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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화산리 보물선 / 이수하
그가 어떤 파랑도 타고 넘는 보물선을 만든다
담벼락 밖으로 삐져나온 보일러 연통은 좌표
개나리 꽃가지는 방위를 살피는 나침반이다
턱선의 땀방울을 향해 양어깨가 번갈아 오가며
오후를 스패너로 조인다
기름통을 싣고 와 기계실에 연결했으니
골목에서 얻은 메트리스를 선실 바닥으로 삼고
커튼은 돛으로 쓴다
눈썹에 와닿는 입김
문턱에 가는 실금 따라 살얼음이 생긴다
아귀가 맞지 않는 곳에서 갈매기 울음이 새어 나온다
유모차는 뭐 하려고?
엄마를 밀고 가려고
부러진 선풍기는 내놓아야지
거기 푸드덕 새가 살아
의자는 도로 갖다 놔 애들도 올 텐데
발 뻗을 곳이 없잖아
그는 제 식구 찾아가겠다고
삐걱대는 의자를 타고 헌 옷가지들 챙긴다
의자 다리가 구부러진 못을 물고 기우뚱거린다
잠가도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
쇠 파이프의 긴 그림자가 기울어지는 들보를 받쳐 든다
나무 벌레 구멍 속에서 금가루 같은 햇볕 쏟아내면
갯벼룩이 기어 나온다
벼락바람이 불고
얼룩무늬 골목이 스멀스멀 방문을 밀쳐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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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도 신춘문예 당선작 분석, 오늘은 무등일보 당선자 이수하의 '화산리 보물선'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2025 무등일보 당선작 이수하 <화산리 보물선>(심사 임동확 시인)
<시는 어디까지나 고착화되고 부절절한 이미지와의 싸움이다.특히 그런 까닭에 깊이도, 유연성도 없는 동어 반복적이고 고정화된 이미지들의 반복과 재현은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해야할 시적 상상력을 질식시키는 조종(弔鐘)에 불과하다.상투적 세계 인식은 우리에게 생각의 자유와 사유의 지평을 제한하는 악마적 속삭임인 까닭이다.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구현해나가기에도 바쁜
존재를 다시금 순응과 훈육의 대상으로 길들여 가기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디까지나 시는 그동안 우리가 믿거나 당연시해온 것들을 한정짓거나 상대화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의 관계 맺기다.
특히 기존의 그 어떠한 담론이나 이념의 틀로 가둘 수 없는 매우 다양하고 자유로운 언어적 유기체가 다름 아닌 시의 세계이다.
화산리 보물선은 응모작들 가운데 가장 안정되고 차분한 시적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가상의 '보물선'을 완성해가는 작업의 과정에서 드러나거나 감추어진 일체의 현상을 이리저리 연관시켜 가는 따스한 시선 아래,
각기의 자연과 사물들이 단지 시적 부품이 아니라 활물로
활발하게 신진대사하는 모습이 돋보여 당선작으로 결정했음을 여기 밝혀둔다
이렇게 당선작을 뽑은 경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럼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일상 속의 물건들과 노동의 순간에서 꿈과 희망을 발견하고, 상상 속의 보물선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기서 보물선을 일상 속에서 찾고자 하는 그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죠. 전체적으로 7연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그가 어떤 파랑도 타고 넘는 보물선을 만든다
담벼락 밖으로 삐져나온 보일러 연통은 좌표
개나리 꽃가지는 방위를 살피는 나침반이다
1연은 보물선을 제작하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그가 어떤 파랑도 타고 넘는 보물선을 만든다. 담벼락 밖으로 삐져나온 보일러 연통은 화표, 개나리 꽃가지는 방위를 살피는 나침판이다가 시의 첫 시작입니다.
어떤 파랑도 타고 넘는 보물선이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단순한 선박의 제작이 아니라 인생의 험난한 파도를 이겨낼 수 있는 그런 상징적인 공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죠. 보일러 연통과 개나리 가지 같은 일상적인 사물들은 선박의 도구로 탈바꿈하며, 생존과 방향성을 상징합니다. 이는 일상의 소박한 삶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시의 시각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턱선의 땀방울을 향해 양어깨가 번갈아 오가며
오후를 스패너로 조인다
기름통을 싣고 와 기계실에 연결했으니
골목에서 얻은 메트리스를 선실 바닥으로 삼고
커튼은 돛으로 쓴다
이 연은 보물선을 만드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스페너, 기름통, 매트리스, 커튼 등 일상적인 소재들은 현실속에서도 삶을 재창조하는 의지를 표출합니다.
그러니까 노동은 단순한 생계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창조 행위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죠.
문턱에 가는 실금 따라 살얼음이 생긴다
아귀가 맞지 않는 곳에서 갈매기 울음이 새어 나온다
이는 추위, 고단함 그리고 불안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문턱에 가는 실금과 얼음은 고단한 현실을 상징하지만, 갈매기 울음에서 희망의 소리로 바뀝니다.
유모차는 뭐 하려고?
엄마를 밀고 가려고
부러진 선풍기는 내놓아야지
거기 푸드덕 새가 살아
의자는 도로 갖다 놔 애들도 올 텐데
발 뻗을 곳이 없잖아
이 연에서는 인물들의 대화가 등장하는데요, 사람 채취가 물신 풍기면서 인간적인 기를 표출합니다. 유모차, 엄마, 애들 같은 단어들은 가족과 공동체의 어떤 연결을 상징하지요. 그러니까 보물선 제작은 어떤 개인의 어떤 작업이 아니라, 공동체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제 식구 찾아가겠다고
삐걱대는 의자를 타고 헌 옷가지들 챙긴다
의자 다리가 구부러진 못을 물고 기우뚱거린다
이 연에서는 주인공의 결단과 행위가 강조되고 있는데요, 삐걱대는 의자와 구부러진 못은 완벽하지 않은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제식구 찾아가겠다고 하는 진수를 통해 의지를 드러내죠.
이는 생존과 연대 본능을 상징적으로 그린 장면이라고 하겠습니다.
잠가도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
쇠 파이프의 긴 그림자가 기울어지는 들보를 받쳐 든다
나무 벌레 구멍 속에서 금가루 같은 햇볕 쏟아내면
갯벼룩이 기어 나온다
이 연에서 물 흐르는 소리와 새 파이프, 들보 등은 시의 공간적 무대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주죠. 특히 나무벌레 구멍 속에서 금가루 같은 햇볕은 어려운 실 속에서도 희망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하겠습니다.
자연과 삶이 스며드는 생명력의 이미지가 돋보이는 묘사입니다.
벼락바람이 불고
얼룩무늬 골목이 스멀스멀 방문을 밀쳐둔다
이 연에서는 벼락바람과 얼룩무늬 골목이란 현실의 불안정한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이는 삶의 어떤 역동성과 함께 지속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얼룩무늬 골목이 스멀스멀 방문을 밀쳐 둔다는 마지막 구절은 현실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상상이 지속됨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상상과 현실이 별개가 아니라, 뒤섞여 있는 그런 모순적인 아름다움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이 시는 일상 속의 사물과 노동을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창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물선은 단순한 물건의 조합이 아니라 희망과 삶의 의지를 상징하면서, 이런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첫째, 일상적인 소재의 발견입니다. "담벼락 밖으로 삐져나온 보일러 연통은 좌표/개나리 꽃가지는 방위를 살피는 나침반이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평범한 보일러 연통과 꽃가지를 보물선을 향해하는 좌표와 나침판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일상적 사물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죠.
새롭게 상징의미가 부여되고 있으니까요.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단순한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이렇게 새로운 맥락 속에서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존재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시 창작의 요체요, 우리가 오늘 배워야 할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둘째는 현실과 상상의 결합을 들 수 있겠습니다.
"골목에서 얻은 메트리스를 선실 바닥으로 삼고
커튼은 돛으로 쓴다"
현실의 사소한 물건들이 상상 속에서 보물선의 선실과 돛으로 재구성되는 이러한 과정은 상상력과 현실이 결합되는 지점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그러한 훌륭한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이는 시적 상상이야말로 구체적 현실에서 출발할 때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을 이 시는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셋째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 묘사입니다.
"문턱에 가는 실금 따라 살얼음이 생긴다"
단순히 춥다라고 말하지 않고 추위를 표현하는 "문턱의 실금과 살얼음"이라는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상황을 감각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그러한 기법 구사 장면이죠.
"담벼락 밖으로 삐져나온 보일러 연통은 좌표"
"개나리 꽃가지는 방위를 살피는 나침반"
같은 그런 표현도 일상적인 사물을 상징적이고 구체적으로 형상한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추상적인 감정이나 상태를 표현할 때, 이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해야만 독자가 시적 세계를 생생하게 그리고 상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지는 보물선은 단순한 상상 속의 배가 아니라, 노동과 생존, 희망과 상징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넷째는 의인화 상상입니다.
"갈매기 울음이 새어나온다"
"나무 벌레 구멍 속에서 금가루 같은 햇볕 쏟아내면
갯벼룩이 기어 나온다"
같은 구절에서 우리가 자연물과 사물이 생명을 얻는 듯한 묘사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러한 의인화 상상력은 현실 대상이 상상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결과를 발휘한다고 하겠습니다.
다섯째는 대화체 활용입니다.
"유모차는 뭐하려고? 엄마를 밀고 가려고"라는 시 속의 대화 구절은 독자에게 즉각적인 현실감을 전달하죠. 이 짧은 대화는 시적 상황에 따뜻한 인간미를 더해주면서 독자가 시적 화자에게 감정적으로 더 몰입하게 하는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그런 기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여섯째는 의도적인 모호성과 열린 결말의 여운을 들 수 있습니다.
"아귀가 맞지 않는 곳에서 갈매기 울음이 새어 나온다"
같은 구절이 바로 아귀가 맞지 않는 어긋나고 불안정한 상태를 통해서 갈매기 울음이 세어 나온다는 상상을 하게 하여 긴장과 신비로움을 더욱 자아내게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명확한 설명보다, 일부의 의도적인 그런 모호성이 독자에게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입니다. 마지막 문장인 "얼룩무늬 골목이 스멀스멀 방문을 밀쳐둔다" 구절도, 정확한 의미를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열린 결말의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일곱째는 시적 긴장의 창출입니다.
"잠가도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
쇠 파이프의 긴 그림자가 기울어지는 들보를 받쳐 든다"
같은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물 흐르는 소리와 파이프의 긴 그림자는 불안정한 현실의 긴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죠. 이러한 구절은 시 세계의 심리적인 깊이를 더해줍니다. 시 속에서 불안감이나 긴장감, 혹은 갈등은 이미지와 상황을 통해서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인데, 이는 시의 특징입니다. 이런 것은 시의 수준을 보여주는 그런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아의 '화산리 보물선'은 일상의 재발견, 상상력의 발휘, 구체적인 묘사, 감각적인 이미지 등과 같은 기법을 통해 작품을 형상하고 있는데요. 시창작에서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2025년도 무등일보 신문의 당선작인 '화산리 보물선'을 만나보았습니다. 이 시는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통해 상상력을 발휘하여 보물선이라는 독특한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다시 말하면, 삶의 균열과 희망의 잔재들을 모아서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 창작 관점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인데요, 무엇보다 일상에서 시적 영감을 발견하고 그것을 상상력으로 구체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 무척 좋은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자신의 시 창작에 적극 활용한다면, 아마도 더욱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