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출전한 응씨배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한국랭킹 1위 신진서 9단. 3번기로 겨루는 준결승전의 첫 판을 역전승으로 제압했다.
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 준결승1국
신진서, 자오천위 상대로 211수 만에 불계승
신진서 9단이 첫 판을 가져왔다. 10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베이징 중국기원의 자오천위 8단과 온라인으로 벌인 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준결승3번기 제1국에서 211수 만에 불계승했다.
자국랭킹 1위와 21위, 상대전적 3승1패. 이 밖에도 세계대회 성적 등 객관적인 자료의 수치에서 신진서 9단의 절대우세를 가리키고 있는 대결이다.
▲ 중국의 세계대회 우승자들인 셰얼하오 9단, 판팅위 9단, 구쯔하오 9단을 차례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돌가리기 결과는 신진서 9단의 흑번. 응씨배의 덤은 8집이기 때문에 백이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인공지능 승률에서도 신진서 9단이 40% 정도로 약간 불리하게 시작했다. 연구해 온 듯 자오천위 8단의 3ㆍ三 포진은 눈길을 끌었다.
출발 시점의 승률을 유지해 나가던 신진서 9단은 적극적인 행마로 불을 붙인 좌변의 1차 공방전에서 실점했다.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는지 간과한 수가 있었는지 커서가 한동안 위치해 있던 곳에서 실전의 착점이 바뀌는 모습도 보였다.
▲ 중국랭킹 21위 자오천위 8단. 이번 응씨배를 통해 첫 메이저 4강을 이뤘다. 16강에서는 박정환 9단을 꺾었다.
반상에 돌들에 메워지면서 냉정한 AI 승률은 한 자릿수까지 내려갔다. 평소에도 장고파인 자오천위 8단이 숙고를 거듭하며 리드를 유지해 갔다. 일반적인 수단으로는 역전이 힘든 상황에 놓인 신진서 9단은 고심이 깊어졌다.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에 각자의 시간 사용이 영향을 미쳤다.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자오천위 8단이 시간 초과로 벌점을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초조해졌고, 그것이 반상에 표출됐다.
▲ 지난해 88.37%(76승10패)로 연간 최고승률을 작성했던 신진서 9단은 올해 3승으로 출발하고 있다.
흔들린 자오천위가 오히려 우하에서 승부수를 날렸다. 시간적으로도 넉넉한 신진서 9단은 전공분야이기도 한 최후의 승부처에서, 140수 부근에서 기어코 역전을 이뤄냈다. 개시 5시간 55분 만에 종국. 자오천위는 2집의 벌점을 받았고 시간안배를 잘한 신진서는 23분 11초를 남겼다.
반대편 조에서는 중국의 셰커 8단이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에게 214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했다. 이치리키은 중반까지 우세를 이끌었으나 4집의 벌점을 받으면서 자멸했다. 셰커의 남은 시간은 57분 8초.
▲ 중국랭킹 13위 셰커 8단. 동갑내기 신진서 9단과의 첫 2000년대생 메이저 결승을 벌일는지에도 관심이 간다.
준결승전의 둘째판은 12일 속행된다. 1-1로 맞서면 14일에 최종 3국으로 결승 진출자를 가린다. 대국은 초읽기 없이 각자 3시간의 타임아웃제. 3시간 초과시 20분당 2집의 벌점을 받고 두 번까지 연장할 수 있다.
대만응창기바둑교육기금회와 상하이응창기바둑교육기금회가 주최ㆍ후원하는 응씨배의 상금은 우승 40만달러(약 4억4000만원), 준우승 10만달러. 그동안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창하오→최철한→판팅위→탕웨이싱 순으로 우승해 왔다. 한국 5명, 중국 3명이다.
▲ 절망적인 형세에서 집념의 역전승을 일궈냈다.
▲ 중국기원 대국장 모습.
▲ 첫 메이저 4강에 이어 첫 결승에 도전하는 이치리키 료 9단. 일본의 천원ㆍ기성(碁聖)ㆍ용성ㆍ오카게배를 보유 중이다.
▲ 12일 속행되는 준결승2국에서는 신진서 9단이 백으로 둔다. "마음을 정리하고 다음 대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오천위 8단이 너무 안전하게 두어 기회가 온 것 같다. 실력에서 밀린 것 같아 2국에서는 더 잘 둘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