도 날려버리는 중이다.
이번 5강 노동과 젠더 강의에서는 그동안 여성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생각되던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이 문제라는 것, 가정 내에서도 직장 내에서도 여성은 남성과 차별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도표와 사건들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차별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가 차별적이라면 그것이 차별이라고 하는 간접차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대도 변하고 의식도 변하면서 직접차별 보다는 간접차별이 훨씬 더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간접차별을 수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만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 개정이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 문화적인 변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러한 교육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받아야 한다.
안산에선 울림이 그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거라고 믿는다. 울 책방도 울림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첫댓글 페미니스트 상드님의 삶과 고민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가 울림을 주네요.. 힘내서 우리 좀더 멋진 세싱 함께 만들어 보아요^^
여성으로 엄마로 사는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던 글이라서 고맙게 읽었습니다.
자기 먹은 아이스크림 봉지, 자기 마신 물컵, 자기 먹다 흘린 과자부스러기, 자기 신을 양말 신은양말 제자리 갖다놓기만해도 나의 손과 발의 수고로움을 덜고 엉덩이 붙여 페미니즘 입문서를 들여다 볼텐데...
이 맴 어찌 모를까나~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