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그날이 그날인 일상이지만...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스무사흗날
3월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지만
산골은 아직도 겨울이 머무르고 있다.
춥다, 추워~
이른 아침 영하 6도, 하얗게 내려앉아 서리...
일어나자마자 장작을 넣고 난롯불부터 지폈다.
이번 추위는 오늘이 고비라고 했던가?
요즘 나뭇꾼 촌부들의 일상은
그날이 그날인 것 같지만 느낌은 다르다.
워낙 오랜 시간을 쉬엄쉬엄, 느릿느릿
나무하고 놀다보니 그날이 그날인 듯하다.
이 작업의 끝이 언제일지는 기약이 없다.
아마 봄이 오고 새싹이 돋을 무렵이 아닐까 싶다.
목표는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인데...
촌부는
이틀째 모닝가든에 중구난방 잔뜩 널부러져 있는
크고 작은 나무를 꺼내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보는 것과는 달리 마른 풀섶이라 작업이 꽤 힘들다.
벌목꾼들이 낙엽송 벌목작업을 하면서 마구잡이로
베고 자르고 흩어진 그대로 놓아두어 뒤엉켜있다.
그러니까 손으로 꺼낼 수가 없으니 나무를 베듯이
엔진톱으로 꺼낼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자른 다음
꺼내 옮기고 있다. 그래도 재밌다. 뒷산에 올라가
나무를 해오는 것 보다는 훨씬 수월하고 편하다.
남을 욕해봐야 내 입만 더러워질 테니 좋은 마음,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은 것이라는 그런 마음, 그런 생각으로 일하기로
했더니 한결 마음이 더 편하다. 꺼내놓은 나무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을 보면 힘들었다는 생각보다
뿌듯하고 흐뭇함이 앞서는 것을 보면 촌부는 어쩔
수 없는 나뭇꾼이다.
목공예가인 이서방도
나무작업 때문 연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 이 사람
또한 나뭇꾼이 다 되었다. 나무로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이라 나뭇꾼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한동안은 촌부가 잘라놓은 나무를 도끼질을 하여
쪼개 장작을 만들었다. 그 많은 나무를 쪼개느라
힘들었을 것인데 워낙 말이 없이 과묵한 사람이라
묵묵히 웃음으로 일관했다. 동서간에 손발이 척척
맞는다. 어제는 지난번 중앙통로의 나무를 정리해
토막을 내놓은 통나무를 모두 바베큐장으로 옮겨
가지런하게 쌓아놓았다. 마른지 않은 생나무라서
무거워 손수레로 여러번 왔다갔다를 반복하면서
옮겼을 것이다. 정리도 잘 해놓았을 뿐만이 아니라
너저분했던 중앙통로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좋다.
아내는
나무작업을 하느라 힘들게 일하는 촌부들을 위해,
나름 자기계발을 위해 붓글씨를 배우려고 봉평면
면사무소 취미교실에 다니는 처제를 위해 맛있는
음식으로 산골가족을 응원하고 있어 너무 고맙다.
어제 점심에 스파게티와 식빵으로 마늘빵을 구워
차려주었다. 식구들 모두 맛있다며 감탄을 하였고
아내에게 고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손발을 맞추고 마음
또한 늘 함께하는 그런 산골살이를 하고 있다.
처제는
참으로 학구열이 넘치는 사람이다. 이서방과 함께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 오래전부터 지금껏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학과 출신답게 한문을 배워
특급 자격증은 물론이거니와 한문지도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그에 걸맞게 이번에는 서예까지 배우러
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얼마후에는
서울대 농생대와 평창군이 주관하는 발효에 관한
강좌에도 수강신청을 해놓았다. 60대 중반임에도
끊임없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학구열이
남다른 처제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둘째네가
컴백을 하고나서 산골집 가족들의 일상이 활발하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고 고마운 느낌이라
늘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둘째네가 고맙다.
첫댓글
그렇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예전부터 세자매집 펜션으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평범하게 촌부님의 생활터전으로 자리를 잡았군요.
추위가 가실 때 나물이 나올 때 평창나들이를 계획해 봅니다.
답글 제대로 못드려 죄송합니다.
이젠 펜션 보다는 오손도손 살아가는 산골가족입니다. 늘 격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소 왕국의 생활을
들여다 보는듯 합니다.ㅎ
그런가요?
욕심없이 살아가는 산골가족인데...
감사합니다.^^
늘 새로운 일상의
촌부님댁의 행복을 기원 합니다.
근정님!
제대로 답글 못드려 송구합니다.
늘 좋은 말씀으로 격려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작은 것에 찾는 소확행을 추구하며 사는 산골가족입니다. 감사합니다.^^
격려와 응원에 감사드립니다.^^