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 김동출 수필 2.
젊은 후배 교육자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필자는 몇 해 전 교직에서 은퇴하여 평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매주 일요일이면 성당에 나가 교중미사에 참여하며 주요 행사를 사진 촬영하고 행사내용을 작성하여 홈페이지와 카페에 올려 교우들과 신앙생활 정보를 공유하며 홍보하는 역할이다
요즘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종종 초등학생 어린이를 만나면 오래된 친구 만난듯 반가운 얼굴로 "학교 다녀오는구나." "너 몇 학년이지? " 물어보곤 하는 게 입버릇처럼 되었다. 물론 그런 기회도 가뭄에 콩나듯이 줄어들고 있지만.
교학상장( 敎學相長: 가르치면서 배운다)의 즐거움 속에서 보낸 나의 지나간 나의 교직 생활을 되돌아 보며 이 세상에는 모두가 선망하는 좋은 직업이 많지만, 필자는 나시 태어나서도 교사의 직업을 갖고 싶다.
이제 와 꿈길처럼 지나간 나의 교직 생활의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들과 동반하여 갖게 되는 방학이라는 휴식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이 기간을 이용하여 교수력 향상을 위해서 장, 단기간 연수를 가지거나 휴양하기도 하였다.
요즘 들어서 필자가 천직으로 생각하며 평생 머물렀던 교직 생활. 떠나온 그 자리에 에서 통곡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훌륭한 나의 후배 교사들이
그렇게 바라던 '교육의 꽃' 피워보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게 된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요 분노로 다가선다.
교육의 힘이 곧 나라의 힘임을 우리 세대의 교사들은 가르치며 배우는
기쁨과 수고로 체득하였다. 1770년대 중반. 우리가 교직을 시작한 그 당시와 명실공히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지금과는 비교하기조차 어렵다.
불과 반세기 만에 우리 조국이 남북 북단 체제와 자원 빈국의 극단적인 장애를 견뎌내고 오늘날 우리나라가 창조한 한류 문화가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국력 신장의 원동력은 바로 교육의 힘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필자와 같이 교육대학에 입학한 동기생들은 가난한 집안 출신의 수재들이었다. 그러기에 이들은 남다른 학구적 열의로 담임 한 학생들을 피나게 가르치며 자신의 교수력 향상을 위한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교육 전통 속에서 자라난 인재들이 지금 나라 안팎에서 제 역량을 발휘하며 나라 발전에 힘모으고 있다.
이렇게 교사들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교육 발전을 위한 제도적 발전보다 교권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사회적 풍토와 학부모들이 자녀를 담임한 교사의 교육방침을 따라 주었기 때문이었다. 교육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교육 발전을 밀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신뢰받던 교육공동체의 기반이 봇물 터지듯 무너져내리는 것을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이러한 결과로 교육계 내부에도 분열과 갈등이 심화하여 결국은 오늘날까지 교육 불신의 지경에 이르게 되어 그 불똥의 비극적인 발로로 청년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게 되었다.
에둘러서 말할 것 없이 소위 말하는 학부모의 갑질 때문이었다. 인간적으로 보면 가르치는 교사도 금덩어리같이 귀히 여기는 다른 사람의 소중한 자식 아닌가. 정당하게 교권을 행사하면서 학생의 잘못을 바로잡는 교수 행위가 무슨 잘못이 있는가? 특권의식을 가진 일부 학부모의 그릇된 자식 사랑이 본인의 자녀와 국가의 앞날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교육의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은 사회지도자층의 교권 침해 행세는 예사롭게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이제 자녀 교육은 교육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여 교사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교육관이 투철하고 사명감이 강한 교사들에게 맡겨 두자. 그리하여 사랑하는 자녀들이 그들이 믿고 따르는 선생님과 함께 꿈을 키우며 자라나도록 지켜보자. 어차피 교육은 교사가 하는 일이지 학부모가 하는 일 아니지 않은가. 교육 현장의 주체자인 교사들이 학생들과 줄탁동시( 啐啄同時) 교학상장(敎學相長) 하도록 지켜보자.
이제 곧 꿀맛 같은 여름 방학도 끝물에 이르고 있다. 교실을 떠나있는 학생들도 가정에서 휴양하던 교사들도 다시 모일 준비를 위해 물밑 노력이 한창일 게다.
그들이 즐겁고 반가운 얼굴로 다시 만나 새로 출발할 수 있도록 이미 엎질러진 구정물도 깨끗하게 치우고 불행한 흔적도 지혜롭게 수습하도록 하자.
끝으로 교육 동지의 부모로서 유명을 달리한 젊은 후배 교사님의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 말씀 올린다. 금번 이 불행한 사태가 교육공동체의 발전을 거듭나게 하는 마지막 기회가 되도록 교육공동체 모두가 대오각성하자. 그토록 ‘열망했던 교육의 꽃’ 한번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선종한 교육 동지님의 영원한 안식을 빌면서 살아생전 그토록 바라던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 영전에 바치는 마음으로 글을 맺는다.
2023-08-20
첫댓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신이 잘 못 기른 것을 교정해주고
바른길로 안내하는 양치기를 몰아 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새내기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이
교권 확립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