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인연들 | g1
작성자 : 김영순 01-06-17
비행기 고장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루를 묵으려하니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제희씨~ 그녀는 아주 젊어 보이는 나보단 한 살 위의 세련녀였다
겸손하고 품위 있고 영어가 완벽하고 영자신문만 보고..
한국여행은 1년에 한번 꼴로 다니며 폼나게 살지만 인터넷을 모르는 조금은 아까운(?) 인재였다
우린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저녁식사를 했는데 그녀가 권하는 샌프란시스코 특미를 시켰다
이름은 모르지만 바가지만큼 커다란 빵속에 버섯크림슾이 들어있었는데
우리 한국입맛에 잘 맞았다 분위기도 그러니 만큼 칵테일 한잔을 청했는데
서로가 술을 전혀 못 하므로 난 노알콜 딸기빛 칵테일을 그녀는 알콜기없는 맥주를 마셨다
비행기에서 스쳤다면 눈인사정도로만 그쳤을 우리가 밤바다가 내다보이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현재 과거를 넘나들며 오래된 친구처럼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할머니와 손자~ 미국서 사는 딸네집에 오시어 6개월을 살다 가시는데
5살된 아들네 손자와 동행하신 분이다 영어교육 차원으로 미국 온 꼬마답게
많은 사람 틈을 비집고 다닐 때 익스큐즈미! 를 자연스럽게 할 정도로 야무졌다
내가 챙겨드리지도 않았는데(?) 식사도 나보담 먼저 하시고
오히려 밖에서 배회하는 날 보며 밥 챙겨 먹일 걱정을 하셨다나?
몸이 불편하신 분~ 그분은 체구가 너무 크시어 거동이 불편하셨다
비행사 측에서 휠체어를 태워드릴려고 할만큼 염려스러웠는데
세상에~ 화물로 부친 짐 말고 손으로 밀고 다니던 보따리가 어찌나 크던지
일행에서 뒤쳐질까봐 항상 걱정했는데 너무도 씩씩하셨다
미국관광온 자매 분~ 유학온 아들한테 다녀가신 분~
그리고 10년전 한국 다녀오셨다는 시민권자 아주머님~
어쩌면 다른나라 승객들은 보이지 않고 한국사람들만 눈에 띄는지
서로들 챙겨주고 인사하고 그런 시간들을 보냈다
우리들은 거의가 손가방에는 잠잘 준비가 아니 되어있었다 짐을 싸다보면
내 필수품들도 화물칸에 넣어버린경우가 많았는데
하루쯤 묵을 상황을 대비하여 다음부턴 손가방을 잘 챙기리란 맘먹었다
제희씨는 옷을 입고는 잘 수가 없기에 잠옷이 필요 없단다
난 진 바지를 입은 채 그냥 잤다 씨트커버가 누런 색을 띤게 못 마땅해서
그리 잣다는 말을 듣고 재희씨가 장황스런 설명을 했다
샌프란시스코 수질이 나빠 세탁하면 누렇게 변색됐으리란~
내게 샌프란시스코는 높은 산에서 사계절 쌓인 눈물을 수돗물로 사용하기에
미국 내에서도 수질 좋기로 유명하단다
그리고 그 호텔은 무궁화 4개 정도의 수준이며 타월이나 씨트커버 색상은
인테리어상 커튼과 벽 가구의 조화를 위하여 베이지 톤으로 했다는 게다 ㅋㅋ~
우리 콜로라도는 호텔 이부자리를 하얗게 아주 하얗게 빛나게 하는디.. 것두 촌스러운 건가?
시민권자 아주머니는 간밤에 양말 속옷을 빨아서 말려 입으셨다하고
가까운 곳에 딸이 살기에 일부러 김치를 사오라하여 우리에게 먹일 양 많이 찾으셨단다
그분은 와이오밍에 사시는데 콜로라도를 거처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오셨기에
김치꼴 못 본지가 24시간이 넘었다면서 연신 시민권 자를 우대하는 것에 대하여 관심이 많으셨다
우리의 비행기는 끝내 못 고치고 오사카로 수리차 떠났다했고
다음날 스케쥴의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게이트 문이 열리고 안내방송이 시작된다
비지니스석 일등석 먼저 타라하니
시민권 아줌마 왈 듣자하니 시민권자를 우선으로 한다던데 자기 먼저타도 되냐구? 물으신다
기다리시라고 했다 다음엔 뒷좌석부터 탑승하란 방송이 나온다
그분이 나랑 좌석이 비슷하기에 함께 타시자 했더니만 날더러 먼저 비행기를 타는 걸보니
시민권자유? 하고 물으신다
아니라 몇 번을 설명해도 자기가 우선권이 잇는 낌새만 보이면 지겨운 시민권을 운운하시는 게다
보통 한국운행시간은 12시간정도 그날은 이상기류가 흘러 16시간이 넘게 걸렸다
겨울에 비행기 여행이 처음인 내게는 일기예보에서 흔히 듣던
북극해로부터 베링해 캄차카반도 오츠크해로 이어지는 거대한 얼음 바다에 마음이 섬뜩했었다
날아도 날아도 낮으로만 향하기에 구름 위를 떠가거나 구름이 걷힌 곳은
얼음 바다만 내려다 보일 뿐이었다 드디어 어슴프레한 하늘에 별이 반짝 거렸고
서울 상공으로 접어 들었다 참으로 긴 여행이었지만 지루하지가 않았다
입국심사대에서 다른분들은 어디로 가셨는지 사람들 틈에 가리어 보이지가 않았고
딱 한분 그분께 말대접 인삿말 해줄일이 생겼다
난 큰소리로 "아주머님 시민권자는 저쪽으로 오시래요!!"
모처럼 어깨 으쓱해진분께 눈인사를 마치고
난 대한민국 국민자격으로 입국을 하였다.
젊은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