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 2곡 연옥 바닷가
마음으로 갈 길을 가지만
몸은 제자리에 머무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바닷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한 줄기 빛이 내 앞에 나타나 빠르게 바다를 건너오고 있었습니다. 그 빛에서 새하얀 것이 나타났고 또 다른 하얀 것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저 하얗던 것이 날개를 단 천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이 뱃사공임을 알게 되자 목소리를 높였다.
“무릎을 꿇어라! 하느님의 천사시다. 손을 모아라!
지금부터 넌 이 같은 사절들을 계속 볼 것이다.
하늘의 뱃사공은 고물에 서 있었는데 수백의 영혼들이 이 배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천사가 그들을 향해 십자가 성호를 그었습니다. 그러자 영혼들은 모두 물가로 뛰어내렸습니다.
천사는 올 때처럼 빠르게 돌아갔습니다.
새로 온 영혼들이 우리에게 산으로 오르는 길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베르길리우스가 우리도 조금 먼저 이곳에 왔을 뿐 우리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영혼들은 내가 숨 쉬는 것을 보더니 아직 살아 있음을 눈치해고 놀라워했습니다.
이 모든 행운의 영혼들은
아름다워지러 가던 길임을 잊어버리고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커다란 애정으로 나를 껴안으려 했습니다. 나도 그렇게 하려고 몸을 움직였습니다.
아 겉모습 말고는 공허한 영혼들이여,
그를 세 번이나 껴안으려 했지만
그때마다 손은 내 가슴으로 되돌아왔다.
위 시구는
베르길리이우스 <아이네이스>(6권. 저승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다. 700-702)에서 저승 세계에 가서 아버지 안키세스의 영혼을 만나 껴안으려하는 장면에서 이렇게 묘사되었습니다. “그는 세 번 목에 팔을 감으려고 했지만, 공허하게 잡힌 영혼은 세 번 손을 빠져나갔다. 마치 가벼운 바람처럼, 일순간에 사라지는 꿈처럼.” 아버지를 안으려하자 영혼인 아버지는 그림자뿐이어서 안을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구절도 <아이네이스) (2권 화염에 싸인 트로이야. 792-794)에서 “세 번이나 그곳에서 그녀의 목을 얼싸안으려 했으나, 세 번이나 그녀의 환영은 헛되이 포옹하는 내 두 손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에서 반복한 것입니다. 단테는 그 장면을 모방하여 여기에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시 <아이네이스>를 읽은 당대의 박식한 독자들도 이 구절을 연상했을 것인데 이 구절의 이용이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 당시의 시대에는 이름 높은 시인들의 명 구절이나 시구를 알고 자신 작품의 적절한 곳에 응용하는 것이 유능한 것인지, 난 알 수 없는데 재미있는 상상은 많이 됩니다.
내 얼굴은 놀라움의 빛으로 발그레 물들었던 것 같다.
그림자는 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고,
나는 그를 잡으려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나는 그때서야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습니다.
카셀라! 내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이런 여행을 하고 있소.
그런데 당신은 어쩌다 시간을 그리 많이 뺏겼소?
카셀라는 단테의 시를 노래한 가수입니다. 순례자는 카셀라가 죽은 지 오래 되었는데 왜, 이제야 도착했는지 의아해 합니다.
카셀라는 언제라도 자기 마음에 드는 영혼을 고르는 천사께서 여러 번 연옥행을 거부했는데 성년이 선포된 첫날인 성탄절부터 1300년 3월 28일까지 석 달 동안 이곳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자들을 모두 받아들여 이제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단테는 카셀라의 노래를 듣고 싶어 그에게 청하여 카셀라가 노래를 부릅니다.
단테는 물론이고 선생님과 다른 영혼들도 그의 노래에 참으로 만족스러운 듯 보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우두커니 노래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때 근엄한 노인(카토)이 소리 높여 외쳤다.
“이게 무슨 일이냐, 굼뜬 영혼들아!
어찌 게으름을 피우며 여기 서 있는 거냐!
어서 산(정죄산)으로 달려 올라가, 하느님을 가로막는
너의 허물을 벗어 버려라!
연옥 칠층 정죄산은 일곱개의 단계로 이루어진 산입니다. 그 산을 한 층씩 올라가며 일곱가지 죄인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식욕의 죄를 정화하여 죄의 허물을 벗습니다.
연옥은 12세기 이후에 나온 개념으로 참회한 죄인들도 어디선가 여죄를 씻어야만 하는 자신의 죄를 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12세기의 새로운 지신인들과 사회 계층의 기여와 희망이 중간적 개념과 공간을 사회에서 만들어 냈었다.)
연옥은 12세기 말에 '연옥'이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사용하여 공간으로 인식되는 연옥이 탄생했고 그 후 연옥 교의가 확산되어 14세기에는 단테의 작품 속에서 독창적인 연옥이 탄생하게 됩니다.
단테의 연옥편이 가장 독창적인 창조물이 됩니다.
새로 온 무리들은 황망하게 산으로 향했습니다.
우리도 그에 못지않게 빨리 그곳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